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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 (39) - 힘내라 틴에이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1-26 11:34:22
  • 수정 2016-12-21 18: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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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5호] 그들의 침묵은 정말 금일까   "요즘 또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잘못해서 듣..
[제65호]

그들의 침묵은 정말 금일까
  "요즘 또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잘못해서 듣지 어머니께서 그냥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난 어머니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쓸모 있을까?'걱정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 안 들까?
  난 내 마음대로 말을 못 한다.  일기장에 털어놓으면 우리 집 식구가 볼까 봐 겁이 난다.  또 다 잡아 째 뿌면 난 또 걱정이 되고 모든 일이 안 된다.  난 내 마음대로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펑펑 울고, 욕하고 싶을 때는 내 마음대로 욕을 하는 시간,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난 어떤 때는 물에 빠져 죽고 싶을 때도 있다.  난 그 때마다 '내가 빠져 죽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내가 죽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살자! 나도 생명이 있고 아직 죽으려면 멀었어.  아직 난 어리고 나의 재주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끝까지 살아야 돼.'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위의 글은 이호철 선생님의 '학대받는 아이들'에 실린 6학년 여학생의 일기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속마음을 시원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 고민해본 경험이 있으리라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적절한 분출구를 찾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사는 현실입니다.  그럴만한 상대가 없을 때도 있지만 어쩌다 여건이 돼도 이런저런 이유로 차마 입을 열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 숨쉬는 인간은 고사하고 찢어버리면 그만인 종이쪽지에 조차 속마음을 내보이지 못 하는 답답함 속에 살아갑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달픔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노트 한 권이 그리운 순간이 우리에겐 있는 가 봅니다.  얼마 전, 예전엔 곧잘 일기도 쓰곤 했다며 한 숨 쉬는 사람에게 다시 일기를 쓰라고 권했더니 손사래를 치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껏 참았는데 그냥 혼자 삼키고 말지, 그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더 복잡해지지.  그건 진짜 수습하기 힘들다구.'  그런 대답을 들으면 마음속 진심을 드러낼 수 없는 그의 생활환경이 안쓰럽게 여겨집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일기장을 갖지 못 하고 있습니까?  그 이유들은 당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줍니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요즘은 틴에이저들과 그룹 코칭을 통해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주재원 부모를 따라 홍콩에 온 친구들도 있고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는 정들자 떠나야 할 철새 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그들에게선 안정을 선호하는 성인들과는 달리 변화와 피드백을 적극 찾아 나서고 받아들이는 열의와 도전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라이프 코치란 사람들이 안심하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의 공간을 만드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말실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죄책감이나 뒷일을 걱정함이 없이 감정을 풀어내도 괜찮다는 확신이야말로 진솔한 자기 성찰과 계발의 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한 학생에게 일기장을 사다 주었습니다.  그것을 받아 든 학생은 오히려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런저런 십대의 비리를 털어놓은 그것을 안심하고 두고 다닐 곳도 없는데다 집에서 들키는 날엔 반죽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팔십 노인마냥 한숨을 짓는 그에게 '살기 힘들지?'하고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떨군 학생은 후드득후드득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교 성적도 좋고 운동신경까지 발달한 이 학생이 굳이 슬퍼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만, 모범생도 인간인지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자신이 매사에 품행이 방정 하다는 평판 때문에 오히려 터놓고 의논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일기장 하나 갖는다는 게 나이를 막론하고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일인가 싶습니다.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종이 한 장의 위안 없이 항상 용기를 갖고 살기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일상의 찌꺼기를 상쾌한 샤워로 씻어내는 것처럼 그날 쌓인 감정의 오물들을 내버리고 그 중 재활용할 것들은 추려내는 과정도 중요한 일입니다.  가정이나 학교, 일터에서 무작정 혼자 속으로 삭이는 모습들은 꿋꿋함 이라기보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며 울화에 시달리던 복두장이의 무기력한 쓸쓸함일 뿐입니다.  당신 주변은 어떻습니까?  홀로 삭이고 다수를 따를수록 깍듯하고 편안한 관계들에 휩싸여 있습니까?  아니면 노트 한 권에 담긴 당신의 사연쯤 설사 알게 된다 해도 결국 품어주고 용서하는 든든한 관계들 속에 살고 있습니까?

장국영 투신, 설마 그럴 리가
  홍콩에 살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로 와 닿지 않는 사건 중 하나가 2003년 일어난 대스타 장국영의 투신자살입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상반된 의견과 의혹이 분분했지만 그래도 하나 공통적인 반응은 '그가 자살할 줄은 미처 몰랐다'는 놀라움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주변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남모르게 도와주면 주었지 자기의 힘든 사연은 좀처럼 티내지 않는 그의 평소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깔끔한 겉모습 이면에 숨어있는 애
환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과 메모지에 몇 줄 끄적인 유서 등이 적막했던 스타의 삶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살 같은 극적인 경우는 아니라도 그런 비슷한 식으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간혹 있습니다.  친하다고 여겼는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린 사람, 별안간 연락을 끊고 모임에서 사라진 사람, 남들의 의견
으로 나를 판단해버리는 사람, 아예 공동의 적(?)의 측근이 돼서 다시 나타난 사람, 얌전한 학생이려니 믿었던 자녀의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 어쩌다 알게 된 기막힌 소식과 그로 인한 배신감 등에 마음은 돌연 얼어붙어버립니다.  순간의 충격에서 벗어나 실망과 노여움을 걷어내야 그 놀라운 사건들 속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 메시지들은 진작에 정리했어야 할 관계들을 드러내주고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임을 알려줍니다.  가족간의 의사소통, 업무상의 관계, 그 외 사적인 친분관계들의 허술한 부분을 드러내 내부수리의 시급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열린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당신이 마음 놓고 소신을 펼쳐낼 수 있는 관계, 당신의 실수가 용서와 개선의 기회가 되는 관계들 속에 충만이 가득한 삶을 일궈가기를 바랍니다.
* 칼럼에 대한 느낌이나 궁금한 점을 라이프 코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답해드립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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