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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프로 골프레슨 - 2. 골프, 궁극의 목표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6-26 18: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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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7호, 6월 27일]   골퍼에겐 자신의 현재 처지에 가장 절실한 화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친구가 ..
[제227호, 6월 27일]

  골퍼에겐 자신의 현재 처지에 가장 절실한 화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친구가 티타임 만들어 놓았으니 가서 치고, 잘 치면 즐겁고 못 치면 열 받는 골프는 철학부재의 오락일 뿐이다.

  무언가 고민하고 미치게 만드는 생각의 구심점이 없으면 골프는 더 이상의 발전을 거부할 것이다.  어느 한 때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 화두는 어떤 것이라도 좋다.  기술에 관한 것 혹은 체력에 관한 것, 어쩌면 룰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코스의 설계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 가장 일반적인 화두 4가지를 소개한다.

100대 골퍼에게 골프란 그립과 어드레스
90대 골퍼에게 골프란 스윙과 샷
80대 골퍼에게 골프란 숏게임과 퍼팅
70대 골퍼에게 골프란 무심한 작대기질


  100을 넘나드는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샷이나 스윙이 아니다.  너무 앞서가면 나중에 기본기가 달려 고생을 몇 갑절로 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처음 시작할 때 기본을 충실히 하자  기본이 충실하면 커서 그만큼 고생을 덜 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서슴없이 그립이라고 대답한다.  다른 건 잘못 돼도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지만 그립이 잘못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처음 시작할 때 조급히 성장하려 하지 말고 기본, 즉 그립에 충실하자.

  아예 쓰지 못하는 클럽의 그립부분을 잘라서 집에 들어오면 항상 쥐고 생활해 보자.  물론 가족들은 '골프에 미쳐 정상이 아니구나'라고 눈을 흘기겠지만 잊지말라...  미치지 않으면 잘할 수 없는 것이 골프다.  집에서 미친놈 소리 들어도 골프만 잘 치면 더 바랄게 없겠다.

  그립을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 프로에게 잘 배우고 자던 놈을 깨워 클럽을 던져주면 바로 그립이 나와야 한다.

  그 다음은 어드레스.  어드레스는 그립 다음으로 중요하다.  어드레스는 공을 치는 기본골격 공사인데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이 무너지듯 어드레스가 부실하면 스윙을 제대로 뽑아낼 수 없다.  어떤 식의 루틴을 거쳐 어드레스를 시작하는지 잘 배우고, 특히 양 발의 간격에 유의하라.  너무 넓으면 바디턴에 불리하고 너무 좁으면 불안정하다.  SIT-UP을 매일 하라. 하루 100-200개씩.

  힘은 좋은 어드레스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립과 어드레스는 미래의 70대 핸디캡을 예약하는 교양필수과목이다.  교양필수는 학점을 제대로 따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이다.  

  90대로 들어가면 스윙과 샷이 가장 큰 관심사항이 된다.  어떤 스윙이 가장 바람직한 스윙일까?

  seamless swing...힘의 매듭이 없는 스윙이 가장 바람직한 스윙이다.  스윙은 simple 할수록 좋고 어느 한 곳에 힘이 뭉치지 않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분포된 힘으로 간결하게 피니시 까지 완성하면서 언제 공이 맞아 나갔는지 모르는 스윙이 가장 바람직한 스윙이다.

  90대에 자칫 잘못하여 점수의 미혹에 빠져버리면 바로 쌈닭골프로 나가버리는 수가 있다.

  그런 골프를 치면 처음엔 점수가 좋아져 흐뭇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스윙과 샷엔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    이다.

  한 번 옆길로 새면 다시 돌이키기 쉽지 않고, 일생을 쌈닭골프 치다 막을 내리는 수도 있다.  명심하시라.  내기에 길들여진 골프가 좋은 스윙을 갖기란 90대 골프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싱글 핸디캡 되는 것만큼 어렵다.  간혹 그런 사람도 있긴 있다고 들었다.

  멀리 보기를....  점수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아도 초조해 하지 말고, 올바른 스윙을 찾아 헤매는 "여유를 잃지 않는 열정"이 필요하다.
좋은 스윙은 좋은 샷을 만드는 기본이며, 좋은 샷을 소유해야 품위와 실력이 겸비된 골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대의 핸디캡은 골프의 꽃이다.  누구와 붙어도 호락호락하지 않고, 나름대로 골프에 대한 일가견을 갖는 때이다.  스윙과 샷을 어느 정도 이루었고 점수의 대부분이 숏게임과 퍼팅의 성공도에 지배당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린 혹은 그린 근처까지는 무리 없이 가는데 정작 그린위에서 절망하는 경우가 많을 때이다.

  대부분은 여기서 멈춘다.  80대면 그리 흉하지 않은 핸디캡이고 더 이상 향상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서 한 번 더 점프하려면 또 한 번 미쳐 돌아가야 하는데 가족들 보기도 민망하고 또 그 열병의 소용돌이로 뛰어들기가 솔직히 겁난다. 그 짓을 또 하라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숏게임과 퍼팅은 왕도가 없다.  많이 연습하고 실전을 많이 치른 사람이 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 내기도 만만치 않고 먹고살기도 바쁜데...

  집에서 거실에 바구니 하나를 장만하라.  공을 한 50개쯤 늘어놓는다.  가족들?  얼굴에 철판을 깔아라.  싱글 치는 사람들 중에 배짱 없는 사람 못 봤다. 배짱을 두둑이 가져라.

  가족들과 떨어져 연습장에서 나홀로 연습하는 것보단 거실에서 구박을 받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부대끼며 연습하는 것이 훨씬 낫다.

  집에서 연습하는 걸 과소평가하지 말기를, 타이거도 소싯적 집안의 가구들 사이에서 숏게임 연습할 때 칩샷한 공이 테이블과 소파사이를 절묘하게 가르며 원하는 곳에 떨어지는 스릴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백하고 있다.

  더구나 공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순간에 날아올 엄마의 불벼락은 매스터즈의 우승펏 보다 더 큰 압박과 긴장을 경험하게 했노라고 되뇌고 풀고 있지 않은가.  아내의 빨래 개키는 바구니 옆에 바구니를 하나 더 가져다 놓고 웨지로 계속 공을 집어넣는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아내와 이야기하고 혹은 아이들 숙제도 봐주면서 틈틈이 공을 집어넣다 보면 숏게임이 어떤 것인지, 그린 주위에선 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지, 심지어는 잘못 떨어지는 순간 날아올 불벼락의 압박감까지도 감이 잡힌다.

  바구니를 움직여 거리를 조절하고, 아무리 압박감이 좋아도 바구니 밑에 담요나 카펫 등을 깔아 공의 튕김을 막자.  싫증나면 9시 뉴스를 귀로 들으며 연습한다.  숏게임이 싫증나면 퍼터를 잡고 퍼팅이 싫증나면 골프 비디오를 보고 그마저도 싫증나면 실내자전거를 타며 하체를 단련시킨다.

  80대의 숏게임과 퍼팅은 웨지나 퍼터 한 번이라도 더 잡아 본 사람이 잘하는 법이다.  하지만 필히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가 없으면 점수가 좋아지지 않는다.

  골프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70대에 도달했다.  이젠 별로 향상할 여지가 많지 않다.  아마추어로서 기술적으로는 거의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이제 화두가 남았다면 그건 마음의 문제이다.  싱글을 자주 때리면 점수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내용이나 샷의 손맛 같은 내면적 화두가 더 흥미 있다.  싱글들과 라운딩 해 보면 70대를 치고도 별로 안색이 안 좋은 경우나 80대를 쳤는데도 얼굴이 환한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70대의 화두는 "마음 다스리기"이다.  마음을 다스려 샷을 무심하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면 결국 득도를 한다는 것인데, 이미 점수를 초월한 핸디캡이 되면 그때서야 골프가 무엇인지 보이게 된다.

  골프란 운동도 오락도 자기과시도 사교도 그 무엇도 아니다.  70대에 진입해서 점수를 초월하고 무심하게 치다보면 골프는 간절한 여백이다.

  살아가는 이야기로 넘쳐나는 우리의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랑과 배신, 영욕이 얼룩진 우리 삶에 한 줄기 여백으로 남겨진 마지막 피난처 같은 곳.

  그런 여백하나 마음에 품고 있지 못하면 살아가는 일이 고단한 오르막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결국 70대 싱글 핸디캡의 화두는 인생의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침식당하지 않고 마음속 깊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희망처럼 간직하는 순백의 무심한 공간 한 점을 창조하는 간절함인지도 모른다.

골프레슨 & 칼럼
최프로  (852) 6143-9848  
6906-7978


<'최프로의 골프레슨' 칼럼은 위클리홍콩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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