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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DSLR과 함께한 홍콩에서의 사진 수업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6-24 10:46:16
  • 수정 2010-07-02 12: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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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22호, 6월25일
내 핑크색 캐논 똑딱이는 최근 몇 년간 나와 어디든 함께 했다. 동네 커피숍에서 무한정 수다를 떨 때에도, 친구 녀석이 군대에 간다며 환송회를 할 때도, 기말고사 기간 도서관에서 밤을 새울 때도, 호주에서 따듯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때에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고생했던 제주도 문섬에도 데려 갔다. 순간을 기억하고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렇게 일기장을 써 내려 가듯 찍었던 사진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사진에 대한 내 욕심도 늘어났다.

한국에서 열린 매그넘 사진전에도 가보고, 유명 사진작가의 강의도 들어보고, 수동카메라, DSLR, 토이 카메라 등으로 이리 저리 다르게 찍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나 가끔 사진기를 잘 아는 선배의 조언을 살짝 듣는 것만으로는 사진을 배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그 기회를 이 홍콩에 와서 찾을 줄이야.

 처음엔 DSLR이 없었던 것이 조금 걸렸지만, 똑딱이만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덜컥 신청했던 위클리홍콩 문화센터의 사진강좌. 하지만 오히려 다른 분들의 사진기를 빌려서도 써보고, 직접 카메라에 대해 배우면서 구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이자 시작이 되었다.

또한 매번 팔랑거리는 귀로 몇 번이나 카메라 가게의 문턱을 빈손으로 넘어오는 고생을 했던 나는 담임(?)이신 구주일 선생님께 SOS를 청했고, 선생님은 흔쾌히 몽콕의 사진기 상가를 함께 돌아주셨다. 카메라와 렌즈, 브랜드에 대한 정보, 각각의 장단점을 얘기해 주시며 수많은 브랜드, 기종 앞에 어질대는 나를 구출해 주신 덕분에 나의 첫 DSLR, 똘똘한 녀석, Canon 500D를 내 손에 쥐게 되었다. 야호. 

한인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의 첫 수업은 알찬 수업내용에도 불구 '첫 수업'은 언제나 묘한 긴장감이 있기 마련이라,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사진에 대해 공부와 고민을 하고 함께 출사를 나가면서 그 거리감은 금방 사라졌다.

내가 느끼는 이번 강좌에서의 가장 큰 만족감도 바로 거리감 없이, 서로의 사진을 보고 의견을 나눈다는 점에 있다. 그 공유의 시간은 수업에서 직접, 혹은 사진반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홈페이지에 세계 각지, 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홍콩의 모습을 업로드하거나 그림자 찍기, 자화상 찍기 등의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공유했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채워지기에 사진을 보는 재미는 물론, 댓글로 의견을 나누는 부분 역시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렇게 사진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흥미로운 점은 다 같이 같은 장소로 출사를 나가도 제각기 담아내는 사진의 시점과 시각, 색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 홍콩공원, 빅토리아, 스타에비뉴, Tai O 섬으로의 출사가 있었는데 어쩜 그리들 담아내는 피사체, 구도, 시각이 다른지, 함께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이 생겼다는 것과 함께 서로의 사진을 봄으로써 얻는 즐거움과 공부도 같이 할 수 있었다.

사진을 글로 배울 수는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매번 하시는 말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계속, 많이 찍어보세요', 수업 중간에도 우리는 망설임 없이 찍는다. 어떻게? 직접 찍어봐야 알 수 있고, 체득할 수 있다는 지당한 수업의 방식 덕분이다. '셔터 스피드 1/30초로 패닝 샷', '움직이는 피사체의 정지 화면을 위해서는 적어도 1/150초', '풍경을 찍을 땐 조리개를 조이고, 최소 F10값 이상' 등 개념을 꼭 집어주신 반복 설명 덕분에 원리는 스스로 술술 나오니, 직접 많이 찍어 보는 일만이 남았다. 수업시간을 할애한 출사는 찍어보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사실 일상에서는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때마다 망설이게 되지만 실내에서의 수업을 대신한 출사는 아예 맘 먹고 사진을 찍기 위한 날이기에, 든든하게 충전된 배터리와 함께면 준비 끝!

지금은 마지막으로 수업을 마치며 남길 앨범에 넣을 사진으로 고민 중이다. 사실 매우 즐거운 고민이기에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 사진을 배우려고 그렇게 찾던 기회가 홍콩에서 찾아 올 줄이야. 특유의 홍콩스러움, 매력이 넘쳐나는 이 홍콩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아내고, 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이 사진강좌가 고마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매번 알찬 수업 내용으로 수고해주시고 출사 때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셨던 구주일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수업과 출사에서, 또는 인터넷 상에서 함께 한 사진강좌 수강생 여러분~ 우리 마지막까지 화이팅이에요!

- 허종임(jongimiggang@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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