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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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8] 아트 바젤 홍콩 2024 인카운터스 섹션, 양혜규의 <우발적 서식지>
다양한 매체로 제작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Haegue Yang, 1971-)의 가 아트 바젤 홍콩 2024의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 전시되었다. 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 및 홍콩에서 매해 개최되는 아트 바젤은 미술 작품 거래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선정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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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7] 이 작품은 누가 완성하나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는다. 내가 관계를 맺은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이나 장소, 혹은 어떤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계는 대부분 사람이 매일 마주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때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을 줄 때도 있다. 그런데 가끔 예술 작품이 반복적인 일상에 간단하고 작은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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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6] 상심 혹은 소망이 보이나요? 램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
이마와 코끝에 반사된 빛줄기와 함께 화폭 밖을 꿰뚫는 한 인간의 눈빛이 있다. 여러 차례 두텁게 칠해진 얼굴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은 어둡고 불분명하다. 나이를 짐작게 하는 움푹 꺼진 눈과 눈 주위의 주름은 돌아치는 둥근 붓질로 물감 쌓아 그렸다. 두툼하고 처진 볼살은 캔버스 표면에 실제 주름을 만든 것처럼 두터운 물감을 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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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5] 매너리즘에 빠졌나요? 틴토레토의 <노예의 기적>
‘매너리즘’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발전이 필요한 시점에 타성에 젖어 슬럼프에 빠지거나 나태해졌을 때, “매너리즘에 빠졌다”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 매너리즘이란 표현은 미술 양식을 칭하는 말이었다. 이탈리아어로 규범이나 양식을 뜻하는 ‘마니에라(maniera)’로부터 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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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4] 구슬 속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코헤이 나와의 픽셀 사슴 조각
미야쟈키 하야오(Miyazaki Hayao, 1941-)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에는 대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초월적인 존재인 사슴신(시시가미, シシ神)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사슴신은 치유와 소생은 물론 죽음까지 관장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 샤머니즘에서 사슴은 생명을 치료해주는 영적인 힘을 가진 샤먼으로 만물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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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3] 경험과 감정을 전하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색채, 특히,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색채는 본원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날씨나 빛, 대기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성질을 발견하고 화폭에 담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르네상스 이후 미술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술운동인 ‘인상주의’의 문을 연 화가이다. 그의 상징적인 수련 연작이나 건초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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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2] 천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한가요?
아름다운 성모자상은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는 정서적인 교감을 일으킨다. 이러한 성모자상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묘한 기품을 가진 인물들을 조화롭게 구성한 라파엘(Raphael, 1483-1520)의 성모자상이 떠오른다. 라파엘의 성모자상은 전성기 르네상스의 장점들을 융합하고 극대화하여 단순함 속에서도 부드럽지만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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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1]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더 밀스
옛 공간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생각하게 한다. 버려진 공장이나 발전소, 소각 시설 등의 폐산업 시설을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시설로 되살리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동이 중단되었던 런던의 화력 발전소가 세계적인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으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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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0] 영원을 사는 인물은 무슨 색일까요? 홍콩미술관의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시
그림 속 인물은 영원을 산다. 그리고 그것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의 회화 속 주인공이라면 더욱 그렇다. 홍콩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의 티치아노와 베네치아 르네상스(Titian and the Venetian Renaissance from the Uffizi》 전시에서 북부 이탈리아 거장들이 그린 영원을 사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그림1].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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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9] 도시 속 역사적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왼쪽 한편으로 폭이 넓은 계단과 그 계단이 이끄는 붉은 벽돌 건물을 마주한다. 계단을 한 칸씩 올라 좁은 통로로 들어서면 복잡하고 촘촘하게 느껴지는 홍콩의 미드레벨에서는 보기 힘든 넓은 마당이 펼쳐진다. 건물의 역사를 조금 훑어보고 가서였을까? 도심의 오아시스라던 그 마당에 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