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가 한 지인을 만났는데,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가던 그 지인이 나에게 이 한마디를 건넸다. “저 마호병은 누구 건데, 계속 저기 놓여 있냐?” 눈치로 보온병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과 일본어 표현일 것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지인분께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그 ‘마호병’은 어느 나라 표현입니까?” 그러자 그 지인은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자리를 떴다.
필자의 연령대는 나름 젊은 세대에 속하고 생활권 또한 서울/경기 권역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호병’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생소하게 들렸다. 하지만 연령대 및 생활권역과 상관없이 우리 삶 속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는 일본어 표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이번 시간에는 이 표현들을 함께 살펴보고 이 표현들의 순화어도 함께 알아보려고 한다.
1. 군 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일본식 표현
1) 구보 : “군복무 시절 눈이 펑펑 쏟아지던 한겨울에도 했던 ‘알통구보(상의 탈의 후 뜀걸음)’가 생각나네요.”
→ 이 경우는 ‘구보’를 ‘뜀걸음’으로 순화할 수 있다.
2) 기합 : “오늘 작업하는 거 보니, 기합 좀 받아야겠네.”
→ ‘기합’을 ‘얼차려’로 순화할 수 있다.
3) 고참 : “고참이 하라고 하면 잔말 말고 그냥 해!”
→ ‘고참’을 선임(병)으로 순화할 수 있다.
4) 나라시 : “여기 나라시 끝나기 전에는 밥 없다!”
→ ‘나라시’를 ‘평탄화 작업’으로 순화할 수 있다.
2. 우리의 일상에서 잘 모르고 사용하는 일본식 표현
1) 오뎅 : 아마 이 단어가 일본어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 ‘오뎅’을 ‘어묵’으로 순화해야 한다.
2) 간지 : “오늘 이 오빠, 간지나지?”
→ ‘간지’를 ‘멋지다’ 혹은 ‘멋있다’ 정도로 바꿔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똔똔 : “전에 네가 나한테 5천원 빌려 간 거 있으니까 그냥 똔똔으로 하자.”
→ 돈을 연상시키는 발음 때문에 돈과 관련된 표현으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의 ‘균형’을 의미하며, 따라서 ‘균형’ 혹은 ‘피장파장’ 정도로 순화시킬 수 있다.
4) 유도리 :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유도리 있게 처리해 줘.”
→ ‘유도리’를 ‘여유’, ‘융통성’ 혹은 ‘넉넉하게’ 정도로 순화할 수 있다.
3. 알면서도 사용하는 일본식 표현
1) 구라 → 거짓말
2) 겐세이 → 간섭
3) 뿐빠이 → 각자 계산
4) 와사비 → 고추냉이
우리 생활 속에 이미 외래어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고 외래어를 완전히 배척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 또한 분별없이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행동이다. 이는 특별히 일본 국적의 표현을 겨냥하여 하는 주장이 아니며, 모든 외래어에 대해 필자가 전하고픈 주장이다. 새로운 재화나 문물이 들어올 때 그들을 지칭하는 어휘가 함께 들어오는 경우야 어쩔 수 없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우리말 표현을 배제하고 다른 외래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순화할 수 있는 표현은 순화하고 또한 가꿔가는 것이, 세종대왕에 대한 작은 존경의 표시이며, 이것이 우리의 말과 우리의 것들을 지켜가는 작은 실천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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