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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홍콩변호사]법률칼럼 112주 – 명예훼손의 보통법 역사 History of Defamation
  • 위클리홍콩
  • 등록 2024-04-26 1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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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동주 홍콩변호사 (법정변호사)입니다.

 

14세기초 영국에는 두가지의 법정 (Court)이 존재했는데 그 하나는 기독교 사제들과 관련되었거나 종교적 문제들을 관할하는“교회 법정” (Ecclesiastical Court)이였고, 다른 하나는 세속적 문제, 즉 민사나 형사적 문제들을 관할하는 (즉 종교와는 무관한 문제들을 관할하는) “세속 법정” (Secular Court)이 그것이었습니다. 여기서 ecclesiastic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ecclesia 즉 “교회”라는 의미의 어원에서 유래한 단어이고, secular라는 단어는 역시 라틴어 saeculum 즉 “세상” (종교와 무관한)이라는 의미에 그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개의 법정이 각자의 관할 속에서 역할을 분담하였지만 교회 법정은 14세기 이전부터 때로는 세속적인 것들과 관련된사건들도 자주 다루곤 하였는데, 그러한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명예훼손과 관련된 분쟁이었습니다. 이유는 당시 세속 법정에 적용되던 보통법은 폭행, 살인, 절도와 같은 물리적 또는 신체적인 손해 및 분쟁 해결만을 담당하던 법이었고, 물리적 손해가 아닌단순히 말과 언어로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는 위법 행위 (Offence)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무형의 손해인 “명예훼손”은 교회 법정에서 관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보통법에서 법사학자들이 이해하는 명예훼손법의 시초는 1222년 영국 옥스포드 종교회의 (Synod of Oxford)에서 제정한 종교헌법인 Auctoritate Dei Patris (하느님 아버지의 권한)이라는 문서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등장합니다:

 

“We excommunicate all those who, for the sake of hatred, profit or favour, or for whatever other cause, maliciously impute a crime to any person who is not of ill fame among good and substantial persons, by reason of which purgation at least is awarded to him or he is harmed in some other manner”.

 

(우리는 증오심 또는 개인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한 의도로 선량한 타인을 상대로 악의적으로 허위 범죄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교회에서 파문 (제명)할 것이며, 이러한 죄를 지은 사람을 처분하기로 한다)

 

즉 중세시대 영국에서는 천년도 더 된 이 교회법에 근거하여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종교적 위법행위로 분류하고 처분하였던 것입니다. 물리적 손해가 아닌 종교적 또는 영혼적 (Spiritual) 손해로 분류되었으므로 처분도 가벼웠습니다. 징역이나 벌금이 아닌 종교적 파문 또는 고해성사를 통한 “속죄” (Penance)가 최대 처분이었습니다.

 

실제 13세기 영국 교회법정 판례들을 보면 위 종교 문서에 근거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1288년 영국 캔터버리 (Canterbury) 교회재판 사건번호 70번 (사건번호: Ecclesiastical Suits, No 70) 에서는 타인이 “가짜로된 금을 팔았다”라고 거짓 신고를 한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으며 1347년 요크 (York)에서 열린 교회재판에서는 죄없는 사람에게 “살인을 하였다”라는 거짓 신고를 한 사람이 역시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명예훼손은 16세기까지 교회 재판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16세기 초반까지 교회 법정에서만 다루던 명예훼손죄는 결국 세속 법정에서도 처음 다루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교회 재판은 법률가들이 아닌 종교인들이 하는 재판이라 사실관계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고, 나아가 일부 세속적 문제와 관련된 명예훼손들은 관할상 교회 법정이 담당할 수 없다라는 논리 때문이었습니다.

 

1507년 영국 세속 재판소 판례인 오웡간 대 베이커 (Owunghan v Baker, 사건번호: (1507) 101 Seld Soc case 61)에서세속 법정은 처음으로 “말과 언어를 사용한 공격은 타인의 명예에 물리적 공격만큼, 때로는 물리적인 공격보다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라는 것을 인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로 인해 “명예훼손”은 정식으로 보통법에서도 처분 가능한 위법 행위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판례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그동안 몇 없었던 명예훼손 소송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곧 영국의 명예훼손 소송은 당시 영국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계속)

 

 

이동주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홍콩의 법정 변호사 (Barrister)로, 기업회생 및 파산절차,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해외 분쟁에서 홍콩법 및 영국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인수합병, 합작투자, 금융, 증권, 지식재산권, 통상무역, 기업형사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건설, 에너지, 조선, 해양, IT, 통신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고객 또는 로펌들의 각종 사건들을 수행, 대리하고 있으며, 분쟁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자문 및 소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

이메일: kevindj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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