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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영화 '수취인불명'과 식민지 남성성, 그리고 현재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4-29 10:23:31
  • 수정 2022-04-29 10: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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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대한민국 국제결혼 현황' 자료를 보면, 국제결혼의 총건수는 2016년 2만591건에서 2017년에는 2만835건, 2019년에는 2만364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건수는 감소하였으나 이 통계를 통하여 남성과 여성의 국제결혼에 나타나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한국 남자와 혼인한 외국 여자의 국적은 베트남(28.2%)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중국(22.7%), 태국(15.6%), 일본(6.8%), 미국(3.9%), 필리핀(3.3%), 캄보디아(2.5%) 순이었다. 그러나 한국 여성과 혼인한 외국 남자의 국적은 미국(26.0%)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중국(22.2%), 베트남(11.8%), 캐나다(6.1%), 영국(3.4%), 일본(3.2%) 순이었다. 통계로 볼 때, 남성은 개발도상국 출신의 여성과의 혼인을, 여성은 충분히 개발된 국가 출신과의 혼인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도에 발표된 영화 “수취인불명”은 1970년대 말 한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에서 미군의 주둔을 받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현재는 식민지 정책이 사라졌지만, 다른 형태로의 식민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며 강대국이 약소국을, 약소국 내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먹이사슬과 같은 지배가 존재함을 강하게 주장한다. 


영화 “수취인불명”은 2001년도에 발표된 영화이다. 김기덕 감독이 감독했고, 세계 최고의 3대 영화제가 극찬할 정도의 감독과 영화 속 미장센과 시간은 완벽에 가깝다고 극찬받았다. "양공주"라고 불리우며 마을에서 핍박받는 여자인 창국 엄마, 흑인 미군을 아빠로 "튀기"인 아들 창국, 그리고 자신의 친오빠로부터 학대당하며 한쪽 눈을 잃은 여학생 은옥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통칭되며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미군을 남편으로 둔 미혼모, 흔히 혼혈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눈이 안 보이는 장애를 가진 여성은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한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며, 미군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 흑인 미군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창국 엄마는 창국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쓴다. 창국은 외모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여학생 은옥도 마찬가지이다. 은옥은 미군과 결혼하는, “양공주”가 되기 위하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실제로 제임스를 만나 눈을 미군 부대 내에 있는 병원에서 눈을 치료 받는다. 은옥은 장애가 있는 눈 때문에, 마을 남학생들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하며 은옥의 눈은 친오빠가 쏜 고무줄총에 의해 다치게 되는데, 고무줄총은 강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한 명의 마이너리티가 존재한다. 연약한 몸으로 괴롭힘을 받는 지흠으로, 은옥의 남자친구가 되기도 한다. 

 

창국의 엄마와 은옥은 식민지 지배를 받는 국가에서, 식민지 지배와 동시에 남성의 억압을 받는다. 영화 속 등장하는 미군과 교제하는 여성은 총 3명이다. 창국의 엄마, 은옥, 그리고 지흠이 일하는 사진관에 미군과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 여성으로 그들은 모두 미군과 교제하며 영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영어를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교제하던 미군들은 미국으로 돌아가 그녀들을 버린다. 그리고 그녀들은 홀로 작은 마을에 남은 채 영어를 사용하며 답장 없는 편지를 쓰며, 자국 남성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오리엔탈리즘을 토대로, 미군의 눈에 비추어진 현지의 여성, 즉 한국 여성들은 작고 연약하며 충성심 있는 존재로 분석된다. 은옥의 미군 남자친구 제임스는 은옥에게, “미국에 같이 가고 싶지 않아?” 따위의 말로 은옥을 착취한다. 창국의 엄마도 마찬가지로 같은 말로 착취당했으며, 창국을 낳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개발도상국에 처해있는 자신의 신분을, 미군을 통해 상승시키고자 하는 욕구에 충실했으며 그에 더불어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한다. 감독은 이를 통하여, 식민지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계층 구분을 명확하게 구분 지으며 지적한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스크림과 콜라는 서양의 문물이다. 또한 마을 내에서는 비싼 “고급물건”으로 취급되며, 모두가 이를 선망한다.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하고 있는 마을 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스크림과 콜라가 아니다. 미군 부대에서 마을로 유출되는 서양 포르노 잡지이다. 은옥이 강간당하기 전에, 마을 남학생들은 미군 부대에서 유출된 서양 포르노 잡지를 본다. 창국도 지흠도, 마을 내 청년들은 서양 포르노 잡지를 보며 잡지 속 여성들을 탐욕한다. 그리고 은옥이 강간을 당한 것과 같이, 마을 내 여성들을 성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을 내 여성들이 미군과 교제를 하는 것을 이유로, 강간이 아니고 “정화”라고 이야기하거나 “정복”이라 지칭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 억압과 착취에 대한 정당성을 찾는 자국의 남성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식민지 남성성을 감독은 정확하게 지적하며 표현한다. 눈을 다친 은옥은, 제임스와 서양 포르노 잡지를 구독하며 눈을 치료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이는 남성으로부터 구원을 기대하고, 자신을 서양 여성에 투영하는 욕망과 맞닿아있다. 영화 속 미군들은, 평소에는 따뜻하고 여성을 위한다. 그러나 현지의 남성들은 폭력적이며 욕망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미군들 또한 여성을 착취하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두 가지를 바라본다면 피지배자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허용되는 폭력과 억압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동조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논할 수 있게 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약소국 내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형태의 사회는 현재도 사라지지 않았다. 서양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영화이지만, 이 또한 서양의 잣대에서 바라보는 평가일지도 모른다. 2020년까지 진행되어온 한국 국제결혼 통계를 통해서, 아직까지 남성에 의한 착취와 억압이 멈추어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우리 사회는 영화 속에서 지적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식민지 남성성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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