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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28) - 메이드가 임신을 했어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1-12 15: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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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3호] 메이드가 임신을 했어요.   얼마 전 연락이 닿아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하던 수형을 만나게 되었다.  ..
[제63호]

메이드가 임신을 했어요.

  얼마 전 연락이 닿아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하던 수형을 만나게 되었다.  수형의 외모는 매우 늠름하고 당차보이며, 사고 또한 외모 못지않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지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 수심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서려 있었다.
  이유인 즉 이렇다.  직장도 이직을 하게 됐고, 아내도 셋째 출산 후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게 되어 아이들을 돌봐줄 메이드를 고용하게 됐다.  그 메이드가 계약 후 2주간 필리핀에 다녀오면서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드들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일이지만 지극히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메이드의 임신만큼 골치 아픈 일은 없다.  임신으로 인해 그냥 곱게곱게 배가 불러 막달에 자국으로 들어가 출산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어떤 메이드들은 입덧이 너무 심해 주인이 밤낮으로 메이드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돌발하기도 한다.  
  홍콩 사람들은 메이드가 임신을 했다고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메이드와의 계약을 종료하고자 한다.  그러나 홍콩에서 메이드와의 분쟁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신문제이다.  메이드라는 것도 엄연히 직장이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사회가 보장을 해줘야 한다.  때문에 홍콩이라는 사회는 메이드들이 임신했을 때 철저하게 보장을 해준다.  만의 하나 메이드의 임신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고, 메이드로부터 고소장이 날아들어 오면 법정은 100% 메이드편이 되어준다.  상황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수형의 메이드 이야기를 듣기 바로 전날 역시 한 교민이 내게 전화를 해와서 자신의 메이드가 임신을 했다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상의를 해 왔다.  방법은 없다.  메이드 본인이 임신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이상 해고를 했다가는 크게 당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분은 암울한 기분이 되어 수화기를 내려 놓았드랬다.
  수형에게 이런저런 정황에 대해 설명해 주니 그의 얼굴에 수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그 때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던 분이 다른 한 사람을 동행하여 나타났는데 그는 법조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인지라 수형은 희색이 만연해 졌다.  
  다행히 수형의 메이드는 나이어린 미혼인데다, 카톨릭이 국가종교인 필리핀에서는 미혼이 임신했다는 사실은 죄악시 되는 상황인지라 본국으로 돌아갈 충분한 여비와 시간을 제공한다면 계약을 종료하고 잠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동석했던 조언자도 그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잘 협의해 서운하지 않게 보상하고 돌려보내라고 했다.
  그 이후로 수형네 메이드는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잘 해결 되었으리라.  

화장실에 버려진 아이
  이것도 몇 년 지난,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된 사건중의 하나다.
  홍콩의 한 집안 화장실 휴지통에서 갓 태어난 핏덩이 영아가 숨진 채 발견이 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범인은 다름 아닌 그 집 메이드였다.
  메이드가 임신하게 되면 주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해고하려드는 홍콩사람들인지라 메이드들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데까지 숨긴다.  불러오는 배를 눌러 싸매고 또 싸매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 사실을 숨긴다.  그러다 발각이 되면 두 세달 안에는 어떤 연유로든 계약 해지 통지가 날아 온다.
  그 집 메이드는 미혼모였다.  기혼자라면 본국으로 돌아가기라도 하겠지만 미혼모라 그럴 사정도 안 되고, 남자친구는 책임을 회피하고, 그렇다고 중절수술 할 만큼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어서 숨기고 숨기다 결국 출산 날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앉아 아이를 낳고 바로 아이를 휴지통에 버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그녀의 주인은 물론 주위의 메이드들까지도 몰랐다고 한다.  단지 몸이 불어 뚱뚱해졌다고만 여겨질 정도로 티 안 나게 관리를 해왔던 모양이나, 그 잔인한 모성으로 인해 홍콩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홍콩 정부가 그렇게 메이드들의 임신을 보장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아주 특별한 서영씨네 메이드 이야기 1

메이드의 행복은 우리의 행복
  홍콩에서 20년을 넘게 산 서영씨네 메이드 릴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성장해 외국으로 유학가 있지만, 이 집도 나처럼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필리핀 메이드와 함께 사연 많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서영씨네 집은 그랬다.  특히 그녀의 남편은 아이들을 돌보고 가사 일을 하는 메이드가 기뻐야 우리도 기쁘고, 메이드가 즐거워야 우리도 즐거우며, 메이드의 행복은 바로 우리의 행복이라고.  그 생각에 이의를 다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서영씨네는 메이드를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를 하고 또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한 예로, 아예 에어컨 시설 장치도 없는 홍콩 부엌에 대 공사를 해가며 에어컨을 설치했다.  메이드를 위해서.  부엌에서 일 하는 메이드가 더위로 인해 짜증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기다 그 집은 메이드 전용 전화기도 에어컨에 이어 부엌에 놓아줬다.  
  앞서도 말했지만 서영씨네는 남편부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메이드에 대한 배려는 아주 남다르고 특별하다.  그러다 보니 기분을 살펴주는 건 기본이고 음식까지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눈 여겨 봤다.  그래서 결국 메이드가 한국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안 후 따로 음식을 해 먹으라며 생활비까지 챙겨줄 정도였다.


메이드의 남편
  서영씨네 메이드 릴리는 결혼을 하여 필리핀에 어린 아이를 하나 두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외항선을 타는 마도로스였다.  그러다 보니 릴리의 남편은 아내가 있는 홍콩으로 외항선을 타고 들어올 기회가 종종 있었다.  
  처음 릴리는 그런 남편을 만나야 한다며 외박을 신청해 왔다.  남편을 만나겠다는데 막을 서영씨네가 아니지 않은가.  릴리는 일찌감치 집안일을 허둥지둥 해치우고 남편을 만나러 나가곤 했다.  그런데 마도로스 남편의 방문 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외박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물가 비싼 홍콩에서 남편과 외식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비쌌으랴.  릴리는 결국 남편을 집안으로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릴리의 남편이 방문하는 날이면 이 집은 잔치 분위기가 됐다.  메이드의 일과는 이른 아침 시장 보는 일부터 시작이 됐다.  그 다음부터 요리가 시작 되는데 육류며 야채, 거기다 값이 비싸서 평소 서영씨네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싱싱한 대하며 해산물들을 하루종일 지지고 볶고 튀겨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차려냈다.  서영씨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서영씨네 가족의 저녁 상 위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마른반찬 몇 가지와 된장찌개 하나가 전부고, 릴리와 그녀 남편의 밥상은 그야말로 황제의 만찬 테이블이었던 것이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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