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1호]
다지고 넘어가기
착하고 순진한 한국 어머니들이 홍콩에서 약아질 대로 약아진 메이드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적..
[제61호]
다지고 넘어가기
착하고 순진한 한국 어머니들이 홍콩에서 약아질 대로 약아진 메이드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적잖이 보게 된다. 그런 분들에게 메이드는 인간적으로 대하는 게 맞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냉정을 잃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얘길 한다. 어떤 분들은 그 많은 세월을 홍콩에서 살았으니 어련하겠나 싶어 나의 조언을 새겨듣지만, 어떤 분들은 그런 얘기를 하는 내게 '모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훗날 얘기하기도 한다. 그 분이 그 얘길 나한테 할 때 쯤이면 이미 메이드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이후이다.
메이드는 젊고 이뻐도 탈이고, 너무 소탈하면 위생관념이 없어 탈이다. 그리고 너무 나이가 든 경우는 갱년기 증세로 인해 주인을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이도 저도 다 싫어 처음부터 맘에 드는 순진한 메이드를 필리핀으로부터 데려와 교육을 시키는 것도 메이드와 몇 년을 생활해 본 후에나 가능해진다. 홍콩에서 수년을 살아온 메이드들은 순진한 한국 아줌마들을 이리저리 잘도 요리한다.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국 메이드 경험이 전무한 한국 아줌마들이 모진 홍콩사람들로부터 산전수전, 거기다 공중전에 화생방전까지 겪으면서 강인해진 그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계약에 의한 만남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콩 가정부 노동법(대부분은 계약서에 다 명기돼 있다)에 따라 살면 그만이다. 쉬는 날 쉬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하게 해야 하는 날은 급여를 한달로 나눠 나오는 수(HK$120정도)가 일일 수당이니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되, 관례적으로는 HK$150~200을 준다. 이때 반드시 싸인 받아두는 것을 잊지 말자.
메이드들의 귀가시간도 계약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통은 밤 9시까지 돌아오나 어떤 메이드들은 24시까지가 자기네의 휴일이라며 이를 고수하려 하는 친구들이 있다. 계약할 때 이를 바로잡던지 주인이 거기에 맞추던지 해야 훗날 이 일로 머리 아파지는 일은 없다.
또 메이드들이 하룻밤을 자고 들어오겠다고 요청할 때가 있지만 가능한 한 허락 않는 편이 좋다. 이런 날은 대개 누구의 생일파티거나 크리스마스 파티와 같은 경우이다. 왜냐하면 몇 개월 후 가정부 배가 서서히 불러오는 것을 겉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만취해 돌아다니다 일 저지른 후 경찰서에 감금돼서 전화가 걸려올지도 모르는 등, 이런저런 사고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위법적인 상황하에서 메이드를 쓰면 고스란히 주인의 책임으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왜냐하면 메이드들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 한도를 너무도 잘 알고 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메이드와 계약을 한 후, 월급은 반액만 주고 나머지 반은 아는 사람네 집에 가서 일한 후 받게 하는 것이 암암리에 성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 아주 비참해지는 사람들도 적잖다. 최근에는 그러한 관행을 적발하기 위해 이민국에서 감시를 철저히 하고, 또 적발될 경우, 주인은 수십반불의 '벌금+구류'형이 언도된다. 이때 메이드들에게 떨어지는 형은 '추방'에 불과하다 . 주인이나 메이드들이나 요령껏 잘 하면 적발의 위험이 크진 않지만, 메이드가 주인에게 불만을 품거나, 필리핀으로 아예 돌아가야 할 시기가 되면 주인을 상대로 협상(협박)을 하려한다. 물론 아시다시피 모든 메이드들이 그렇지는 않다. 만에 하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상황이 괜히 있는게 아니니만큼 어떠한 빌미도 제공해 주어서는 안 된다.
지금 혹시 메이드를 나눠 쓰고 계신 분들, 간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메이드를 나눠쓰고 싶어요'라며 올리는 분들, 지금 혹시 그렇게 사시는지... 그렇다면 이제 서서히 정리하고 계약서대로 살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몇 천불 아끼려다 수십만불 날아가고, 게다가 홍콩의 교도소 까지 구경하게 되는 날이면 빛나는 가문에 먹칠
하는 수가 생기니 말이다.
목욕하다 쫓겨난 메이드
대부분의 남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불씨 같고,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같아서 여자들은 평생 마음 편히 지내기가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나 홍콩이나 아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창조주는 아담이 잠든 사이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꺼내 아리따운 여자를 만들어 곁에 두셨다. 아담은 하와가 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와의 존재가 오래되면 될 수록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다른 아담의 갈비대로 만든 하와들을 눈여겨보기도 하고 또 과감하게 쫓아가기도 한다.
그런 아담의 본능적 속성을 아시는지 창조주는 하와에게 또한 육감이라는 본능을 주셨다. 아담들의 눈빛으로, 몸짓 하나하나에서 여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예리한 느낌을 받아 불안감에 휩싸이고 만다. 벗어놓은 와이셔츠에서 다른 하와들의 향수가 느껴지고, 양복 주머니에서 술집 명함이 나오면, 또 한 술 더 떠 어느 하와가 친필로 곱게 써준 메모가 발견된다면 창조주가 태초에 만들어 놓은 하와는 아담이 잠든 때를 기다려 갈비대를 세어보며 남몰래 고뇌에 빠지게 된다.
설령 나의 아담에게서 아무런 흔적을 발견할 수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더라도, 하와들은 세상에 오직 홀로 우뚝 만들어 세워졌던 '태초의 아담'에 대해 언제든 다시 훨훨 타오를 수 있는 그런 '불씨' 같은 존재라 여기고 은연중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여자들이다 보니 내 남자에게 최대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물가
에 못가도록 막고 싶고, 잠잠한 불씨에 바람이라도 불까, 바람막이라도 해놓고 싶은 그런 심정을 남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 일도 여자들의 그런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가 보다. 홍콩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언니를 두고 있는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나는 그 집의 메이드가 이쁘고 늘씬한지에 대해 물어보진 못했지만 나이가 어렸다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친구 언니는 외출했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도 일찍 퇴근해서(홍콩 남자들은 대부분 일찍 퇴근한다) 집에 와 있었는데 메이드는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욕실 문을 빠끔히 열어 놓고서. 친구의 언니는 이 친구가 깜빡 잊고 문을 안 잠갔다고 생각하고 문을 잠가줬다. 그리고 샤워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너 깜빡 잊고 욕실 문을 안 잠갔드라, 집안에 애들이 있고, 여자가 있어도 불안해서 문을 잠가야 하는데 너는 어떻게 문 잠그는 걸 잊었니?" 하며 꼭 잠그도록 타일렀다.
일은 그 다음에도 또 일어났다. 이 언니가 밖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상황은 지난번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남편이 퇴근해 집에서 왔다 갔다 하고, 메이드는 욕실 문을 지난 번 보다 조금 더 열어놓고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언니는 너무 황당해서 기가 막혔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 번 보다 더 강하게 타일렀다.
친구의 언니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것이 도대체 어떤 속셈으로 내 남편이 버젓이 혼자 있는데 욕실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해대고 있는가 싶어서 말이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샤워를 할 땐 불안감에 문을 반드시 잠그고, 잠긴 것을 꼭 확인 하고야 샤워에 들어간다. 해서 언니는 본인이 있을 때 이 아이가 샤워할 때 문을 잠그는지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자신이 있을 때는 문을 잠근다는 것이다. 남편이 혼자 있을 때만 문을 열어놓고 샤워하는 이 아이의 의도를 어찌 생각해야 하나. 언니는 잠을 못 이루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기어코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친구 언니는 다시 외출 할 일이 있어 외출하고 돌아오마고 나갔다가 남편이 퇴근할 때 쯤 되어 막바로 돌아왔는데... 그녀는 역시 샤워실 문을 빠금히 열어놓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언니는 다음날로 이 아이에 대한 계약을 파기했다고 한다.
이 언니가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가정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홍콩의 많은 가정에서는 젊고 이쁘고 싹싹한 메이드들로부터 안방을 빼앗긴 홍콩 여인들이 무수히 많은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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