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우거나 어떤 일을 순식간에 해치울 때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을 쓴다.
남양(南陽)은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염전지대로 서해 바다와 접해있어 예로부터 석화(石花)라고 불리는 자연산 굴이 많이 생산됐다.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부임해 오는 원님들마다 이 고을 특산물인 자연산 석화를 씹지도 않고 훌훌 들여 마셨단다.
자잘한 자연산 굴이 입술에서 빠져나와 떨어질까 걱정이 돼 단숨에 굴을 후루룩 마셨던 모양에 빗대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언청이 굴회 마시듯’이란 속담도 있다.
서해안 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은 썰물 때는 바깥세상에 고개를 내밀었다가 밀물 때가 되면 다시 바다 속에 잠겨버리기 때문에 알맹이가 잘고 옹골찰 뿐만 아니라 맛과 향도 뛰어나다.
반면에 남해안의 수하식 굴은 성장기간 내내 바닷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플랑크톤을 많이 섭취할 수 있어 알이 굵고 풍만하다.
자연산 굴로 만든 음식 중에는 그냥 굴젓도 아닌 ‘어리굴젓’이란 것이 있는데 하필이면 왜 그렇게 불렀을까.
어리라는 말은 ‘덜 된’, ‘똑똑하지 못한’의 뜻을 지닌 접두사 ‘얼’에서 왔으며 그래서 짜지 않게 간을 하는 것을 얼간이라 하고, 얼간으로 담근 젓을 어리젓이라 하게 됐다. 그러니까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담근 굴젓’이란 뜻이겠다.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어리굴젓은 굴 알갱이가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한편 굴은 도덕적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누려왔다.
‘굴 같이 닫힌 여인’은 정조가 굳은 여인을 일컫는 말이며 ‘굴 같은 사나이’는 입이 무거운 사람을 칭한다.
글리코겐(glycogen)과 타우린(taurine), 셀레늄의 보고(寶庫)
굴은 계절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5~6%의 글리코겐을 함유한다.
우리들이 섭취하는 음식물 중 전분, 탄수화물, 당질 등은 소화되어 혈액으로 들어가면 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글리코겐이 되어 에너지로서 간장에 저장된다.
글리코겐은 심장의 혈액순환 운동을 높이고 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면서 췌장기능을 촉진시키는 등 각 장기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향상시키는 작용이 있다.
굴은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생굴 100g당 타우린 함량은 400~1,000mg정도이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심장병의 부정맥이나 혈압을 정상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시력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굴은 셀레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생굴 1g당 셀레늄 함량은 0.44ug으로서 어류(0.22ug/g)나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의 축산물(0.04~0.10ug/g)에 비해 월등히 높다.
셀레늄의 생리적 기능은 인체의 세포와 세포막을 발암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수은,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독성을 감소시키는 등 인체의 세포기능 활성화에 필수적인 미네랄이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협중앙회 홍콩무역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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