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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대부 프리드먼의 외침…"홍콩은 자본주의의 종착지"
  • 위클리홍콩
  • 등록 2024-07-11 22: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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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 부재 속 자본가의 천국이 된 홍콩…신간 '크랙업 캐피털리즘


1970년대 말, 잔치는 끝나가고 있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였다. 잇따르는 노동쟁의에 실망한 영국 국민은 총선에서 노조 파괴를 주장해온 마거릿 대처의 손을 들어주었다.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침략하고, 중국은 그런 베트남을 노리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근 30년간 이어진 호황이 끝났다는 징후는 차고 넘쳤다. 세계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당시 새뮤엘 헌팅턴을 포함한 유명 정치학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구절이 유독 많았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서유럽에서 이제 민주주의가 겨우 20~3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려했다.

 

모두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할 때 신자유주의의 대부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손가락으로 홍콩을 가리키며 미소 짓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인민주권이 가장 약한 이곳에서 위기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홍콩이 "글로벌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종착지"가 될 것이라 낙관했다. 그가 판단한 홍콩의 비밀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의 부재"였다.

 

홍콩에선 노조도, 대중 선거도 허용되지 않았다. 홍콩의 금융 비밀주의는 식민지 총독의 명령 위에 있었다. 세율도 낮았다. 1978년 영국의 최고 구간 소득세는 83%, 미국은 70%였던 반면, 홍콩은 15%에 불과했다. 여기에 사유재산권 보호,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 가벼운 규제, 낮은 무역장벽도 프리드먼이 신뢰하는 요인이었다. 그에게 경제적 자유가 숨 쉬는 홍콩은 유토피아 같은 공간이었다. 프리드먼의 동료 앨빈 라부슈카는 홍콩이야말로 "선거인단이 없어야 만들 수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교과서적 모델에 가깝다"고 찬양했다.

 

프리드먼과 그의 동료들이 찬양한 홍콩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중국으로의 이양 후 민주화 시위는 좌절됐고, 부는 상위 10대 억만장자들이 틀어쥐었다. 그들은 국내총생산의 35%를 장악했으며 10대 가문은 기업의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다. 억만장자를 포함한 부자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도 외면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게티 등의 연구에 따르면 홍콩 상위 15% 부자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주의의 변두리이자 "경쟁이 거의 없는 자본가의 천국". 홍콩의 맨얼굴이다.

 

보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퀸 슬로보디언은 신간 '크랙업 캐피털리즘'(원제: Crack-Up Capitalism)에서 "출발점부터 홍콩은 모든 참여자에게 열려 있는 자유분방한 시장이라기보다는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 줌의 상인집단이, 그리고 이후에는 재벌 가문과 재계 거물들이 통제하는 경제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완벽한 시장을 찾으려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구역'(Zone)이라는 그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구역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국가 규제나 민주적 절차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난 공간을 말한다. 이런 구역에선 세금이 적거나 없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우며 규제도 없다.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없다. 예컨대 프리드먼은 홍콩을 민주주의적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을 방해받지 않고 자본주의를 실천에 옮길 완벽한 그릇이라 평하기도 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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