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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3] 내 포켓몬 카드도 팝아트인가요?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7-21 10:17:05
  • 수정 2023-08-05 23: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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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의 캐서린 번하드 전시

[그림1] 캐서린 번하드의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 시리즈를 전시 중인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

1947년 팝아트의 선구자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 1924-2005)가 광고, 상표, 잡지 등을 조악하게 오려 붙인 콜라주에 팝(Pop!)이라는 글자를 처음 사용한 이래로 팝아트에 관한 관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팝아트가 등장하던 시기에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2011), 제스퍼 존스(Jasper Johnsg, 1930-),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과 같은 작가들은 일상의 이미지나 물체를 미술 작품으로 전환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해밀턴은 잡지 속 최신 가정용품 광고지를 오려 붙여 평범한 영국 중산층 거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존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성조기 이미지를 똑같이 그렸으며, 워홀은 캠벨수프 캔과 코카콜라 등의 익숙한 상품들을 작품 소재로 삼았다. 1950-60년대의 팝아트는 통속적 이미지의 차용을 통해 물질주의와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포용함으로써 예술가의 독창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렇게 모더니즘을 거부한 초기 팝아트의 등장은 ‘미술의 종말’과 ‘새로운 미술의 시작’을 말하며 미술사나 미학에서 심오하게 논의되지만, 팝아트 작품 자체는 이해하기 힘들거나 고찰해야 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도상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이미지는 유머와 위트를 가졌고 어떤 사회적, 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워홀의 후예를 표방하는 팝아트 작가들은 대중문화로부터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 전환될 새로운 모티프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들은 동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젊은 세대의 환상과 취향을 잣대로 삼아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람자들의 시선을 지금의 ‘내’가 사는 ‘일상’으로 향하게 만든다. 

 

자신의 그림을 “그저 좋은 색상과 모양”이라고 말하는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 1975-) 역시 이러한 팝 이미지를 탐구한다. 그녀는 실생활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물을 패턴화하여 즉흥적인 필치로 그 사물이 가진 특성을 강조한다. 바나나, 두루마기 휴지, 나이키 운동화, 정크푸드, 스카치테이프 등의 잡다한 물건들을 조합하여 꾸준하게 선보인 그녀의 팝아트 작품들은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에 관한 번하드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녀가 지금 홍콩에서의 첫 개인전을 통해 다름 아닌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그림1/2].


[그림2] Katherine Bernhardt, Pikachu Pikaball, 2021/Surfing Pikachu, 2023/Poncho Pikachu 70, 2021

이미 만화 캐릭터 핑크 팬더와 가필드 시리즈를 발표한 바 있는 그녀는 홍콩에서 분홍색과 라벤더 톤의 포켓몬스터 ‘디토(Ditto, 메타몽)’를 앞세웠다. 디토는 그 색상 때문에 포켓몬 캐릭터 중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다른 포켓몬뿐만 아니라 여러 톤의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변신할 수 있다[그림3].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디토뿐만 아니라 피카츄(Pikachu), 마자용(Wobbuffet), 따라큐(Mimikyu), 럭키(Chansey)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를 모방한 연작을 보여준다[그림4]. 아들과 함께 실제로 포켓몬 카드를 모으고 있다는 그녀는 이로써 이 카드의 새로운 창조자가 되었다.

 

[그림3] Katherine Bernhardt , 2021 (좌) / Blue Ditto 170, 2021 (우)

[그림4] Katherine Bernhardt, Indeedee, 2021/Japanese Pokémon Back, 2022/Dummy Doll Jealous Eyes

팝아트의 대표 주자인 워홀은 붓질 과정에서 지나치게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크 스크린이라는 판화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번하드의 작품에는 작가 특유의 본능적인 윤곽선과 활기찬 붓질, 눈을 자극하는 네온 색들이 지루할 틈 없이 캔버스에서 펼쳐진다. 스프레이와 아크릴 페인트로 빠르게 그리는 그녀의 작업은 대중문화에서 가져온 모티프를 다양한 색상과 결합하고 충돌시키는 과정으로 스트릿 아트인 그래피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그림5]. 이렇게 색상과 선이 번지고 흘러내리는 자유로운 표현방식은 작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그릴 수 있는듯한 자신감으로 관람자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림5] Katherine Bernhardt, Yeti Gaming, 2021

PLACE: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독일인 데이비드 즈위너가 운영하는 뉴욕, 런던, 홍콩, 파리,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둔 세계적인 갤러리이다. 데이비드 즈위너의 홍콩 갤러리는 층별로 유명 갤러리가 입주해있는 센트럴의 HQueen’s 빌딩 5층과 6층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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