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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홍콩 생활] 백인 남성을 ‘Gweilo’라고 부르면, 인종차별일까? 위클리홍콩 2022-02-22 14:57:34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홍콩 수제 맥주 중에 Gweilo(그웨일로) 맥주라고 있다. 홍콩에서 수제 맥주를 파는 곳이라면 항상 찾을 수 있는 인기 맥주이기 때문에, 아마 한 번쯤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근데 맥주에 ‘귀신 귀(鬼)’자가 들어간다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름이 께름칙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Gweilo 또는 Gwailo는 한자(鬼佬) 그대로 그 뜻을 풀이해보면 ‘귀신 사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 홍콩 원주민들이 서구인들을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됐다. 피부가 귀신같이 허여멀건한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고 자신들을 억압하니 얼마나 미웠겠는가. 당시에는 서양인들을 경멸 또는 비하하는 의미로, 귀신 정도가 아닌 악마나 괴물처럼 생각하고 이들을 Gweilo라고 불렀을 것이다. 

 

 

아니 피부색을 가지고 특정 인종을 가리키는 속어인데 혹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인종차별적인 단어가 아닐까, 게다가 귀신이라니. 특히 중화권에서는 귀신은 악하고 기피해야 할 존재이거늘, 사람에게 귀신이라니 참으로 나쁜 단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지금도 Gweilo라는 단어가 홍콩 생활 속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홍콩인 지인들하고 대화할 때 백인 남성을 지칭할 경우 ‘White guy’, ‘White man’ 대신 ‘gweilo’라고 부르곤 한다. 

 

사실 Gweilo라는 단어는 오늘날 단순히 백인 남성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단어로 많이 중화됐다. 서양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gweilo라는 단어를 들어도 딱히 모욕적이거나 불쾌하다고 여기는 친구도 없었고, 오히려 스스로 자신 자신을 gweilo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잊을만하면 한 번씩 Gweilo 단어가 과연 인종차별적 비하 단어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한다. 20여 년 전, 한 홍콩인 정치인이 입법회의 토론 중 외국인 투기꾼을 ‘gweilo’라고 지칭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러 외교공관들이 그의 발언을 두고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퍼트리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불만을 제기하자, 결국 그 정치인은 실언을 인정했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사건에서 찾아보면, 지난 2018년 한 호주인 남성이 Leighton Contractors(Asia)를 상대로 소송한 사건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회사 내 중국인 동료들이 수 차례 자신을 gweilo라고 부르며 비하했고, 팀 내에서 유일한 서양인이었던 자신을 업무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으며, 이 문제를 회사 제기했지만 결국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외국인 포럼에서 gweilo가 과연 비하 단어인지 매우 열띤 토론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Gweilo 맥주 창립자도 맥주 상표를 등록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비하 단어라는 이유로 상표 등록 신청이 반려됐다고 한다. 수개월 간 자문과 조사를 통해 gweilo가 인종차별적 비하 단어가 아님을 증명하는 법적 서류를 준비해 마침내 상표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사건은 정부가 gweilo가 비하성 단어가 아님임을 증명해주는 사건이 아닐까?

 

이렇게 잊을만하면 이따금 한 번씩 gweilo의 비하성 시시비비를 따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gweilo의 그 유래를 살펴보면 분명 서양인에 대한 경멸, 혐오에서 시작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 원 의미가 많이 퇴색됐고 생활 속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상황과 어조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어 사용에 있어 조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2주 후, [홍콩인의 노스탈지아, 수탉 그릇]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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