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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인터뷰] 키로프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발레리나 유지연씨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4-22 18:38:54
  • 수정 2010-04-29 11: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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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13호, 4월23일
 

3번의 인터미션을 가지며 약 3시간 가까이 공연되는 키로프(마린스키)발레단의 <돈키호테>공연을 지난 3월22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보았다.

웅장한 무대, 현란한 테크닉과 함께 섬세하고 정열적인 스페인 풍의 춤으로 세계 클래식발레계의 찬사를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 키로프버전의 오리지널 'Don Quixote'를 홍콩에서 관람했다는 것은 행운이자 먼 훗날 두고두고 회자할 수 있는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28일부터 3월28일까지 열린 홍콩아트페스티벌의 특별 초청으로 세계적인 러시아의 키로프발레단이 8년 만에 홍콩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인들은 물론 홍콩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고, 티켓발매가 시작된 지 며칠 만에 VIP석은 물론 2000석 전석이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키로프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 발레리나인 유지연씨가 메르세데스 역과 집시여인을 맡아 정열적이고 매혹적인 춤을 추면서 2000여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공연이 끝나고 위클리홍콩 기자가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 예술가 유지연씨에게 특별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녀는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화려한 무대화장을 지우고 난 그녀의 이목구비는 이국적이면서도 매우 청순하고 또 발랄했다.

- 홍콩 무대에 선 소감, 그리고 홍콩 관객에 대한 느낌은?
 "8년 만에 홍콩 무대에 다시 서게 되어 무척 기쁘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으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져 홍콩이 점점 좋아집니다."

- 러시아에 간지는 얼마나 됐는지, 또 어떻게 러시아까지 가게 됐는지?
"91년, 중학교 3학년 때인 14살 때 혈혈단신으로 러시아에 갔으니 만 19년이 되네요. 예원학교 2학년 때 러시아 바가노바스쿨 선생님들이 연수교육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오셨는데, 수업 받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저에게 유학제의를 해오셨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로 가게됐습니다."

- 세계적인 키로프발레단의 단원으로, 그리고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계신데 그 소감은 어떤지요?
"한국인으로서 또 동양인 최초로 키로프발레단원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 공연은 한 달에 몇 회가 있습니까?
"보통 1주일에 4~5회 정도 있습니다. 이번 홍콩 공연이 끝나는 대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로 날아가 바로 공연에 들어갑니다."

- 러시아 사회에서 키로프발레단의 발레리나에 대한 인식은?
"러시아인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또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발레를 굉장히 아낍니다. 어떤 택시운전기사는 키로프발레단이라고 하면 그냥 태워주기도 할 정도니까요."

- 발레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죠?
"6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어릴 때부터 저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었다고 하네요. 외할머니께서 저의 소질을 알아보시고 발레학원엘 보내 주셨습니다."

- 발레리나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러시아 최고의 발레학교인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한 후 언어 장벽과 외로움은 견딜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1등만 하던 제가 현지에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는 한동안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결국 바가노바 수석 졸업과 키로프발레단 유일의 한국인 무용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95년 마린스키극장 신년공연 '호두까기 인형'의 마샤 역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러시아까지 와서 저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그 이후 '지젤'의 마르타, '라 실피드'의 약혼녀 역을 했을 때도 기억이 납니다."

- 오늘의 발레리나 유지연을 있게 해주신 분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우선은 하느님께서 저를 이렇게 이끄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힘든 가운데서도 저를 위해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시고 마음고생 하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금년 하반기 키로프발레단의 내한공연을 마치고 어느 정도 거취를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발레를 지도해 달라며 여러 곳에서 요청을 해오고 있는데, 바가노바 아카데미 박사 과정을 마치면 한국 발레발전을 위한 지도자의 길도 신중히 고려할 예정입니다."

 긴긴 인터뷰를 마치고 거품이 가득한 독일 생맥주 한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하는 유지연씨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가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그녀가 꿈꾸고 준비하는 내일에도 그녀를 이곳까지 이끌어왔던 그분이 함께 하실 것을, 그리고 더욱 밝고 희망찬 내일을 그녀에게 활짝 열어 주실 것을 기원한다.


<인터뷰어 로사 권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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