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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천사'의 공연을 보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5-30 16: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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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6호, 6월1일]   연주회를 마치고 리셉션장에서 만난 희아는 더 작고 더 여린 소녀였다.  싸인을 청해오는 수많..
[제176호, 6월1일]

  연주회를 마치고 리셉션장에서 만난 희아는 더 작고 더 여린 소녀였다.  싸인을 청해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고 맑은 웃음으로 맞으며 두 손가락으로 볼펜을 쥐고 정성스럽게 사인해 주는 모습조차 감동스러웠다.

  세상 사람들에게 빛과 희망을 주는 손가락이 두 개뿐인 그녀의 손이 너무도 작고 부드러워 애써 참아온 눈물이 다시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리셉션에 참석한 교민들의 눈이 희아의 연주를 들으며 흘린 눈물로 아직도 촉촉했고 더러는 눈시울이 벌겋기도 했다.

  '심금을 울린다'라는 말이 있다.  심금(心琴)이란 말 그대로 마음속의 거문고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거문고 소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무대에 조용히 앉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기 위해 첫 건반을 누를 때부터 심금이 조용히 떨리기 시작했다.

  무릎 아래 다리가 없는 희아가 두 손가락을 높이 흔들며 마치 갓 돌 지난 아이처럼 아장아장 무대 위로 걸어 나올 때부터 저 다리로 어떻게 피아노 페달을 밟고, 저 두 손가락으로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애잔한 마음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팠었다.  

  내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열 손가락으로 쳐도 힘든 그 곡을, 그녀는 손의 기교 대신 영혼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지치거나 힘든 기색조차 없이 표정은 한없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건반 하나하나를 두드리며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완성해가는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감동과 환희로 가슴이 떨렸다.

  손가락이라고는 양 손 합쳐 모두 네 개뿐인 희아, 숫자와 물리적 감각이 거의 없어서 모든 곡을 통째로 외워서 친다는 그녀, 그래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완전히 연주하기까지 하루 10시간씩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자기 이름 '희아'와 같은 환상곡을 들으며 홍콩거주 한인들과 홍콩시민 그리고 장애우들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며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하는 그녀는 천상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천사였다.

  네 손가락이 아닌 네 개의 심장을 가진 듯한 그녀의 따스함은 전염성이 강해 어느 누구도 담박 그녀를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 연주 중간 중간 짧은 인터뷰와 곡 소개를 하면서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하는 일반인들도 갖기 어려운 저런 밝고 맑은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간호사였던 희아의 어머니 우갑선 씨는 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세 손가락이 없다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네 손가락에 늘 감사며 산다고 말한다.  두 손가락밖에 없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홍콩에까지 와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고, 뷰티 체러티와 함께 공연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해 한다는 희아, 그처럼 밝고 맑은 것은 그의 마음속에 신앙과 함께 사랑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리라.

  연주회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나태와 나약에 빠져 허덕이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고작 나이 드는 서글픔과 갖지 못한 것에 불평하며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한 욕으로 괴로워한 나는 얼마나 약하고 한심한 존재란 말인가.

  장애우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으로부터나 자신이 깨어날 수 있었고, 음악의 의미 그리고 삶과 신앙의 재발견 등의 커다란 가르침을 얻은 이번 공연을 우리 한인사회와 홍콩사회에 선사해준 Beautiful Charity와 이 아름다운 콘서트를 든든하게 후원해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희아 희아친타
  현재 국립 한국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 음악과에 재학 중인 희아는 2008년 베이징(북경) 장애인 올림픽성공을 기원하는 중국 7개 도시 순회공연을 2007년 4월13일부터 베이징에서 시작했고, 그 수익금은 중국의 선천성 녹내장 환자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처럼 희아는 그의 세례명 '희아친타'와 같이 세상에서 중병을 앓는 사람들의 고통을 돕고자 했던 폴트갈 파티마의 성녀 '희아친타'의 봉사와 사랑의 길을 꿋꿋이 걷고 있다.



<감동이 있는 인터뷰>
  여기 홍콩에서는 3번째 공연입니다.  하면 할수록 홍콩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홍콩사회를 위해서 연주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나 우리를 위한 연주를 해왔지만 이렇게   남을 위해 연주한다는 게 더 큰 행복이고 영광이고 감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런 뜻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 Cellist 배일환 교수 -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뒤에서 꿋꿋이 지켜오고 수고한 엄마의 손길과 함께 희아씨의 노력과 눈물이 그대로 느껴지는 감동적인 연주회였어요.  없는 손가락 3개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2개의 손가락으로 저렇게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몰라요.
                                                                                                       - 윤덕란·교민 -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너무 큰 감동을 받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돕니다.  오늘 연주를 듣게 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온 세계를 다니며 많은 장애인들에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희아씨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 교민 -


   너무 좋았어요.  희아 언니가 두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는 것을 보며 감동받았습니다.  손가락이 아프고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언니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이라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건강한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  유소원, 김형준 WIS 학생 -


<글 : 로사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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