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4월 세상을 떠난 홍콩 화마오(華懋) 그룹 니나 왕(龔如心) 회장의 100억 홍콩달러(약 14조7880억원)에 이르는 유산 소송에서 패배한 천전충(陳振聰·52)이 3일 경찰에 체포됐다.
명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경찰 경제범죄 조사반 10여 명의 홍콩섬 거푸산(歌賦山)에 위치한 천전충의 자택을 방문해 천과 그의 아내를 서류위조 혐의로 강제 연행했다.
경찰은 또한 천전충의 집에서 서류들과 컴퓨터 등을 압수해 분석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빈과일보는 이날 신문에서 천전충이 재판에서 진 뒤 일본으로 도망칠 생각이었으나 사전에 이를 눈치챈 경찰이 홍콩을 떠나지 못하도록 명령, 무산됐다고 전했다.
천전충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법정다툼에서 자신을 법정 상속자로 지목한 유언장을 위조했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전날 받았다. 때문에 천전충은 경찰에 체포돼 형사처벌을 받을 게 두려워 일본으로 떠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아시아 최고의 여성 부호로 꼽힌 왕 회장은 암 투병 끝에 69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전혀 다른 내용의 유언장을 두 개나 남긴 것으로 나타나 막대한 재산을 둘러싼 소송을 불러 일으켰다.
원래 유족은 왕 회장이 2002년 작성한 유언장을 토대로 유산 전액을 '화마오 자선기금'에 넘겨 자선사업과 회사 발전를 위해 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날 천전충이 2006년 병상에서 왕 회장이 다시 작성했다는 유언장을 내놓으면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새 유언장은 천전충을 유일하고 합법적인 상속인으로 명기했다.
또한 유부남인 천은 자신이 지난 93년부터 왕 회장이 사망하기 1년 전인 2006년까지 연인사이였다고 고백, 파문을 일으켰다.
첫 번째 유언장에 의해 왕 회장의 전재산을 받기로 된 화마오 자선기금은 전날 영국의 필적 감정가가 왕 회장의 서명 80여건을 대조한 결과 천이 제시한 유언장 사인이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화마오 자선기금 측은 2003년 2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왕 회장의 사인들과 두 번째 유언장의 글씨를 비교해 유언장의 것이 날조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감정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유족과 자선기금 측은 천이 자신의 이름을 유언장에 넣는 것을 포함, 풍수관행들을 실천하면 대단히 오래 살 수 있다며 왕 회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고 비난해 왔다.
왕 회장은 부동산 재벌이던 남편 왕더후이(王德輝)가 1990년 납치된 후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아 실종선고가 나자 유언장의 진위를 놓고 시아버지와 8년 간의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이겨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상속할 자녀도 없이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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