안녕하세요? 이동주 홍콩변호사 (법정변호사)입니다.
지난회 칼럼에서 알아보았듯 명예훼손법은 애초에는 교회법정에서 다루던 법률 분야었으나 1507년 처음으로 세속법정에서도 위법 행위 (Offence)로 인정되어 보통법 (Common Law)의 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타인을 상대로 악의적으로허위 범죄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여 처분하였으나, 점차 “훼손”가능한 “명예”의 범위가 넓어져 1532년에 이르러서는 타인의 전문성에 대해 허위로 비난한는 행위도 명예훼손죄로 인정하기 시작하였으며, 1535년에는 허위로 타인이 성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도 명예훼손죄에 해당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애초에 명예훼손법은 교회법정에서 성장해온 법률이었기에 기본적인 법리 (Legal Principle)의 틀은 교회법정에서 만들어진것이었습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첫째, 피고는 악의적으로 허위를 말하는 행위를 하여야 했고, 둘째, 원고는애초부터 명예가 있는, 즉 애초부터 훼손가능한 명예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했으며, 셋째, 명예훼손으로 입게된 손해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이후 세속법정에서도 명예훼손법을 적용하면서 손해에 대한 금전적인 배상이 가능해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추가 법리가 만들어 졌으니 바로 명예를 훼손하는 언어나 문건이 가해자 (피고)와 피해자 (원고)를 제외한 제 3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공공성을 띄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서는 “명예훼손”이라는 법리상의 개념이 좀 더 정확하게 자리잡게 되었는데, 다른 타인으로 하여금 증오(Hatred), 조롱 (Ridicule) 또는 경멸 (Contempt)을 받게하는 허위 주장은 모두 “명예훼손죄”에 해당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아가 17세기에는 처음으로 “말”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Slander)와 “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Libel)가 구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667년 변호사로 활동하였던 킹 (King)이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의뢰인인 에드워드 레이크(Sir Edward Lake) 경에게 의뢰를 받아 영국 국회에 접수할 탄원서를 대신 작성하였는데, 레이크 경은 자신의 변호사인 킹이 작성한 탄원서가 “불완전하며 불법적인 주장과 무능함으로 가득 차있고, 모순과 독단적인 무지로 꽉 막혀있다” (stuffed with illegal assertions, ineptitudes and imperfection, and clogged with gross ignorances, absurdities and solecisms)라는 비방 문서를 작성하여 제3자에게 공유하였습니다. 이에 킹은 이 문서가 변호사인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다며자신의 의뢰인인 에드워드 레이크 경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 King v Lake (킹 v 레티크, 사건번호 (1667) B&M 712) 사건입니다.
1667년 판례인 King v Lake 사건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사건에서 처음으로 영국 법원이 앞서말한 “말”로 타인의 명예를훼손하는 행위 (Slander)와 “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Libel)를 구분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건에서판사는 “일상에서 대화를 하면서 한번씩 남을 말로 비방하는 행위는 글로 쓰여져 발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꼭 소송을 초래하는행위라 볼 수 없지만, 본 사건에서처럼 남을 비방하는 내용을 글로 적어 발행한 경우에는 더 큰 악의가 있음이 인정되며 법적으로 처분이 가능하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가 명예훼손법의 성장에 중요한 다른 이유는 “글”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말”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보다 더욱 무거운 잘못임을 처음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판례로 인해 법원은 단순히 “말”로 타인의 명예를훼손하는 행위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분이 불가하다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말”은 일시적으로 듣고 지나칠 수 있는, 즉영구성 (Permanence)이 없는 반면, 타인을 비방하는 “글”은 그 기록이 영원히 남아있게 되므로 더욱 죄가 무겁다는 논리에서 였습니다. 실제 영국과 홍콩에서는 오늘날에도 “말”로 인한 명예훼손은 그 자체만으로는 소송이 불가하고 소송을 진행하기위해서는 자신이 실제 그 “말”로 인해 어떠한 구체적인 손해를 입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반면, “글”로 인한 명예훼손은 원고가 입은 손해를 증명할 필요없이 바로 법적으로 처분이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이후 18세기에 명예훼손죄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위법행위에서 민사처벌만 가능한 행위로 구분되기 시작하였고, 민사상의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불법” (Tort Law)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다음주에는 명예훼손법의 근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계속)
이동주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홍콩의 법정 변호사 (Barrister)로, 기업회생 및 파산절차,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해외 분쟁에서 홍콩법 및 영국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인수합병, 합작투자, 금융, 증권, 지식재산권, 통상무역, 기업형사 등의 분야뿐만아니라 건설, 에너지, 조선, 해양, IT, 통신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고객 또는 로펌들의 각종 사건들을 수행, 대리하고있으며, 분쟁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자문 및 소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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