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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 학생 기자단 인터뷰] 류치하 신임 토요학교장과의 만남
  • 위클리홍콩
  • 등록 2026-05-20 23:14:54
  • 수정 2026-05-21 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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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는 시간, 아이들의 한국어 수다 소리가 나의 가장 큰 목표”

 

평일에는 각기 다른 현지 학교와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던 청소년들이 주말마다 한자리에 모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곳이 있다. 바로 6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한국토요학교다. 최근 새롭게 취임한 류치하 신임 학교장은 과거 교사 생활을 거쳐 홍콩한인여성회 활동, KIS 학부모 대표 등을 역임한 한인 사회의 대표적인 교육 전문가다. KIS 학생 기자단이 류치하 학교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토요학교의 새로운 이정표와 교육 철학을 들어보았다.

 

 01. 66년 역사 위 새 물결,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진한다”

 

 Q. 홍콩한국토요학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토요학교는 제 관심 밖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다 한인회 부회장을 맡으며 토요학교 운영위원장을 겸임하게 되었고, ‘이 학교를 한 단계 더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교장직까지 맡게 되면서 처음에는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큰 흐름만 제시하려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세세한 행정부터 매주 학생과 교사들을 직접 챙겨야 하는 자리가 되었으니까요. 특히 66년 역사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들을 추진하다 보니 안팎으로 부딪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교육의 길을 가기 위해 지금도 매일 고민하고 타협하며 치열하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Q. 홍콩한국토요학교가 생소할 독자들을 위해 학교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KIS 한국부 학생들과 달리, 토요학교 아이들은 주중에 현지 학교나 다른 국제학교를 다닙니다. 일상에서 한국어를 쓸 기회가 거의 없는 아이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찾아오는 곳이죠. 특히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많아 학생 간의 한국어 편차가 매우 큰 편입니다.

 현재 토요학교는 한국 국어 교과서로 수업하는 반과,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을 위해 재외동포청 맞춤형 교재를 사용하는 ‘한국어부’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초등부 수업을 참관했는데, 우려와 달리 아이들이 한국어 표현을 훌륭히 소화해 내서 대견했습니다. 특히 유아·유치부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아이들이 이곳에서 한국어로 즐겁게 놀며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우치기 때문입니다.”

 

 Q. 취임 후 ‘수준별 분반 수업’ 등 다양한 실험을 도입하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제 목표는 초등부 전체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전 설문조사의 응답률이 60%에 그쳐 전면 시행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학부모 간담회를 해보니, 오히려 어머니들께서 '수준별 수업을 확대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학부모님들께서 학교 공지나 설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빠르게 피드백을 주셔야 학교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당부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성적 장학금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기부자분들의 동의를 구했습니다. 이 재원을 학습준비물, 도서 구입비, 그리고 한글이 미숙한 아이들을 위한 자모반 운영비로 용도를 변경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선생님들께서도 그동안 비용 문제로 주저했던 수업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 기뻐하십니다.

 결국 제가 구상 중인 '토요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의 연장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전인적·학습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과정입니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수준과 성향에 맞게 학급을 구성하고, 그에 꼭 필요한 교육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 그것이 저의 목표이자 확고한 의지입니다.”

 


02. 자녀 양육으로 깨달은 확신, “간판보다 아이 성향에 맞춘 즐거운 교육이 정답”

 

 Q.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 몸담으시며 지켜온 교장 선생님만의 교육 신념은 무엇인가요?

 “7년 동안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직접 낳고 길러보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자녀를 낳기 전에는 교사의 교육관에 맞게 아이들을 강압적으로라도 끌고 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식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 복직해서는 훨씬 친절하고 포용적인 교사가 되었습니다.

 홍콩 이주 후 아들을 키우며 늘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이 학창 시절 또한 아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인데, 이 시간도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었죠. 입시 스트레스를 주는 대신 아이의 성향에 맞춰 지지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고2 때 홍콩과기대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집중적으로 공부해 결국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만약 아이가 KIS를 다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Q. KIS 국제학교에서의 경험이 자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요즘 학부모님들은 학교의 네임밸류나 학부모 커뮤니티의 평판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선택해 주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는 글쓰기를 기피하고 좋아하는 과목에만 몰입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등과정까지는 KIS 한국과정에서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과목의 지식 습득과, 친구들과함께 하며 배우는 한국 문화와 관계 형성 능력들을 쌓고, 중등과정때 KIS 국제과정으로 옮겨, 제 아이의 학습 방법에 맞는 학습을 통해 대학 진학까지 입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을 선택했다면 큰 실패를 겪었을 겁니다. 대신 과목 집중도가 높은 A-level 과정이 있는 KIS 국제학교를 택했기에 본인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토요학교를 수준별로 바꾸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타이트한 수업이 맞는 아이가 있는 반면, 친구들과 소통하는 정도를 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후자의 아이들에게는 체육이나 음악을 결합한 통합형 재미있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노래 가사도 한 편의 훌륭한 시이자 국어 수업입니다. 교과서라는 틀을 깨고 아이들의 관심사를 활용해 ‘즐거운 토요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거창한 수식어를 다 빼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끼리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수다를 떠는 학교’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제 최고의 목표입니다.”


 

03. 학부모 대표에서 학교장으로, ‘역지사지’의 소통을 배우다

 

 Q. 과거 KIS 학부모 대표(PTA 회장)와 홍콩한인여성회 활동을 하셨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학교 운영에 어떻게 녹아들고 있습니까?

 “참 재미있는 인연입니다. 과거 KIS 학부모 대표 시절에는 주말에 토요학교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낙서나 기물 훼손, 사물함 문제로 평일 학교 측이 겪는 고충을 대변해 토요학교에 강력히 개선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토요학교장이 되었습니다. 입장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죠.

 이 경험 덕분에 저는 KIS 학생들이 주말 수업으로 인해 어떤 불편을 겪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건물을 최대한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형식적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인여성회 활동을 통해 이미 자녀를 키워내신 선배 어머니들로부터 큰 지혜를 배웠습니다. 엄마의 삶에 여유가 없으면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아이에게 과도하게 집착해 관계를 망치기 쉽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저 역시 일부러 일과 활동을 병행하며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했고,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며 균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유와 소통의 지혜를 현재 토요학교 학부모님들과의 관계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04. “학교의 주인은 학생… 한인 정체성의 든든한 뿌리 될 것”

 

 Q. 토요학교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올해 진행했던 입학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빈들이 단상에 올라 길고 지루한 축사를 이어가던 기존의 권위적인 형식을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대신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과 한국어부 7학년 대표 학생을 무대에 올려 직접 입학 소감을 발표하게 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 아이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더듬더듬 소감문을 읽어 내려가는데, 바닥에 앉아 있던 전교생이 단 한 명도 딴짓을 하지 않고 친구의 목소리에 초집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른들의 어려운 훈화에는 지치던 아이들이, 또래의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형식을 바꾸길 정말 잘했다, 학교의 주인은 역시 학생이다’라는 확신이 든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임기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토요일마다 학부모님들께서 “아이가 토요학교 가는 날만 기다린다”, “선생님들이 정말 열정적이시다”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마지막으로 홍콩에서 자라나는 한인 청소년들과 토요학교 학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홍콩에서 정규 한국 교육과정을 밟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국제학교 시스템 속에서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일주일 중 정기적으로 모여 온종일 한국어로 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토요학교입니다. 부모님들은 한국어를 ‘배우라고’ 아이들을 보내지만, 아이들은 한국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이곳에 옵니다. 저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토요학교라는 공간에서 한국어로 마음껏 어울리고 소통하다 보면, 아이들 내면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자연스럽고 올바르게 형성될 것입니다. 학습이라는 압박을 넘어, 아이들이 언제든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와 한국어로 소통하며 자신의 정서적 뿌리를 확인하는 든든한 고향 같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글 KIS학생기자단(강우준, 박소정, 김민후, 강예나, 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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