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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특례입시를 마무리하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12-25 15:52:10
  • 수정 2009-01-02 10: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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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1호, 12월26일
십여 년 전 고등학교 동창회의 일이다. 누군가 군대 얘기를 꺼냈다. 제대 후 20년은 우려먹는 소재라 늘 식상하면서도, 딱히 솔깃한 소재 없이 계속되는 회식 자리에서, 저마다 흐벅지게 풀어 대는 절박한 군 생활 얘기에 진위를 따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뒤풀이가 무르익어 갔다. 1986년 6월, 서울 상공에 무단 침입한 북한 미그 16기를 강제 유도했다는 한 친구의 얘기가 좌중을 휘잡았다. 취기에 열뜬 그는 엉거주춤 일어서서 경장갑 차의 기관총인 M60을 난사하는 흉내를 냈고, 그가 수원 비행장에서 적기의 귀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 때의 감격이 표정에 스치기까지 했다. 그럴듯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장갑차 부대병으로. 잠시 후 초면인 그와 통성명을 하고 나서야 그가 제10 전투 비행단 PX 방위병이었고, 간식을 사러온 장병들에게 들은 얘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모르니 간접 체험이 더 실감날 수밖에 없다.

특례 입시를 담당하면서 이따금 위와 같은 '동감'을 한다. 한 걸음 건너서, 혹은 오직 내 아이의 입시로 얻은 '산 경험'을 전가의 보도처럼 전파하고, 그 말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겨서 우왕좌왕 하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 사례를 가끔 보아왔다. 특례만 준비하면 누구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도 한다. 어림없는 얘기다. 특례생의 숫자가 2000명이 되고 서울, 수도권까지 모집 인원이 250명 남짓하다. 줄 만 세워도 7, 8대1은 되고 명문대는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이다. 물론, 수험생에게 당장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2년의 교육 과정 전체의 성취도를 나름대로 평가하는 각 대학의 입시가 몇 가지 비방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탄광 작업과도 같다. 갱도를 구축하고, 기어들어가 온몸으로 몸부림쳐야한다. 탄맥을 향해 핏줄이 서도록 곡괭이질과 삽질을 해서 날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얻어내야 하는 고된 작업이 입시이다. 석탄을 캐건 금맥을 부셔내던 땀 흘려 일해야 할 당사자는 우리의 자녀들이다. 그들이 바로 서서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보와 학습을 제공하고 체력을 유지케 해주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의 몫이다.

그간 KIS는 이 역할을 잘 해왔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하나가 돼서 힘겨운 난관들을 돌파하고 이 자리까지 왔다. 감사의 제목들을 찾자면 다 열거할 수도 없다.

KIS는 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특례 입시의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졸업생 전원 대학 입학, 절반이 넘는 명문대 입학 기록은 20명도 안 되는 졸업생의 숫자를 감안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정작 KIS가 자랑하고 싶은 점은 다른 데 있다.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이다.

누구든 KIS의 도가니에 던져지면 '마음 따뜻한 사람'이 돼서 졸업한다. KIS는 학생들 개개인의 마음 속에 숨겨진 빛을 본다. 때론 거칠고 험한 껍질에 싸여 타인을 할퀴고 상처 입히는 아이라 해도, 그 안에 숨겨진 여린 싹과 충일한 생명력을 KIS는 소중하게 여기고 가꿔왔다. 이들이 곱고 사랑스럽게 자라가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호되게 공부시킨다. 말을 안들을 때면 사정 봐가면서 다구치고, 등판을 치기도 한다. 그렇게 3년을 보내면 실력도 인성도 보기 좋게 자란다. 이때쯤 KIS는 아이들을 대학으로, 세상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이따금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가 손자인 '나'에게 했던 지혜를 떠올리며, 숨가쁜 입시의 한숨을 서로 돌리기도 한다.

"자, 봐라 , 작은 나무야. 너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를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러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렸을 테고. 직접 해보고 깨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

"자, 그런데 너는 뭘 깨달았니?" 라고 할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물으셨다.

KIS 교사들도 아이들을 향해서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묻곤 한다.

앞서 말했듯, 특례입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명문대의 입시 경쟁률은 23:1을 넘기도 한다. 연ㆍ고대에 법학과 신입생을 뽑지 않고, 약대와 의대도 학생을 거의 선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명문대 입시는 바늘구멍이다. 극심한 경쟁에서 현재까지 이 정도의 성과를 얻은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현재(2008년12월20일)까지의 진학 결과는 오른쪽과 같다. 다시 한 번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홍콩한국국제학교 김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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