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존 리(John Lee) 홍콩 행정장관 단일 후보가 첫 지역 유세에 나서면서 공공 주택 입주 대기리스트에 오른 저소득층 가정 두 가구를 만난 모습이 페이스북에 게재되었다. 존 리 후보의 유세 현장 사진은 그가 홍콩의 만성적 사회 문제인 주택난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존 리 후보는 앞서 여느 행정장관들과 마찬가지로 홍콩의 주택 문제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아 주택난을 완화할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홍콩 주택 위기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뿌리 깊은 사회적 문제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현재 22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분할 아파트, 새장 아파트 등 거주환경이 부적절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지난 2월 기준, 공공 주택 입주 평균 대기기간이 6년으로 연장돼, 23년래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통화국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가격 대비 수입 비율이 2017년 중순 16.6에서 2021년 말 19.8로 상승했다. 즉 한 가정이 어떠한 소비 없이 소득을 19.8년 동안 저축해야 표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음을 뜻한다.
중국 중앙 정부까지 홍콩의 주택난 문제를 홍콩의 만성적 사회 문제라고 지적하며 지난 2019년 홍콩 시위를 촉발한 대중들의 불만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더 나아가 2048년까지 분할 아파트 등 거주환경이 부적절한 아파트들을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중앙 정부의 주택난 해결 압력과 이전 행정장관들의 주택난 문제 해결 실패 속에서 주택 문제 해결은 존 리 후보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과 의원들은 존 리 후보가 어떻게 충분한 토지를 모색하고 신축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해 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어나갈지 주시하고 있다.
존 리 후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존 리 후보는 결과지향적 접근방식에 따라 주택과 토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선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다는 이전 행정장관들이 진행하던 여러 기존 프로젝트를 통합, 재구성하여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렁 춘잉(Leung Chun-ying) 전 행정장관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제안했던 북부 메트로폴리스 계획과 란타우 투모로 비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전했다.
또한 새 행정부는 TF팀을 구성해 토지 확보 및 단기적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부서간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캐리 람 행정장관의 마지막 연례 정책 발표에서도 밝힌 바 있다. 핵심 캠페인 팀원에 따르면, 주택난 완화를 위해 토지 및 주택 공급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을 핵심적 해결책으로 보는 것으로 전했다.
츠 와이추엔(Tse Wai-chuen) 중국인민정협 홍콩 대표는 “그동안 홍콩 행정부는 내부 행정적 제한을 완화해 단기적 공급에 나서지 않고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했다”고 지적하며 “전임 행정장관들이 추진했던 주택 공급 계획은 대부분 모두 5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임기 5년 후 연임을 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주택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채 끝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관료주의의 비효율성 때문에 건축 도면 재작업, 토지 임대 등 사소한 변경을 이유로 건축 프로젝트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연된다. 따라서 단기적 해결방안이 많지 않은 가운데 행정적 절차 간소화가 돌파구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존 리 후보의 결과지향적 접근방식과 행정절차 간소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토지 정책 관련 시민단체인 본토연구소의 브라이언 웡(Brian Wong)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공공 주택 건축 공공 협의 과정을 단축하자는 제안이 이미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황 속에서 여기서 더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공공 임대 주택 공급 부진 문제는 건축 과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토지 공급, 인력 부족, 부지 설계 등의 문제 때문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긍정적 결과를 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 행정부와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간의 협력 또한 주목된다. 신계 지역에 방대한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다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지난 2019년 중앙 정부 매체로부터 이들이 토지를 비축하고 주택 공급 문제를 악화시켜 결국 홍콩 시위 촉발을 기여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개발업체들은 정부의 토지 공급 요청에 더욱 협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개발업체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시 주택 건설 지원에 나섰고, 다른 일부는 공공 주택 건축을 위해 보유 토지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주, 존 리 후보는 CK Hutchison 창립자 리 카싱(Li Ka-shing), Henderson Land Development 창립자 리 사우키(Lee Shaukee), Sun Hung Kai Properties 회장 레이먼드 궉(Raymond Kwok) 등 다수 홍콩 재벌들을 선거 캠페인에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존 리 후보가 홍콩 재벌계를 적재적소에 도움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핵심 도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최근 존 리 후보와의 영상 회의를 통해 다수 2세대 재벌들이 정부의 주택난 해결 문제에 함께할 의향을 이미 표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홍콩 부동산개발업체협회(Real Estate Developers Association of Hong Kong)도 홍콩 행정부와 함께 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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