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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위클리홍콩 스페셜] 홍콩마담 로사의 스페인 접수하기(7)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7-03 17: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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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8호, 7월 4일] "헹님, 내 스페인에서 말뚝 박을라요"   그라나다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
[제228호, 7월 4일]










"헹님, 내 스페인에서 말뚝 박을라요"

  그라나다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세비야행 기차 플랫폼으로 기차가 한 대 들어온다.  시간이 안됐는데 벌써 들어오나, 그래도 저건가 보다, 싶어 쪼르르 달려가 타려고 했더니 안내방송이 나온다.  세비야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눈치 빠른 후배가 플랫폼이 바뀐거 같다면서, 대세를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쪽으로 붙는다.  후배 말마따나 플랫폼이 갑자기 바뀐 세비야행 기차는 정시에 도착했고, 기차 안에서 산악자전거를 둘레 맨 젊은이들 서너 명이 내리는데 어찌나들 하나같이 잘 생겼는지, 거기다 온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생동감 넘치는 삶의 에너지에 숨이 턱 막힌다.  세상을 살 만큼 살아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내가 이럴 진데, 아직 시집도 안 간 후배는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헹님, 먼저 가시오, 나 스페인에서 말뚝 박을라요!!"  

  "니 맘대로 하세요!!  제발 날 좀 그만 따라 댕기고, 암눔이나 하나 붙들고 따라가 보랑께!!"


  덜커덩 거리는 기차에, 따끈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나무 농장, 아련히 흘러가는 뭉게구름들...  그리고 쏟아지는 졸음...  간혹 차표를 검사하러 왔다갔다 하는 차장의 얼굴도 거의 장관급 얼굴이다.  마드리드 고급 지중해식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지배인의 얼굴은 거의 수상급 얼굴이었지 아
마...  이러다 또 존다.  졸다보니 세비야에 도착이 됐단다.  오후 12시다.

  기차역에서 택시를 타고 버스역으로 오는 사이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  오늘 저녁 포르투칼 리스본으로 갈 버스편을 알아보니 오후 12시 버스는 벌써 떠났고, 오늘 밤 12시에 떠나는 게 하나 있단다.  알함브라에서 아저씨 심심할까봐 말동무 해주다 기차 한 대를 놓친 것이 이런 낭패를 가져왔다.  

  사실 세비야는 그다지 오고 싶지 않아서 리스본 가는 길에 그냥 찍고만 가려고 했던 곳인지라 마음이 동하지 않지만, 시간이 갑자기 12시간이나 남으니 어쩔 것인가, 세비야를 봐야지.

세비야의 이발사는 어디에?

  내가 왜 이곳을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사실, 그라나다보다 더 발전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곳이다.  뮤지컬 '노틀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가 그리던 곳이 바로 안달루시아의 '세비야'가 아닌가.

  세비야는 일명 '세빌리아'이다.  세빌리아하면 우리는 누구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생각한다.  하지만 세비야에서는 아무도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스페인 플라멩코의 본고장답게 거리 곳곳이 플라멩코 의상과 공연 포스터로 넘쳐난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에 빠져 이곳 세비야를 은근히 무시했는데, 거리를 걷다보니 사람들의 패션 감각이 장난이 아니다.  거리마다 명품 숍이 넘쳐나고 자라나 망고 같은 중저가의 숍들도 우리의 발목을 쉴 새 없이 붙잡는다.  유혹을 간신히 물리치고 여기저기 헤매고 또 헤매다 묵주를 손에 들고 어딘가를 향해 부지런히 가는 수녀님들을 붙들고 까떼드랄(대성당)을 물으니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상세하게 길을 안내해 주신다.  그래서 우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까떼드랄에 닿는다.

  까떼드랄은 스페인 최대의 성당으로, 로마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 자리에 있던 이슬람 모스크를 부수고 1402년부터 1세기에 걸쳐 고딕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우린 안타깝게 개방시간을 놓쳐 웅장한 외부모습만 구경하다 발걸음을 돌렸지만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내부의 제단 정면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싣고 온 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성모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예수님이 있고, 입구에는 4명의 스페인 왕들이 받들고 있는 콜럼버스의 석관도 안치되어 있단다.

  대성당을 지나 이슬람문화양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비야의 아름다운 알카자르를 지나면 오렌지 중정(정원)에 닿는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 가득한 나무와 꽃들, 현세와 내세를 넘나들 듯한 기이한 형태의 문자들 그리고 오렌지 나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세비야 거리에는 가로수가 오렌지나무다.  가로수에서 오렌지가 뚝뚝 떨어져 땅에 나뒹귄다.  

  세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비제의 <카르멘>이다. 이들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이 세비야이다.

  조르주 비제의 유작 오페라인 <카르멘>은 프랑스 소설가 메리메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전설속의 카르멘은 천하의 난봉꾼 돈 후안과 비견할 만한 여성으로 유럽에서는 흔히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인'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단다.

  카르멘은 또 여러 곡의 유명 아리아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은    제1막에서 정열적인 집시여인 카르멘이 뭇남성들을 유혹하며 부르는 '사랑은 자유로운 새'로 불린다.

  카르멘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세비야 대학이다.  18세기 중기에 세워진 바로크양식의 건물이다.  건설 당시는 담배공장이었는데, 공장을 지키던 경비병 돈호세는 이곳에서 일하는 카르멘과 만나 그녀의 요염한 매력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해적으로 타락한 그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카르멘과 돈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스며있는 이곳은 현재 대학 법학부가 되었다.

  오렌지향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스페인의 돌 하나, 담장 하나에 빼곡하게 스며있는 역사적 사건들에 취해 이리저리 방랑하다 문득 세빌리아 이발사의 자취가 궁금해진다.



<계속....글.사진 : 로사 rosa@weeklyhk.com>


* 대한항공은 인천~마드리드 구간 직항편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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