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마라’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벌어진 일을 놓고 흔히 하는 얘기입니다. 많은 것이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현대 사회에서 후회는 ‘패자들의 감정’으로 여겨집니다. 떠오르는 상념을 빨리 지워버리기 위해 ‘후회하지 말자’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2월4일자 A30면<할걸, 말걸, 살걸…‘후회족(族)’을 위한 인생 지침서>는 그런 풍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일깨웁니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얼 핑크는 “후회를 제대로 이해하면 직장과 학교, 일상생활에서 더욱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후회는 모든 인간이 지닌 보편적 감정이며, 되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앞으로 나아갈 힘과 변화의 추진력이 돼 준다”는 것입니다. “후회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며, 더 나은 길을 찾아가기 위한 깊은 통찰력을 선사할 수 있다.”
핑크가 실시한 ‘세계 후회 보고서(World Regret Survey)’ 프로젝트에는 세계 105개국에서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인들이 어떤 것을 후회하는지 네 가지로 추려졌습니다. 첫 번째 후회는 ‘기초’에 대한 것입니다. “학창 시절에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그때 그 일을 해야 했는데” 등 장기적인 목표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 것에서 오는 후회입니다.
두 번째 후회는 ‘과감함’에 대한 것입니다.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여행을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다. 사람들은 실패한 것보다 아예 행동하지 않은 것에 더 깊이 후회한다.” 세 번째는 ‘도덕성’에 관한 것입니다. “가장 큰 상처를 주고 오래 지속되는 후회다. 거짓말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양심에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네 번째 후회는 ‘연결’에 대한 것입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더라면…이란 후회, 더욱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던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아쉬움 등이다.”
한경 2월4일자 A31면 <고민 나눌 사람 하나 없을 때> 기사는 후회의 소지를 없애며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오츠카 히사시가 수십 년간 1만 여명의 이야기를 듣고 쓴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는 책의 내용입니다. “후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러모아 ‘이것만은 꼭 해두자는 것’을 추려 담았다. ‘이직을 생각한다면 한발 먼저 움직여라’ ‘명함이 없더라도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등 여러 조언을 담고 있다.”
오츠카가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50대는 좀 더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50대가 되면 회사와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도 대부분 그 의미가 줄어든다. 이럴 때 좌절만 해선 남은 인생의 해답을 찾기 힘들어진다.” 지금까지와 달리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대담해져도 좋고, 눈치 보지 말고 실컷 제멋대로 살아도 괜찮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쌓아온 관습과 생각에서 우선 벗어나야 합니다.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과 사고방식을 떨쳐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디톡스 기간’이 필요합니다. 오츠카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과 업적, 인간관계와 삶을 총체적으로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라”고 말합니다. “만약 스무 살에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고 살았더라면 지금 50의 당신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라. 마찬가지로 지금 50의 나이에 30년을 계획하고 살아간다면 이후의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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