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스름하니 겉모양이 참으로 예쁘다. 결을 따라 활짝 펴있는 모습은 언뜻 보아선 부채를 닮은 것도 같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풍경(風磬)처럼, 가리비는 오랜 시간 바닷속 해류에 쓸리며 자란다. 입을 뻐끔거려 플랑크톤을 먹고, 몇 번의 계절을 힘겹게 건너며 제 몸에 살을 찌운다. 그렇게 물살을 견디며 자란 가리비는 바다처럼 깊고 담백한 풍미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바다가 품은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리비는 외관이 시원스럽게 크고, 결도 예뻐 공예품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식재료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여 종이 서식하는데, 그 종에 따라 패각의 크기, 생김새, 무늬가 제각기 다르다. 붉은색, 자색에서부터 샛노란 색이나 바다를 닮은 푸른색까지 실로 다양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가리비는 대략 12종으로, 큰가리비와 국자가리비, 비단가리비가 대표적이다.
가리비는 수려한 외양만큼 맛도 뛰어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아미노산인 글리신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단맛이 깊게 배어난다. 제철인 가리비를 얇게 떠 회로 즐기거나 쪄 먹으면 그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물론, 구이나 죽, 이외에도 갖가지 국물 요리에 곁들여 먹어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사랑받는 가리비는 현재 대부분 양식을 통해 생산된다. 자연산을 고집스럽게 찾는 사람도 있겠으나 자연산과 양식산의 맛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양식은 가리비 종에 따라 동해와 남해로 나뉘어 이뤄진다. 한류성 패류인 큰가리비는 주로 동해 일대에서 양식되며, 난류성 패류인 해만가리비는 남해 부근에서 활발히 생산된다.
자연이 품은 바다의 맛, 가리비를 만나러 동해 사천항으로 떠나 보자. 동해 사천항에서 물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면 양식장에 다다른다. 줄 사이사이마다 채롱이 한가득 매달려 있다. 6월 초에 들여와 넣어둔 것이라는데, 크기가 아주 자그맣다. 이토록 작은 치패가 먹음직한 참 가리비로 자라는데 약 2년이 걸린다고 한다.
바다에 잠긴 부표의 수위를 가늠하여 가리비의 상태를 파악한다. 가리비가 생장하며 몸집이 커질수록 그 무게로 인하여 점차 가라앉으며 부표가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밧줄을 걷어 한차례 분별 작업을 해줘야 한다. 같은 크기, 같은 일시에 넣은 치패라 할지라도 성장 과정에서 저마다 차이를 보이므로, 그에 걸맞도록 분류해주는 것이다.
가리비를 살찌우는 게 바다의 일이라면, 무사히 자라도록 거드는 건 바로 사람의 몫이다. 여름철에 들어서면 더욱 신경 쓸 게 많다. 폭우나 해풍 탓에 채롱이 유실되거나 찢어지는 경우도 다반사고, 산란기를 겪은 가리비는 극도로 예민해져 생육 불량 상태가 된다.
출처:수협중앙회
제공:수협중앙회 홍콩무역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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