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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18) - 번지 없는 속옷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0-27 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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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3호] 번지 없는 속옷 우리 로이다가 우리와 함께 산지 벌써 2년이 다 돼갈 무렵까지도 로이다는 처음과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
[제53호]


번지 없는 속옷

우리 로이다가 우리와 함께 산지 벌써 2년이 다 돼갈 무렵까지도 로이다는 처음과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국요리를 좀 한다는 것 외에.  참, 아이들하고 정말 기가 막히게,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신나게 잘 노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겠다.  그러나 수없이 끓여본 만두국이나 떡국을 건더기는 빼고 허연 국물만 내온다.  이것들은 국물만 내는 재료인 줄 알기 때문이다.

  국에 든 건더기를 싫어하는 남편의 국사발에 언제부턴가 건더기가 듬뿍듬뿍 들어가 있었다.  건더기 안 먹는 거 알면서 왜 넣느냐고 물었더니 가끔은 먹더란다.  그렇더라도 대부분은 안먹으니 넣지 말라고 일렀다.  그 다음날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남편의 국그릇엔 건더기 없는 걸쭉한 된장찌개가 담겨져 있었다.

  서울서 손님이 오셨다.  오신 그날부터 우리집엔 밥이 모자랐다.  그래서 나는 평소 양보다 1/3을 먹고, 진호는 1/2을 먹었다.  우리 로이다는 아예 굶었다.  그 다음날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은 부랴부랴 밥을 새로 짓고 있었다.  로이다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밥이 계속 모자라느냐고.. 자기도 이상하단다.  평소와 똑 같이 쌀 3컵으로 밥을 하는데 모자란단다.

  할 말이 없다.  내 다이어트에 좋긴 하겠지만 마구 자라나는 우리 막둥이, 밥을 엄청이나 좋아하는 밥돌이 진호의 밥량이 모자라는데는 가슴이 아파왔다.  사람이 많아지면 쌀을 더 넣어 밥을 지어야 한다는 걸 왜 설명해야 하는 걸까.

  어느 날, 그 많던 내 속옷이 반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어데로 갔나, 어데로 갔나... 여덟 살 딸아이 서진이의 농을 정리하다 보니 내 속옷(팬티)이 거기 얌전히 들어앉아 있었다.

  양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밖에 급히 나가기 위해 보이는 대로 양말을 하나 집어 신다보면 영락없이 작아서 들어가질 않는다.  우리 서진이 것이다.

  서진이는 또 어떤가? 양말이라고 찾아 신었는데 발뒷꿈치가 종아리에 가 있다.  우린 또 둘이 바라보며 푸하하 거리고 웃다 만다.

  어느 날 출장 다녀온 남편이, 출장 가서 가방 열어보니 진호 팬티가 들어있더라고 참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나오더란다고 말을 했다.  왠 진호 팬티가 아빠 출장 가방에 들어 있었을까?

  우리 로이다가 속옷 번지 수 못 찾고 네 살짜리 아이 팬티를 남편 속옷 서랍에 넣어놨던 것이다.  남편이 급히 출장을 가면서 집히는 대로 몇 장 넣어간 게 진호 팬티였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무리 우리 진호 엉덩이가 크다고는 해도 아그 팬티 아바이 팬티 구별 못하고 번지수를 2년이 다 되도록 못 찾으면 나는 어찌 살란 말인가....

  그런데, 우리 로이다는 착하긴 또 무척이나 착해서 야단을 쳐 놓으면 내 맘만 무지 상한다.  저 어린것 얼굴에 그늘지게 하는 것은 아닌가?  가슴에 못을 박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 마구마구 타는 내 속이야............



로이다의 생일과 진호의 생일

  우리 집 달력에는 가족의 생일이 빨갛게 표시되어 있는데 유독 로이다의 생일은 남다르게 강조돼 있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노는 로이다가 한 마디 하면, 나나 남편이 한 마디 하는 것 보다 효과가 컸다.  그러니 만큼 아이들이 생각하는 로이다의 생일은 가장 큰 집안의 경사였다.  10월 2일, 로이다의 생일이 되기 일주일 전부터 우리 아이들은 안티 생일선물로 무엇을 해 줄 것인지 우리에게 선물목록을 물어왔고, 자기네는 무엇을 사야하는지 매일이다시피 고민을 했다.  

  로이다의 생일인 10월 2일, 아이들은 학교가기 전에 나와 남편더러 일찍 들어와 생일파티를 해야 한다고 들떠있었다.  그날 나는 준구 어머니와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서진이가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와 아빠도 벌써 왔는데 엄마는 언제 오냐고 성화를 해댔다.  메이드 생일 때문에 온 가족이 난리가 난 것을 보고 준구 어머니는 어이가 없었는지 정말 신기한 집안이라고 혀를 내두르셨다.  

  화장품 하나와 케이크 하나를 사들고 부리나케 집에 들어가니 애들 아빠도 벌써 와 있었다.  매일같이 바빠 11시나 돼야 퇴근하는 양반이 메이드 생일에 비상이 걸려 하던 일 다 접고 서둘러 돌아왔던 것이다.  애들 아빠는 마땅한 선물이 없어 초콜릿 한 상자를 사가지고 왔는데 가족들이 생일파티 준비하느라 분주한 틈을 타 진호가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다 먹어치웠다.  가족모두의 눈 흘김을 받은 진호는 울상이 되었고, 남편은 서진이의 등살에 할 수 없이 다시 나가 초콜릿 한 상자를 더 사다 로이다에게 안겨줬다.

  해피벌스데이 투 안티, 해피벌스데이 투 안티, 사랑하는 안티의 생일축하 합니다.  ~~~~ 그렇게 왁자지껄 성대한 우리 로이다의 생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한 달 후가 우리 막둥이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우리 막둥이 진호의 생일을 기억한 사람은 이 무심한 애미 애비를 포함, 아무도 없었다.  불쌍한 우리 진호.  그런데 서진이의 고자질로 서울에 계신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아셨다.  나와 남편은 우리집안의 장손 생일을 어떻게 무심히 지날 수 있느냐 시는 어머니의 엄청난 꾸지람을 한참이나 들어야 했다.  

  올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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