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옛 문헌에 의하면 오징어는 ‘물새가 변한 것이어서 그 입이나 배가 물새를 닮았으며 또 배에는 먹이 있어 오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오즉의 오는 까마귀, 즉은 오징어라는 의미이다.
또 중국의 어떤 문헌에는 ‘오징어는 까마귀를 즐겨먹는 성질이 있어서 날마다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발로 감아 잡아서 재빨리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 오징어에게는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란 뜻의 ‘오적어(烏賊魚)’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오징어란 이름은 이 ‘오적어(烏賊魚)’에서 변화됐을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속담 중에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는 말이 있는 데 이를 보면 앞서 전한 중국 문헌의 오징어에 관한 얘기가 우리나라에도 꽤나 잘 알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 속담은 꾀를 써서 힘을 들이지 않고 일을 해낸다는 뜻이다.
또한 오징어는 먹물을 가지고 있어 ‘묵어(墨魚)’라고도 불렀다.
별다른 필기 재료가 없었던 옛날에는 이 오징어 먹물이 잉크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그런데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금방 쓴 상태라 하더라도 글씨가 먹물처럼 완전히 검은색이 아니라 갈색의 검은빛으로 나타나 글이 흐릿하게 남게 된다.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갈색빛이 허옇게 변해 뭘 썼는지 도무지 알아볼 수조차 없게 돼 버린다.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은 까만색으로 보이지만 단백질의 일종인 멜라닌 색소가 주성분이라 시간이 지나면 탈색이 되기 때문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가 지나면 사라져 빈 종이가 되므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이 같은 간사한 방법을 이용한다는 글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두고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 다시 말해 오징어 ㆍ먹물로 쓴 약속이라고 한다.
오래되면 벗겨져 흔적이 없어지는 오징어 먹물 같은 약속, 혹여 자신도 모르게 지키지 못할 말들을 함부로 떠벌린 적은 없었는지 한 번쯤 되짚어 볼 일이다.
출처:국립수산과학원
제공:수협중앙회 홍콩무역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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