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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말(言)이 일으키는 기적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3-26 10:17:25
  • 수정 2019-03-26 1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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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에서 하네다로 가던 비행기에 문제가 발생해 파리로 회항하게 됐습니다. 객실 승무원은 탑승객들에게 일일이 사과했습니다. 퍼스트 클래스 고객들은 “파리에서 깜빡 ..
파리에서 하네다로 가던 비행기에 문제가 발생해 파리로 회항하게 됐습니다. 객실 승무원은 탑승객들에게 일일이 사과했습니다. 퍼스트 클래스 고객들은 “파리에서 깜빡 잊고 못 사온 게 있는데 잘 됐네요”, “고생하네요. 힘내세요”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는 “내일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는데 어떻게 합니까!” 하는 불평이 쏟아졌고 객실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성난 고객이 승무원의 멱살을 움켜잡았습니다.

일본 카피라이터인 히스이 고타로가 쓴 책 《하루 한 줄 행복》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억만장자 친구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들은 히스이가 “역시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도 여유가 있구나”라고 말하자 친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음이 먼저일세.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돈에도 여유가 생긴 거라고.”

한국경제신문 3월22일자 A27면 기사 <日 베스트셀러 작가가 꼽은 100개의 명문장>은 스티브 잡스, 월트 디즈니, 찰리 채플린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바꾼 100개의 문장’을 소개했습니다. 일본에서 개인납세액 1위에 오른 기업가 사이토 히토리는 “나에게는 성공이나 대성공만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까지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실패를 맛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대단하지 않은가? 내막은 이렇다. 예를 들어 30분 동안 바둑을 배우다가 포기했다고 하자. 사이토는 이렇게 생각한다. 30분간 배운 것만큼 바둑에 대해 조금 말할 수 있게 됐으니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눈(目)’이 아닌 ‘말(言)’에 달려 있습니다. “무지개색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깔을 떠올린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는 무지개색이 여섯 가지 색깔일 뿐이다. 파란색과 남색을 구분하는 단어가 없어서다.” 말이 존재해야 인식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보이는 세계가 있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마음에 담아둔 말을 그저 털어놓거나, 그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운슬러인 야노 소이치에게 잔혹한 학대를 받아 온 사람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야노는 상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객이 뜻밖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변화시키려고 애쓴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려고 애쓴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상대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아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애초에 타인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이해해주려는 마음으로 단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멋진 치유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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