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야생 멧돼지 목격 및 피해 신고 건수가 늘자 홍콩 농수산보존국(AFCE)는 멧돼지 안락사를 제안하는 등 보다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멧돼지 퇴치 카드를 들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멧돼지 안락사에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개체수 통제 수단에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멧돼지 목격 및 피해 신고가 총 562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401건보다 약 40%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AFCE가 포획한 멧돼지는 총 286마리며, 이는 2018년 197마리, 2019년 279마리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렁 시우파이(Leung Siu-fai) 농수산보존국(AFCE) 책임자는 지난주 입법회 회의에서 현행 멧돼지 개체수 통제 수단들이 멧돼지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멧돼지 중성화, 시외 근교로 멧돼지를 옮기는 방법,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도록 주민들을 교육하는 방법까지 모두 총동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멧돼지들이 사람이 주는 먹이를 찾아 도심과 공공장소에 출몰하면서 대중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도심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멧돼지 등은 타지역으로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제거되어야 한다. 멧돼지 사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적 안락사 등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렁 시우파이 책임자는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최신 제안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전 관련 단체들과 협의를 먼저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렁 시우파이 책임자는 2년 전에도 공격적 성향이 강한 멧돼지들을 안락사시킬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지금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멧돼지 또는 주민들을 공격한 멧돼지에 한해서 인도적 안락사를 시킬 수 있다. 올해 지금까지 29마리의 멧돼지가 안락사됐다. 매년 안락사되는 멧돼지 수도 2019년 12마리, 2020년 20마리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는 약 3천 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살고 있다. 멧돼지는 홍콩의 동물보호종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달 홍콩 팝스타 코코 리(Coco Lee)의 친모가 더 피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산책을 하던 중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넘어졌다. 83세의 프란세스 왕(Frances Wang)은 팔꿈치 골절과 고관절 골절로 5시간 동안 수술을 받아야 했다.
홍콩멧돼지관심단체(Hong Kong Wild Boar Concern Group)는 최근 제안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니 웡(Roni Wong) 회원은 “사람들은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물의 목숨을 희생시키기보다는 공존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멧돼지 중성화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며 사람들이 먹이를 주지 않도록 더 많은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정부에게 촉구했다.
로니 웡 회원은 몇 주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약 20마리의 멧돼지 떼가 택시를 쫓는 영상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도심에서 멧돼지가 더 자주 출몰하고 있다.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서식지에서 도심으로 유인하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방지회(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의 피오나 우드하우스(Fiona Woodhouse) 부국장은 장기적으로 멧돼지 개체수를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교육 강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금지, 야생동물이 쓰레기를 뒤지지 못하도록 쓰레기통 관리를 개선하는 방법들이 멧돼지를 중성화시키거나 안락사시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홍콩대학교 한나 몸바이(Hannah Mumby) 생태생물다양성학 부교수도 현재 최대 골칫거리가 도심에 멧돼지들이 출몰하는 문제이니 먹이 공급원을 제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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