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은 백합목(目) 백합과(科)에 속하는 조개로 주로 모래, 자갈, 진흙이 섞인 지역에 많이 서식하지만 다른 조개와 같이 특정한 펄을 선호하지도 않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다른 조개가 폐사를 일으키는 지역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전천후(全天候)조개이다.
서식 장소에 따라 맛과 형태가 차이가 나고 무늬도 다양한데, 유기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물이 활발하게 흘러오는 장소에서 성장한 놈은 패각도 크고 조갯살도 충실하지만 환경이 나쁜 곳에서 자란 놈은 똥똥하고 작달막하게 되고 만다.
바지락은 입수관을 통해 들어온 해수를 여과해서 먹이를 취하는 대표적인 부유물 식자(suspension feeder)로서 환경 정화 능력이 우수하다.
최근의 발표에 따르면 3cm 정도의 바지락 한 마리가 시간당 약 1ℓ 정도의 바닷물을 여과한다고 하니 바지락이 갯벌에서 정화해 내는 물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바지락은 봄이 되면 여름철의 산란에 대비해 해수를 원기 왕성하게 빨아들여 물속의 유기물을 흡수해 크게 성장하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는 철이다.
바지락은 뭐니 뭐니 해도 껍질 째 삶았을 때 나오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제철 바지락을 삶은 국물은 새벽안개처럼 뽀얗고 시원한 감칠맛이 난다.
우리가 일상 쓰는 말 중에는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민족은 차가울 때 느끼는 외피(外皮)감각적 쾌감이나 창자 속에 응어리가 풀리는 내피(內皮)감각적 쾌감도 똑같이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조갯국, 콩나물국, 북엇국 등은 뜨거우면서도 시원하다. 서양 사람들을 이런 감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바지락의 시원한 감칠맛은 타우린, 베타인, 글루탐산, 핵산류(이노신산)와 유기산인 호박산 등이 어우러져 내는 맛이다.
바지락의 시원한 국물을 이용한 조리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바지락을 삶아 우려낸 국물에다 쫄깃쫄깃한 칼국수를 넣은 ‘바지락 칼국수’이다.
조리법은 바지락을 깨끗이 씻고 바닷물이나 3% 정도의 소금물에 담가 해감과 모래를 제거한 뒤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다가 입이 벌어지면 바지락을 건져내는데, 조개는 입을 열었을 무렵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으며 너무 끓이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이어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칼국수를 넣어 끓이다가 호박과 감자를 넣어 건져낸 바지락을 다시 넣어 살짝 끓인 뒤 미리 준비해 둔 양념장을 곁들여 먹어야만 제맛이 난다.
바지락 국물은 몸에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간이 약해 쉬이 피로하고 황달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바지락국을 권하였으며, 봄철에 몸이 나른하고 손톱의 흰 반점이 커졌을 때나 술을 마신 뒷날의 숙취에는 반드시 바지락국을 끓여 먹곤 했는데, 이는 현대 약리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
바지락에는 타우린이 1050mg이나 들어있다. 이는 조개류 중에서 전복, 소라 다음으로 많은 함량이다. 타우린이 콜레스테롤계의 담석을 용해하고,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하며,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압을 정상화시킨다. 또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시력의 회복과 근육의 피로 회복에도 지대한 효력이 있다고 하여 2차 대전 중 일본군 조종사에게 다량 투여한 바도 있고, 요즘 피로회복제로서 시판되고 있는 드링크에도 1000mg의 타우린이 함유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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