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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 (33) - 눈에 보이지 않는 선물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2-08 13:29:35
  • 수정 2016-12-21 18: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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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9호] 학대받는 아이들   5학년 들어와서 일어난 일이다.   엄마는 공장에 다닌다.  그래서..
[제59호]

학대받는 아이들
  5학년 들어와서 일어난 일이다.
  엄마는 공장에 다닌다.  그래서 공장에 다녀오면 피곤하기 때문에 눕기부터 먼저 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반찬이 시원찮다.  그래 하루는 엄마가 저녁밥을 차려 왔는데 마찬가지로 반찬이 먹을 만한 게 거의 없었다.  그러니 아빠는 갑자기 일어나서 엄마한테 욕을 하였다.
  "야 이 기집아, 이기 반찬이가!"
  "반찬이지 뭐고."
  아빠는 팔을 걷어붙였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야 이 기집아, 부엌에 미나리 가지고 묻히가 해도 될 긴데 니는 뭐하노."
  "내가 노나?  공장 갔다 오마 피곤해가 죽겠구만도, 와 자꾸 카노?"
  "와 카기는 와 카겠노, 이 기집아.  이걸 반찬이라고 갖다 놨나."
  "그래, 와!"
  "이놈의 기집이 한번 죽어 볼라 카나!"
  아빠는 화가 나 눈을 부르켜뜨며 판을 팍 뒤집어엎었다.  상 차려 놓은 게 다 못 먹게 되었고, 그릇은 깨어지고, 판 다리가 부러졌다.  조금 뒤에 전화기를 던져서 부쉈고 또 칼로 냄비를 찔러서 구멍이 났다.
  "야 이 기집아, 니 친정에 가라!"
  "하이고, 누가 못 갈 줄 아나.  내 가고 나마 와 갔노 칼 기다."
  "이 기집이 그래도!"
  "와? 와?"
  나와 형이 말렸는데도 계속 싸웠다.

  "영오야, 니 가게 가가 술 한 세 병만 사 온나."
  "느그 애비 술 묵고 뒤지구로 더 많이 사다 조라, 왜."
  나는 억지로 가게에 술 사러 갔다.  내가 갔다 올 동안에 또 아빠가 엄마와 싸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술을 사 가지고 와 보니 아빠 엄마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영오야, 술 사 왔으마 잔 가지고 온나."
  아빠에게 잔을 갖다 주니 술을 따라서 꿀꺽꿀꺽 마셨다.  형하고 나는 방으로 갔다.
  "아이씨, 아빠하고 엄마는 와 자꾸 싸움만 하노."
  조금 뒤에 방에서 나와 밖으로 나갔다.  아빠 엄마가 싸우면서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어디서 죽어 버리고 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내 콱 죽었으면 좋겠다."
  "얌마, 죽는 기 니 마음대로 되는 줄 아나."
  형은 화가 나서 죄 없는 벽을 사람 때리듯이 꿍꿍 쥐어박는 것이었다.  요즘에 보니까 형도 자꾸 아빠처럼 짜증내는 일이 많고 엄마에게도 화를 낸다.  그럴 때 엄마는,
  "니도 너그 아빠 닮아 가나." 하며 형을 야단치곤 한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자려고 누웠다.  싸우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그 싸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들려도 듣는 체 만 체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언제 싸웠나 하듯이 엄마는 미나리를 다듬고 있었다.
  "엄마, 어제 언제까지 싸웠노?"
  "느거 아빠한테 물어 봐라, 와?"
  나는 더 말 안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아빠가 정말 안 싸웠으면 좋겠다.  싸우면 나한테 남는 것을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자녀에게 어떤 기억을 선물하시렵니까.

  앞서 나온 글은 이호철 선생님의 "학대받는 아이들"에 나오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의 일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어른들의 갈등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같은 감정에 휘말려 눈앞에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 어른들에게 시급한 것은 우선 벌어진 싸움에서 이기고 보는 것입니다.  부모의 싸움이 시간상으로 제아무리 짧다고 해도 그 싸움의 기억에서 생긴 실망과 상처의 치유는 아이의 몫이 됩니다.
  위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작 싸움을 한 것은 부모이지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입니다.  그들이 일주일에 서너 번을 싸운다면 아이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뜻이 됩니다.  거의 이틀에 한 번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5학년 어린 아이가 짊어진 삶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겠습니까?

  윗 글에 대한 이호철 선생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중략)  형도 아버지처럼 짜증을 내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자주 싸우는 부모의 영향이라 보면 틀림없다.  부부가 상대를 업신여기고 난폭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아이도 당하기만 하는 쪽 부모를 업신여기고 난폭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이 글의 형 같은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꼴이 보기 싫어 밖으로 나돌다가 부모에게 배운 나쁜 행동을 사회화할 수도 있다.  가정이 따뜻해야 아이들 마음도 따뜻해지고 사회도 따뜻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
게 된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상점마다 넘치는 쇼핑객들로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는 12월입니다.  정말로 경기가 좋아진 것인지, 올해는 11월 초순부터 망년회 초대장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칫하다간 이 모임에서 저 모임으로 또 그 다음 모임으로 릴레이처럼 오가다 한해를 훌렁 보내버리기 십상입니다.  어른들이 접대와 친목 다짐에 바빠서 이리저리 뛰는 동안 아이들은 무얼하고 있을까요?  부모들의 이슈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특별
한 선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 상자 속에 넣은 다음 포장해서 줄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선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신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남은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무엇입니까?  그 때가 가장 좋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어떤 순간을 가장 좋았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그 때 받았던 "물건" 때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당신은 자녀들의 기억 속에 어떤 아빠 엄마로 남기를 원합니까?  그들이 훗날 당신을 떠올릴 때 당신에 대한 어떤 점을 꼭 기억해주길 바랍니까?  어떻게 하면 자녀들에게 평생 남을 "당신의 추억"을 올해 선물할 수 있을까요?  차 한 잔 옆에 놓고 즐거운 브레인 스토밍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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