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렸을 적,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는 매일 방과 후 친구들을 데리고 이 산 저 산을 뛰어다니며 전쟁놀이며(전쟁놀이는 온갖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게임이다), 심지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면서 정말 열심히(?) 놀았던 것 같다. 선생님 말씀은 IQ는 높은데 시험 점수는 선생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내가 타고난 재능 개발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어놀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얼마나 많이 암기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학력고사를 통해 한 줄로 세워지고 그 점수에 따라 적성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학과를 선택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데모하고 동아리 활동하느라 막상 학과 공부는 뒷전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80년대 학번은 대다수가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직장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은 직장에 들어가서 새롭게 배워야 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학력고사 대신에 수학능력시험이 생겼다. 얼마나 배운 것을 암기하고 있는지보다는 얼마나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력고사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우던 것을 학교 및 학과의 특성에 따라 다른 기준의 여러 줄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래에 필요한 이상적인 제도라 생각되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겠지만 제도의 목적은 수긍이 갔다. 그리고 IQ가 아니라 아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개발해 준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때쯤 나는 발달심리학의 대가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학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에 심취하게 되었다.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이론은 쉽게 얘기하면 지능이 단편적인 것이 아닌 여러 가지의 영역으로 분화되어 있으므로 지능을 IQ 테스트처럼 단편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다차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7가지 영역으로 나누었고 이후 2가지를 추가해 9가지의 지능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학교의 문용린 교수에 의해 8가지 지능으로 소개 되었고, 실제로 다중지능적성 검사를 개발하여 학생들의 적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학지도를 위한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8가지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시각/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대인지능, 자기이해지능, 자연친화 지능이다. 보통 한 사람이 2,3가지 지능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는데 이를 토대로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 박사로 유명했던 윤무부 교수는 아마도 자연친화 지능이 월등 했을 것이고, 피겨의 여왕 김연아는 신체운동지능과 음악지능에서 높은 점수를 실제로 얻었다. 수영선수 박태환의 경우 물론 신체운동지능이 다른 사람보다는 높았지만 자기 성찰 지능이 높아서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신체지능이 월등히 뛰어났던 중국 선수나 서양 선수도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우리의 K-Pop 스타들은 당연히 음악지능이 뛰어나겠지만 실제로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기성찰지능이나 대인지능 또한 높아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기면서 그룹 활동이나 연예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자기한데 주어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발전시키려고 할 때 뛰어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자녀가 하나 있다. 이미 군대까지 다녀와서 내년에 대학 3학년에 복학을 한다.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까지 미대를 갈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아내는 의대를 보내고 싶어 했고 당연히 의대 입시를 위해 필요한 공부를 시켰고 제법 잘 따라왔기 때문에 아들이 중3때 갑자기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그리고 예고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을 때 아내가 받은 충격은 심했다. 사실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아내가 안 시킨 공부나 방과 후 활동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안 보낸 곳이 미술학원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내를 잘 설득해서 본인의 지능과 적성을 고려해서 대학을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너무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본다. 프러덕션을 운영하는 모르는 선배를 찾아가 일을 배우겠다며 주말 인턴을 하고 짬짬이 본인만의 영상을 제작하고 군대를 다녀와서도 쉬지 않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보면서 본인이 하고 싶지 않고는 할 수 없을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모로서는 건강이 염려되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더 해서 유학을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이제는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교회에서 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우리 반 아이들의 진로 고민을 많이 듣게 된다. 각자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보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설사 조금 돌아가더라도 본인이 결정한 시행착오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교 홍콩 법인장, James Kim : E.mail: james.kim@myeyele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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