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5월6일, 77호] 제 몸을 뜯어 먹는 버릇 오늘은 그 향이 독하기로 유명한 '한방에가' 칵테일 만드는 법을 알려드..
[2005년5월6일, 77호]
제 몸을 뜯어 먹는 버릇
오늘은 그 향이 독하기로 유명한 '한방에가' 칵테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나온 모든 재료들을 한 스푼씩 500cc잔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두어 번 저은 후 단숨에 들이켠다.
- 비소 : 개미 살충제로 사용됨.
- 암모니아 : 세척제로 사용됨.
- 부탄 : 불붙이는 점화 액으로 사용됨.
- 카드뮴 : 재충전 배터리에 사용됨.
- 청산칼리 : 쥐약으로 사용됨.
- 메탄올 : 제트기 연로로 사용됨.
사실 첫 줄에 나오는 '비소' 하나만 읽어도 '아니 칼럼에 써먹을 소재가 아무리 바닥이 났어도 그렇지, 이게 지금 뭔 소리야'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재의 빈곤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극단으로 치닫는 일은 사전에 방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위에 나오는 칵테일 재료들은 담배에 들어있는 4000여 종의 유해물질 가운데서 특히 악명이 높은 것들만 추린 것입니다. 그것들을 눈으로 보지 않고 담배로 흡입하는 것은 끽연자로서 어쩔 수 없는 도리라고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찰랑찰랑 물을 부은 재떨이에 꽁초를 떨어뜨려 30분 정도 우려낸(?) 물을 권하면 디저트로 나온 수정과 받아먹듯 흐뭇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버릇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보니 흡연이 떠올랐고 4000여 종의 유해물질들이 일으키는 온갖 폐해가 줄줄이 사탕으로 생각나는 바람에 '한방에가' 칵테일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사실 한 가지 버릇을 수십 년간 유지하는 것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한 개인의 생활양식의 일종인데, 같은 버릇이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기간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마흔이 넘은 한 사업가는 대학생 시절에 담배를 6개월쯤 피우다 왠지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피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취업주부는 손톱주변의 살을 뜯어 먹는 버릇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직까지 고치지 못 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뭐라고? 제 몸을 뜯어 먹는다고?!' 그녀의 고백을 무심결에 주워들은 동료 직원이 별안간 어딘가로 사라져버립니다.
고질이 된 버릇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버릇을 고치고 싶은 유혹과 마주치게 마련입니다. 어린 자식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금연을 요청한다든가 목 주위가 더부룩하니 뭔가 손에 만져지는 듯해서 신경이 쓰인다든가 참다못한 배우자가 돈 들여 사온 금연보조제를 못이기는 척 받아들 때가 바로 그런 유혹과 마주치는 순간입니다. '이놈의 버릇이 문제긴 문젠가 보다. 어디 한번 고쳐봐?' 그렇게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그 여세를 몰아 주변의 협조를 청하고 자신의 계획을 만천하에 알려 재빨리 실천에 옮길수록 성취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머릿속에 쌓아 둔 계획을 끄집어내서 바깥 세상에 보란 듯 내보이는 것은 책임의식을 북돋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신의 계획을 남들도 알아야 당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을 주의하여 당신을 서포트 하게 됩니다.
나 혼자만 변하면 되는 일
버릇을 고친다는 것은 그 당사자와 함께 주변 환경도 동시에 변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버릇과 공생했던 것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서포트 해주는 환경과 대인관계, 사고방식 등이 새로 생겨납니다. 적어도 하루에 세 갑은 피워야 밤에 잠이 든다던 S는 금연을 시도한 지 5년 만에 힘겹게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담배를 끊는 것은 자기를 제외한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상태로 금연에 도전하여 아무도 모르는 실패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이건 담배만 안 피운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담배를 줄이고 또 줄이는 과정에서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는 걸 느꼈지요. 또 담배를 덜 피우니까 가봐야 불편한 술자리는 피하고 집에 와서 쉬니까 주말에 운동을 할 수 있는 기운이 생기더라구요. 운동을 다니면서 하이킹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평일에도 그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서 자연히 술 담배에 절어서 만나던 사람들은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지요. 그때 가족들에게 담배를 영원히 끊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터놓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장기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식구들이 다 이건 우리 일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으니까요. 주말이면 온 식구가 TV앞에 모여서 온종일 지내다 늘 가는 식당에 가서 외식하고 들어오는 게 고정스케줄이었는데, 지금은 주말이면 다들 운동복 차림으로 활동적으로 지내요. 제가 담배를 끊었을 뿐인데 우리 가족들 생활 자체가 돌변해 버린거죠."
그렇게 말하는 S가 금연에 성공하기까지는 그만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술 담배 안하는 사람은 더 이상 믿고 일할 수가 없다던 상사와 동료들의 비아냥, 금연을 선언했을 때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와주는 것도 아닌 애매한 반응들, 그를 만날 때면 평소보다 담배를 더 피우고 술도 더 마셔대던 한 친구, 초기 금단증상으로 시달리던 그의 짜증을 견디다 못한 아내가 아예 담배를 다시 피우라며 홧김에 한 보루를 사다 던져주던 일 등등.
"20년 넘게 줄담배 피우던 버릇을 고쳤다기보다는 '나'라는 사람 자체가 금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뿌리째 변해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요. 변해버린 지금의 나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 때문에 매사를 혼자 처리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지… 돌이켜보니 그런 태도가 주된 삶의 방식이었더군요. '쳇, 도움 같은 걸 청해서 뭣 해'하고 아예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식이죠. 자립심을 가장한 시니컬하고 삐딱한 태도 말이예요. 그런 사고방식에 젖어서 혼자 지나치게 분석하고 뚫고 나가려 했기 때문에 매사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혼자 아등바등하던 시간에, 필요한 게 있으면 터놓고 협조를 구하는 적극성이라든가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하는 재주라도 키웠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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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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