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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24) - 돌아온 로이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2-08 13: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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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9호] 돌아온 로이다   회사 아래 커피숍에서 로이다를 만났다.  한적해서인지 그녀와 나의 만남이 크게 부각돼..
[제59호]

돌아온 로이다

  회사 아래 커피숍에서 로이다를 만났다.  한적해서인지 그녀와 나의 만남이 크게 부각돼 보인듯 했다.  종업원들은 우리를 흘끔흘끔 바라보고,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나는 굶주린 그녀를 위해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줬다.  로이다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는 간신히 참았던 울음을 다시 터트리며 또 엉엉거리고 울었다.  마음이 안쓰럽고 아파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녀에게 그 집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계약을 파기하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 와 있으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 다음 새로운 좋은 주인을 찾아보라고 했다.  로이다는 그래도 되겠느냐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남편과 한 마디 상의도 않고 안쓰러운 마음에 이끌려 덥석 그렇게 하라고 일러놓고는 이내 마음을 불안해 졌다.  로이다를 못 잊는 우리 아이들로부터 냉대를 받는 애드나도 생각났고, 마음정리 못하고 이리저리 이끌려 다닌다고 핀잔할 남편도 생각이 났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거지 뭐.  나에게 있어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니 어쩌랴.

  집에 돌아와 애드나에게 로이다의 얘기를 하면서, 그녀가 건강해 질 때까지 여기 있도록 했으니 잘 돌보라고 일렀더니 애드나의 눈에 담박 불안감이 스쳤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분간이며 너는 너대로 계속 우리집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안심을 시키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로이다는 다음날 짐을 싸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시장에 나가 소뼈를 사다 진한 곰국을 끓여줬다.  로이다는 행복에 겨워 한 사발의 밥과 두사발의 곰국을 순식간에 비웠다.  


안돼 안돼, 그래서 안돼

  애드나는 묵묵히 집안일을 했고, 로이다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이들과 함께 이방저방 뛰어다녔다.  저 철없는 것이 저러고 싶어 어떻게 견뎠을까?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하루 종일 그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놀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졌다.  가뜩이나 로이다의 기거를 못마땅해 하는 남편이 이런 모습 보면 분명히 내게 일침을 가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들 아빠가 돌아오면 조신하게 지내라고 일렀더니 로이다는 알겠다고 대답해놓고는 돌아서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또 깔깔거리고 웃었다.  도대체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무얼 하며 노는 걸까.  
  다음날 새벽, 나와 남편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옆 방에서 해가 뜨기도 전에 로이다가 애들과 함께
일어나 장난을 치고 노는 것이었다.  화를 꾹꾹 참느라 남편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쫓아가 좀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치자 로이다는 진호가 자꾸 장난을 걸어온다며 진호 핑계를 댔다.  우리 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이 설핏 들었는데 또 다시 쿵쾅거리는 소리와 히히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은 나를 흘겨보고는 애들이 떠드는데 화가 나기보다는 저렇게 끊임없이 흥분돼서 소리를 지르다 보면 아이들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마냥 저렇게 들떠서 있는, 정서상태가 불안한 아이들로는 키우고 싶지 않다면서 이불을 확 걷어차 버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 참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이 다짜고짜, 애를 데려다 놨으면 관리를 잘 해야 할 게 아니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도대체 참지를 못하겠다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안티 로이다가 손톱깎이를 가져오랬다면서 진호가 막무가내로 화장실 문을 두드리고 서 있더란다.  아빠가 샤워 다 하면 주겠다고 해도 안 된다고, 우리 안티가 지금 가져오랬다고, 지금 가져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며 물러서질 않더란다.  로이다를 당장 돌려보내라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가뜩이나 새벽잠을 설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남편 화에 불을 지른 것이다.  옆에서 보고 있던 시어머님이 염려하던 대로 일이 돼 돌아간다고, 저렇게 철딱서니 없으니 어디 가서 밥이나 제대로 얻어먹겠냐 시며 혀를 끌끌 차셨다.


그녀의 새로운 주인

  로이다는 며칠을 그렇게 내 속을 지글지글 썩이며 철없이 굴다 다른 주인에게 고용되어 떠났다.  그녀의 새로운 주인은 카울룬통에 저택을 갖고 있는 사업가 할머니 자매라고 한다.  애들 돌볼 일도 없고, 밥을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저 위층 아래층 청소만 열심히 하면 되는 그런 집이라고.  그녀를 위해 정말 잘 된 일이다.  아이들 관리하랴, 집안일 하랴, 도저히 그녀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처지의 집이 아닌 그런 단출한 집이라면 철이 없어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

  아이들이 끝내 애드나와 잘 사귀지를 못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로이다가 틈만 나면 아이들을 찾아온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로이다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타일렀다.  너도 이쯤하면 이제 마음 돌리고, 새로운 주인에게 충실하라고.  우리 아이들도 애드나에게 적응해야 하는데 네가 자꾸 나타나면 애드나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 이후로 로이다는 내가 아는 한은 다시 아이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진이 말로는 가끔 전화를 걸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던데 전화까지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카울룬통에 있는 밥티스트 유치원을 졸업을 한 후 카울룬 주니어에 넣으려다 우리는 고민 끝에 진호를 한국국제학교 유치부에 넣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보살펴 한국어를 기가 막히게 구사하는 영준이나 연우에 비해 바쁜 엄마를 둔 진호의 한국어는 어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없는 시간을 내어 짬 나는대로 한국어 공부를 좀 시키려 들면 어찌나 거부를 하던지.  이러다 명색이 한국국적을 가진 아이가 한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인도 아니고 홍콩인도 아닌, 그렇다고 영국인이나 미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무국적자 하나 더 양성하나 싶어 결국 우리는 한국국제학교에 노크를 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언젠가는 한 번 지면을 할애해 써볼 생각인지라 긴 얘기는 않겠지만, 한국학교에 들어간 후 우리 진호는 놀라울 만큼 눈부신 발전을 해나갔다.  상황판단 못하고 좌충우돌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가을이 왔다며, 가을은 씨가 자라 새싹이 된 후 나무가 돼서 열매를 맺고 열매를 따는 그런 계절이라고, 빨갛고 노랗게 된 잎들이 떨어지는 그런 게 가을이라고 장문의 문장을 만들어 내게 설명을 하는데 나는 그만 깜빡 죽고 말았다.  어머머머 세상에나, 세상에나.  입학한지 단 2개월 만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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