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 풀밭에 형광등처럼 빛나는 둥그런 나비 알들 무수히 흩어져 있다. 그리고 알들보다 한참 작아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야광의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빛나는 알과 어둠의 대비를 시각으로 느끼고 풀과 흙 위를 걸으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푹신푹신한 알을 밀어보기도 한다. 빛나는 어둠 속 사람들은 내가 알보다 작아진 상황에 대한 불안보다는 이 상황이 주는 환상을 즐긴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광경은 올해 6월 초까지 홍콩의 빌딩 숲과 빅토리아 하버 사이에 있는 타마르 공원의 잔디밭을 방문한 사람들이 느꼈던 경험이다. 위에서 나비 알이라고 쓴 것은 팀랩(teamLab)이라는 아트 컬렉티브(art collective)가 기획하여 홍콩에 설치한 타원형의 설치물이다[그림1]. 이것들은
팀랩은 2001년 일본에서 시작된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 CG 애니메이터 등으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그룹이다. 이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의 대형 전시장에서 주로 초고도 해상도의 디지털 영상을 기반으로 가상의 자연환경을 구축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새까만 화면만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관람객에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압도적이고 찬란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점 때문에 팁랩의 전시는 기록적인 방문객 숫자와 입장과 동시에 관람객의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몰입감 넘치는 경험으로 유명하다.
반면, 홍콩에서의
일반적으로 어떤 전시에서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타인과 나의 행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많은 사람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함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더라도 그 감상의 과정은 대부분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타마르 공원에 함께 있던 사람들의 행동과 자연의 변화는 기술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팀랩의 전시는 전시장 내부의 디지털 화면이든 외부의 환경이든 그 장소와 상관없이 인간-기술-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나의 움직임에 대한 선택이 다른 사람과 주변의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느껴지는 순간, 그 장소에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요소를 잇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빛나는 선이 그어지고, 마침내 그 선들로 이루어진 끝없는 그물망이 머릿속에 펼쳐진다(@wjyart).
PLACE: Tamar Park
타마르 공원은 홍콩 애드미럴티(Admiralty)에 위치한다. 그 이름은 빅토리아 항구에 정박했던 영국 해군 함선이자 해군 본부로 운영되었던 HMS Tamar에서 비롯되었다. 공원은 2011년 10월에 개방되었다. 홍콩 시내의 빌딩 숲을 거쳐 공원으로 들어서면 빅토리아 항구의 탁 트인 전망과 침사추이의 스카이라인을 마주하게 된다. 산책로를 통해 스타 페리를 탈 수 있는 센트럴 피어와 연결된다.
원정연
미술사/미술교육을 공부하고 미술을 통한 글쓰기를 강의했습니다. 현재는 홍콩에 거주하면서 온·오프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홍콩의 다채로운 시각문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 석사 졸업, 서울대 사범대학 미술교육(이론) 박사 수료
- 강남대 교양교수부 강사, 서울대 사범대학 협동과정 책임연구원 및 창의예술교육과정 강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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