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3호, 9월2일] 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59) 비밀, 침묵 그리고 거짓말 믿는 도끼에 발등 “열 길 물 속은..
[제93호, 9월2일]
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59)
비밀, 침묵 그리고 거짓말
믿는 도끼에 발등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아주 잊고 살다보면 상대가 누구냐를 막론하고 그 사람의 속내를 빤히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척보면 앱니다~”라고 장담하거나 증거 빈약한 독심술로 넘겨짚기식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연인이나 배우자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경우는 상대의 말을 아예 귀담아 듣지 않기도 합니다. 잘 아는 상대방에 관한 것이라면 기민한 엑스레이마냥 속속들이 꿰뚫어볼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다가 의외의 일을 당하고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기막힌 심정으로 아무리 하늘에다 대고 때늦은 주먹질을 해봐야 감정만 격해져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큰소리치다 번번이 실망하기보다는 항상 호기심어린 물음표를 가슴에 지니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인들과 젊은 부부 대상 코칭 교실을 운영하다보면 그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보다 더 큰 핵심으로 떠오르곤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왜 사전에 미리 이러저러한 것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의논하지 않았는가?”하는 점입니다. 남편이 외도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것을 끝끝내 감추며 버텼다는 음흉함에 더 배신감을 느낀다는 여자들이 많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외도했던 남편과 최근에 재결합한 M은 그런 배신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다 결혼한 남편이 다른 여자를 가까이 했다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그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엔 잘 숨기고 있다가 관계가 끝나고 난 한참 뒤에야 털어놓는 그의 행동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년에 몇 번씩이나 휴가를 내고 여기저기 여행을 가자고 조르던 것도 다 그 여자와 헤어지고 난 괴로움 때문 이었다나요…자기야 훌훌 다 털어놨으니 속은 후련해서 좋겠지만 2년 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저보고 어쩌라는 말인지…정말이지 남편이 외도했다는 것보다 그동안 감쪽같이 숨기고 있다가 자기가 괴로우니까 폭탄선언을 해버린 그의 이기심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처지와 사연이 있겠지만, 그들이 상대에게 털어놓고 의논해야 할 일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혼자 앓으며 씨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행위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한다고 믿거나 애써 속 내을 열어보여야 무시당하기 십상이라고 믿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끼는 나무를 베고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소년 조지 워싱턴마냥 정직하게 굴었다 칭찬은커녕 몰매만 벌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 탓인지도 모릅니다. 삼십대 남성 B는 대학시절에 거의 결혼까지 갈 뻔했던 여자가 있었음을 현재의 약혼녀에게 털어놓은 이후로 아주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며 자신의 무모했던 (?) 솔직함을 탓하기도 합니다.
고백하는 내용의 심각성을 떠나서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당사자가 상대의 이해와 너그러움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상대방에게 이해받기를 원하고 그런 인간적인 소망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심약한 순간에 더욱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그래서 원활한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단지 말을 주고받는 행위뿐만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지지와 격려를 교환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말과 더불어 당신이 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하루에 얼만 큼의 정성과 배려가 담긴 말을 주고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까?
충고보다는 경청
직장상사와의 마찰로 인해 고민하던 회사원 K는 아내에게 무심코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남편의 애로사항을 알고 난 아내는 대인관계와 처세술에 관한 베스트셀러들을 사들이며 그에게 완독을 강요하고 사무실에서 상사와 나눈 대화 내용까지 보고(?)하도록 추궁하며 본격 내조에 나섰습니다. 상사에게 붙임성 있게 굴어라, 저녁을 대접해라, 선물을 사다줘라 등등 조언을 넘어선 지시를 내리고 K가 그것들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를 일일이 따지는 과정에서 그들은 전에 없던 말다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죄 없는 하소연의 결과치곤 사태가 갈수록 피곤하게 되어가자, K는 아내가 듣기 원하는 대답을 골라 하는 것으로 그녀를 입 다물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는 회사 일을 아내에게 언급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도 물론 잊지 않았습니다.
K의 아내가 그런 것처럼,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놓으면 적어도 서너 가지의 조언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상황 체크까지 해가며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고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상대의 말을 감정적 반응 없이 들어주는 것이 고민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일보다 더욱 효과적인 때가 있습니다. 조언이나 충고를 해달라고 청하지도 않은 사람에서 내가 옳다고 판단되는 해결책부터 들이대는 것은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조급함의 해소에 더 초점을 둔 행동이기에 오히려 부담감을 주게 됩니다.
당신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이 말문을 열 때가지 의구심 속에 기다리기보다 먼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침묵을 깨고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는 행위 자체를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자동해석하지 않고 경청할 수 있는 당신의 침착함이 그들의 마음을 열어 관계에 깊이를 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별안간 깊은 생각에 잠기거나 한군데 집중하지 못한다.
•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거나 즉흥적인 행동을 한다.
• 의기소침하든가 아니면 사람들과 항상 몰려 있으려고 한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 평소 조절하던 행동을 무리할 정도로 심하게 한다. (과도한 TV시청, 과식, 과다한 수면, 무리한 운동, 폭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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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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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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