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오염물질에 봉쇄된 홍콩중국 화베이(華北)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의 영향으로 홍콩 전역이 뿌연 오염물질에 휩싸이며 최악의 대기오염지수(API)를 나타낸 22일, 홍콩 10개 관측소의 대기오염지수가 모두 최고 단계인 500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금속 물질, 미세먼지 등이 포함된 공기에 둘러싸인 홍콩의 가시거리는 3㎞에 불과해 시민들은 한눈으로도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를 실감했고 웡타이신(黃大仙)의 한 학교에 재학 중인 9세 남학생은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선 야외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23일 오전부터 오염지수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169를 기록한 윈롱(元朗)지역을 제외한 9개의 일반 관측소와 3개의 도로변 관측소는 심각한 수준인 5급을 유지했다. 특히 동구(東區)는 여전히 50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오염지수(API)는 공기 중에 녹아 있는 중금속 물질, 먼지 등의 농도를 수치화한 것이며 1급(Low, 0~25)과 2급(Medium, 26~50)의 경우 공기의 질이 양호한 상태를 말한다. 3급(High, 51~100)은 가벼운 대기오염 상태이지만 건강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4급(Very High, 101~200)은 심장병 환자나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오염상태를, 5급(Severe, 201∼500)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심각한 오염상태를 의미해 가급적 야외활동을 삼가도록 하라는 권고가 내려진다.
환경보호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새벽부터 점차 상승하기 시작한 홍콩의 대기오염지수는 이른 아침부터 이미 100을 넘어섰고, 오후가 되기 전 대부분 지역이 심각한 5급 수준에 도달했다.
저녁 무렵에는 서부에 위치한 관측소를 제외한 홍콩 중서구, 동구, 쿤통, 삼수이포, 사틴, 타이포, 탑문(塔門)의 7개 일반 관측소와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몽콕의 도로변 관측소의 지수가 최고 수준인 500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사상 이래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시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외출을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눈이나 호흡기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겪었다.
그리고 22일 밤 9시까지 총 1840명의 노인이 평안종(平安鐘)을 통해 구조를 요청했으며 이 중 12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환경보호서는 갑자기 악화된 대기오염의 원인이 최근 중국 화베이 지역에서 나타난 황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홍콩 과기대학 환경연구소 류계한(劉啓漢)교수는 홍콩이 황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히고 "1996년 5월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황사는 기류를 타고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쳐 타이완까지 도달한 뒤 다시 남하해 홍콩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불어온 미세먼지는 비교적 크고 무거워 홍콩에서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 나타나는 오염물질과는 다르다며 "이전에는 작은 미세먼지가 70~80%를 차지했다면 이번에는 10~20%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환경국 관계자는 이번 이상 현상은 심장질환이나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미 각 부처간 긴급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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