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제도 아래에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자유로운 외환 거래, 유연한 노동 시장, 낮은 세율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자 중계무역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과 해외 기업의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한 양방향 거점 역할인 ‘슈퍼 커넥터(Super-connector)’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 혁신에 힘쓰고 있다. 특히 금융, 무역, 인력, 법률(지식재산권 포함) 등 전문 서비스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거점(R&D센터 등)으로의 홍콩의 전략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 홍콩 정부의 공급망 거점으로서의 역할 강화 노력
1. 전문서비스
홍콩은 법률, 회계, 무역 금융, 생산 관리 등 다양한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풍부한 인재와 뛰어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국 본토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10월, 홍콩 정부는 시정연설을 통해 고부가가치 공급망 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투자청(InvestHK)과 홍콩 무역발전국(HKTDC)은 중국 본토 기업이 국제 또는 지역 본사를 설립하도록 돕기 위해 맞춤형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홍콩 수출 신용보험국(ECIC)은 수출 보험 보전 비율을 기존 90%에서 95%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과 해운 산업 육성도 주요 과제다. 홍콩은 위안화 표시 증권 상품 개발 및 금 거래 중심지로의 전환을 통해 자본 유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해운항만발전국 설립과 세제 혜택을 통해 선박 중개, 해상 보험 등 고부가가치 해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 기업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2024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본토 기업의 77.2%가 홍콩 기반 전문 서비스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중국 본토 기업의 전문 서비스 수요 지역 순위>
홍콩 투자청(INVEST HK)에서도 홍콩의 공급망 센터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4년 9월 8일 ‘중국본토 기업의 다국적 공급망 관리 센터로서의 홍콩’을 주제로 중국 본토 푸젠성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홍콩 투자청은 본토 기업들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웨강아오 대만구(GBA) 개발정책, 홍콩의 전문서비스를 활용하여 해외 진출을 촉진하도록 장려했다.
<홍콩 투자청에서 개최한 '중국본토 기업의 다국적 공급망 관리 센터로서의 홍콩' 세미나>
2. R&D 분야
홍콩 정부는 홍콩이 국제 지식 기반 경제로 도약하고, 웨강아오 대만구(GBA) 진출의 거점이자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로서 혁신 기술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과학기술기금(Innovation and Technology Fund, ITF)
홍콩 혁신과학기술부(ITC)는 **과학기술기금(ITF)**을 통해 R&D 및 기술 이전을 지원한다. ITF는 주로 R&D(37.5%), 기술 도입(16.4%), 기술 인재 양성(16.5%), 스타트업 지원(1.1%)에 사용되고 있으며, 2024년 9월 기준으로 ITF의 지원 금액은 약 12억 홍콩달러에 이른다.
<2024년 9월 기준 ITF 자금 분야별 자금 지원 현황>
R&D 지원 프로그램에는 중국본토-홍콩 공동 펀딩 제도(MHKJFS), 광동-홍콩 기술 협력 펀딩 제도(TCFS) 등이 포함된다. 특히MHKJFS는 2019년 설립되어 홍콩과 본토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 간 R&D 협력을 촉진하며, 2024년 기준 110개 프로젝트에 약 2억 천만 홍콩달러가 지원됐다. TCFS는 2004년 시작되어 홍콩과 광둥, 선전 간의 연구 협력을 강화하며, 현재까지 408건의 프로젝트에 약 10억 홍콩달러가 지원됐다.
2)전략기업유치국(Office for Attracting Strategic Enterprises, OASES)
홍콩 정부는 2022년 **전략기업유치국(OASES)**을 설립해 생명과학, 인공지능(AI), 데이터 과학, 첨단 제조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3월, 홍콩은 중국과 미국의 25개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들 기업 대부분은 홍콩에 R&D 센터 및 지역 비즈니스 본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2024년 11월에는 두 번째 파트너십 체결식을 통해 바이오, AI, 핀테크,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17개 기업과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행사에는 기업, 연구기관, 상공회의소 등에서 약 200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으며, 이를 통해 홍콩은 글로벌 R&D 허브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II. 증가하는 중국 본토기업의 홍콩 진출현황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홍콩에 등록된 기업*의 모기업 국가 중 중국 본토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홍콩 통계청 기준,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s), 지역사무소(Regional Offices, 홍콩 외 타국에도 지사운영), 지방사무소(Local Offices, 홍콩에만 지사운영) 개념 모두 포함
2024년 상반기 홍콩의 투자 유치 프로젝트 건수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총 322건에 달했으며, 이 중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투자 건수는 150건으로 전체의 46.5%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전체 중국 본토 기업의 프로젝트 수인 136건을 초과한 수치로, 투자 유치 프로젝트에서 중국 본토 기업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2024년 상반기 홍콩의 국가별 투자유치 프로젝트 건수&분야현황>
III.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진출 사례
1. CATL R&D 센터
2024년 10월 15일, 홍콩과학기술원(HKSTP)에서 중국 최대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R&D 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9000 sqft 규모의 센터는 200명의 연구 인력을 신규 채용할계획이다. CATL 관계자는 홍콩을 글로벌 금융 및 무역 중심지이자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했다.
2. DEHENG 법률 사무소
베이징 DEHENG 법률사무소는 1993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증권 및 해외 상장 법률 서비스 제공 기관 중 하나다. 2019년 홍콩 사무소를 개설해 본토 고객에게 글로벌 수준의 법률 서비스를제공하며, 투자 인수합병 및 IPO 등 자금 조달 관련 법률 서비스와 국제 중재 기능을 강화했다. DEHENG 관계자는 홍콩이 뛰어난 국제 법률 인재를 채용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IV. 시사점
홍콩은 일국양제의 특수성을 활용해 본토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기업의 본토 진출을 연결하는 양방향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CATL과 DEHENG 사례는 홍콩의 전문 서비스와 인프라가본토 기업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은 홍콩을 거점으로 삼아 중국 본토와 제3국 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홍콩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테스트 마켓이자 본토로 확장하기 위한 발판 역할을 한다. 홍콩 바이어 및 유통망과 협력하면 중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며, CEPA를 통해 금융, 건축, 관광, 통신 등 서비스 분야의 시장 개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개정된 CEPA 협정으로 본토에서 홍콩 서비스 기업의 출자 비율 규제가 완화되고 자격 요건도 개선될 예정이다. 이는 웨강아오 대만구(GBA)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며, 홍콩 진출 국내 서비스 기업의 본토 진출이 한층 용이해질 전망이다.
홍콩은 단순한 수출 시장을 넘어 금융, 투자, 법률 서비스, 인력 교류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료: 홍콩 정부, 홍콩 투자청(InvestHK), 홍콩 무역발전국(HKTDC), 홍콩혁신과학기술부(ITC), 전략기업유치국(OASES), 홍콩 과학기술원(HKSTP), KOTRA 홍콩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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