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일째 격리 중이다. 독수리인지 매인지 큰 새 한 마리가 매일 이 시간에 날개를 크게 펴고 바다를 한 바퀴 비행을 시작하면, 호텔 앞 창문에 참새 한두 마리가 번지 점프하듯 살겠다고 수직 낙하를 하는 고공행진 쇼가 아침마다 벌어지는 이 곳이 내가 격리 중인 창 너머 아침 풍경이다.
하얀 구름들이 몰려와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푸른 하늘과 눈부신 색 대비를 뽐내고, 아래 바다는 녹색과 파랑으로 서로 어울려 넘실거린다. 배도 고프지 않은데 굳이 세끼를 챙겨먹고 출렁이는 뱃살이 걱정되지만 멈출 수가 없다. 할 일이 없는 이 한가함 속에 뭐라도 해야 함으로.
오후 3시 넘으면 어김없이 회사에서 우울해할까 봐 색칠 공부, 종이접기, 스도쿠, 만들기 재료들이 매일 호텔 방문 앞 의자에 도착한다. 우울하지 말라는 좋은 뜻으로 보낸 구호물품은 아쉽게도 색이 부족하고, 스도쿠는 난이도를 골고루 섞어서 반나절 눈 빠지게 날 집중 시켰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게 잘하는 거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오늘도 커피 한 잔 내려서 멍 때리며 세모난 산과 동글동글한 구름들, 지나가는 페리들, 정박해 있는 요트들, 멀리 보이는 맞은편 도로를 달리는 차를 보며 한 모금. 내려다보이는 빌딩 위 텅 빈 옥상 위 나무들, 그리고 약간의 바람에 날리는 오래된 이불을 빨래 널어놓은 것도 정겹고 해서 또 한 모금.
세월을 낚는다는 게 이런 건가!! 6일만 버티면 된다. 그 사이 두 번 불청객도 방문했다. 마치 죄수 보듯 코로나 테스트하러 온 검역관들이 들이닥쳐서 딱 알맞게 만든 우동 국수 먹을 타이밍을 놓쳐서 불어 터진 국수를 먹었다.
갇힌 세상은 세상의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게으른 나의 적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격리를 끝내고 나가면 두부 한 모를 먹어야 되나?
(Misa Lee 위클리홍콩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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