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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 홍콩의 지하철 역명의 유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7-16 15:28:30
  • 수정 2019-07-16 1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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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하철 역명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유난히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름들이 있다. 油麻地(Yau Ma Tei)역을 지나갈 때는 이곳에서 마유..
홍콩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하철 역명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유난히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름들이 있다. 油麻地(Yau Ma Tei)역을 지나갈 때는 이곳에서 마유(麻油)를 짰나 싶다가도, 역 이름이 麻油地(Ma Yau Tei)가 아니니 그게 아닌가보다 싶어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沙田(Sha Tin)역은 옛날에 모래밭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정설로 자리잡으려다가도, 설마 모래밭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것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홍콩의 지하철역명의 유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일단 알아보고, 안 되면 다음회로 넘어가는 걸로...

우선 지하철역명은 전적으로 MTR Cooperation에서 모든 권한을 갖는다고 한다.

 
위의 지도는 1978년도의 홍콩 MTR 지도이다. 당시에는 주로 주변의 길 이름을 따서 역명을 지었는데, Waterloo역(현재의 Yau Ma Tei역)이나 Argyle역(현재의 Mong Kok역)은 현재는 전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이 아니라는 데서, MTR역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지역의 상징성을 갖는지를 알 수 있다.

1. 佐敦(Jordan, zho2 do:n1, 이하 조던)
먼저 우리 학원이 있는 지역인 조던의 역명 유래부터 확인해 보려고 한다. 조던의 원래 지명은 官涌(gwun1 chung1)인데, 이는 근처에 있는 꾼청산(官涌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1818년의 역사 자료에 이미 이 지명이 사용된 기록이 있는데, 청나라 때에는 포대가 주둔해 있었고, 이 지역에서 청나라와 영국 군대간의 전쟁도 있었다고 한다.

1839년 官涌之戰
1839년 官涌之戰
 
그렇다면 왜 이 지역 MTR역은 꾼청역이 아닌, 조던역이 된 것일까? 조던역은 조던도(佐敦道)라는 길 이름에서 딴 것인데, 조던도도 원래 옛날에는 그저 숫자로 붙여진 이름, 제육가(第六街)였던 것이, 홍콩섬과의 구별을 위해 나중에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 대한 설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가 있다.

1) 병리학자이자 의사였던 조던(G.P. Jordan)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 설이다. 조던은 홍콩 정부의 위생부장관, 의과대학, 외과의 담당자였다. 그리고 1918년부터 21년간 홍콩대학교의 교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연구결과가 홍콩에 유행하던 전염병(흑사병. 페스트)의 예방과 치료에 주효했다고 하며, 그의 이런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사용해 길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다.

2) 또 다른 설은 영국의 외교관 조던(Sir John Newell Jordan)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첫 영국 주한 대사, 첫 영국 주중 대사를 역임했으며, 중국 근대사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특히 그는 신해혁명 당시에도 영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많은 일을 추진했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은 두 번째 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데, 조던 대사가 1908년 3월에 홍콩을 방문한 후 1909년부터 도로 이름이 바로 조던도로 변경된 것이, 두 번째 설이 더 큰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2. 油麻地 (Yau Ma Tei, yau4 ma4 dei2, 이하 야마테이)
그렇다면 필자가 가장 많이 궁금해 했던 야마테이역의 이름은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을까? 이 지역에는 1860년대에 부두가 있었고, 많은 어부들이 이곳에서 마(麻)로 만든 닻줄을 널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을 마지(麻地, 마데이, 마로 만든 닻줄이 많은 땅)라고 불렀는데, 앞에 있는 유(油)는 어선을 수리할 때 쓰는 기름, 동유(桐油)를 뜻한다고 한다. 이 동유와 마로 만든 닻줄은 이 지역을 대표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야마테이가 역명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3. 尖沙咀 (Tsim Sha Tsui, zhim1 sha1 zho:u:2, 이하 침사추이)
침사추이 역시 야마테이와 같이 지명에서 유래된 역명이라고 한다. 침사추이는 구룡반도 서남쪽 끝에 위치해 있는데, 그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와(尖) 있으며, 해변에 모래(沙)가 많고, 새의 부리(咀)를 닮았다고 하여 침사추이(尖沙咀)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그 이름이 그대로 역명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1870년도의 침사추이만, 尖沙咀灣
1870년도의 침사추이만, 尖沙咀灣
 
4. 沙田(Sha Tin, sha1 tin4, 이하 사틴)
필자가 과거에 모래밭이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지역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결과가 여기에 있으니, 이 글을 읽으며 옆 사람을 때리는(무안한 경우 이렇게 표현하는 분들이 간혹 있기에) 분들이 다수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멜로(과일, pomelo)를 뜻하는 광동어가 沙田柚(sha1 tin4 yau2)라고 한다. 이 지역이 예로부터 이 포멜로가 유명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지역 명물의 이름을 따 사틴이라고 불렀으며, 이 지명이 그대로 역명이 된 사례라고 한다.

5. 奧運(Olympic, ngou3 wan3, 이하 올림픽)
올림픽역이 위치한 곳의 지명은 사실 Tai Kok Tsui(大角咀)이다. 처음에는 역명도 지명을 따서 大角咀站으로 거의 확정됐다가 마지막 순간에 Olympic역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 이유는 이 역이 운영되기 직전에 열린 1996년 미국 Atlanta Olympic game에서 홍콩선수들이 요트 등의 종목에서 국제무대 최초로 금메달 3개를 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역명을 Olympic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오늘의 알쓸홍잡은 여기까지이다. 다음 시간에도 역에 관한 좀 더 재미있는 내용을 들고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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