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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더 시티] 벗어날 결심
  • 위클리홍콩
  • 등록 2024-09-05 16: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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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갈수록 허무하네요. 세상에 믿을 거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가 싶어서 우울해져요.” 작지만 탄탄한 사업체를 꾸리며 순탄하게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 지인이 뜬금없이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돈을 모으고 인맥 관리도 철저히 해왔지만 남은 건 이유 모를 헛헛함 뿐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살다보면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일들이 깜짝 변수의 등장으로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해피엔딩과 거리가 먼 불상사로 둔갑할 때도 있습니다. 재미삼아 몇번 해본 일이 중독으로 번져 골치를 썩이는가 하면, 가장 믿었던 누군가에게 가장 깊이 실망하는 사태가 생겨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처한 상황이 다를 뿐 우리는 저마다의 짐을 등에 지고 삶의 굴곡을 헤치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습니다.

 

만만찮은 여정을 즐겁고 순조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해봅니다. 하지만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조기 은퇴를 목표로 돈 안쓰고 버티기를 최우선순위로 살아온 한 청년은 근검절약이 도를 넘어 긴요한 소비와 타당한 투자도 할 줄 모르고 주눅이 든 자린고비가 되었습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핑계를 대며 모임을 피하고 취미생활은 다음 생으로 미뤘습니다. 연애조차 은퇴자금이 술술 빠져나가는 뻘짓으로 여겨져 쉽게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저 돈이 생기는 일과 돈이 나가는 일, 둘 중 하나로 간단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자린고비 청년은 40대에 접어든 기념으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그만두기로 작정했습니다. 수년 동안 거절과 회피로 일관하는 사이 경험하고 배우지 못한 일들과 지나가버린 세상의 풍경들과 놓쳐버린 만남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남보다 하루라도 빨리 회사원 딱지를 떼고 탈출만 하면 자유분방한 날들이 자동으로 펼쳐진다고 상상했던 걸까, 돌아보니 기억조차 희미할 따름이었습니다. 

 

인연이 다한 상대를 보내듯 인연이 다한 결심도 흘려보낼 때가 옵니다. 더 이상 힘이 되지 않고 희망을 더해주지 않는 과거의 선택들. 반복할수록 자존감보다 자괴감만 커지는 습관들. 의미도 재미도 느낄 수 없는 행동과 대화들. 마음을 옥죄고 버겁게 하고 억누르는 것들을 미련없이 모두 여름의 끝자락에 털어버리고 가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에게 나답게 살아갈 자유를 선사하며 영글어가는 가을의 날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칼/럼/소/개

케세이 퍼시픽 항공 (Cathay Pacific Airways) 근무 이후, 전문 코칭과 생채식 셰프 (Raw Food Chef & Health Educator) 자격을 취득한 라이프 코치 베로니카의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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