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2명 부상…50년 이상 건물 4천여 채 '시한폭탄'
홍콩에서 개항 이래 처음으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9일 홍함(紅磡) 마타우와이도(馬頭圍道)에서 지은 지 55년 된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건물은 옥우서(屋宇署, Buildings Department)가 보수 명령을 내렸던 5층짜리의 탕러우(唐樓·엘리베이터가 없는 8층 이하의 오래된 주택)이다.
붕괴 당시 현장은 흙먼지가 가득해 '911'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처참한 모습이었고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도망쳤다.
건물 안에 있던 주민들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매몰되어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신속히 구출 작업을 벌였으나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홍콩 당국은 붕괴된 건물 1층 상점의 보수 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사고 현장 부근 건물들도 붕괴 위험이 높아 즉시 봉쇄됐다.
사건 현장인 마타우와이도 43~45번지에는 18동의 탕러우가 있으며 무너진 45번지 J동 건물 양옆인 G와 H는 언제든 붕괴 될 위험이 높아 봉쇄 됐고 백여 명이 넘는 주민은 분산 수용됐다.
옥우서 관계자는 2004년과 이번달에 사고 건물에 보수 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사건 발생 수일 전 1층 상점이 보수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약 2주 전 보수 공사를 하면서 상점 내의 일부를 허물었고 이 때 벽에서 모래와 자갈 등이 떨어져 내렸지만 공사를 계속해 결국 건물이 무너지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오후 1시 43분 경찰은 이 건물의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한 여성이 2층(홍콩의 1층) 창문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한 버스 승객의 999 전화 신고를 받았다.
또 다른 목격자는 처음에는 건물 외벽의 벽돌과 타일 등이 떨어져 내리더니 1층 상점의 공사 인부들이 달려 나오며 건물이 무너진다고 고함을 지르고 건물의 주민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는 광경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건물의 벽 일부가 조금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0초도 안되서 건물 전체가 수직으로 내려앉아 순간 주변 일대가 흙먼지로 뒤덮이고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이 들려 마치 '911'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건축된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전문가들은 "홍콩에는 이번에 붕괴된 건물처럼 50년 이상 된 건물이 4천여 채가 넘는데다 대부분 야무마테이나 침사초이, 몽콕, 삼수이포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돼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옥우서에 따르면 이러한 '위험 건물'에 대한 검사를 통해 2004년부터 현재까지 3282건의 보수 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2231건만이 집행됐으며 지난 6년 간 1000여 채가 넘는 건물의 업주가 당국의 명령을 무시하고 건물 보수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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