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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열정’에 대한 착각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3-12 12:18:03
  • 수정 2019-03-12 12: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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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2만3000여명 앞에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십시오. 아직 그런 일을 ..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2만3000여명 앞에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십시오.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아보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이 연설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자마자 350만 뷰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인습 타파’의 상징적 인물이 설파한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정작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리드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장발에 맨발 차림으로 미국역사와 댄스를 연구하고, 동양 신비주의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사업이나 전자기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대학을 중퇴하고는 수련공동체를 들락거리고, 인도로 영적 여행을 다녀온 뒤 젠(zen) 센터에서 선(禪)을 수련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3월8일자 A26면 톱기사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달콤한 속임수일 뿐>은 ‘열정을 따르지 말라’는 칼 뉴포트 조지타운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만약 젊은 시절의 잡스가 훗날 스스로 얘기한 조언을 따라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일만 추구했다면, 아마도 로스앨토스 젠 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강사가 됐을 것이다.”

캐나다 심리학자 로버트 밸러랜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열정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84%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열정을 쏟는 활동은 댄스, 하키, 스키, 수영에 집중됐다. 소중한 열정이지만 주로 취미 영역이었다. 직업 및 교육과 연결될 수 있는 항목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富)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열정론은 오히려 커리어에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맡은 일을 잘하고 오래 하면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게 뉴포트 교수의 발견입니다.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 예일대 조직행동학과 교수는 대학 행정보조 직원들을 조사해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근무연수’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 일을 오래 하면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열정은 ‘제대로 일하면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라는 얘기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을 게 아니라 제대로 일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따지는 열정 마인드셋(mindset)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장인(匠人) 마인드셋입니다. “장인 마인드셋은 명확한 답을 주지만 열정 마인드셋은 답하기 어려운 모호한 질문과도 같다. 훌륭한 커리어는 누가 거저 주는 게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일궈내는 것이다.”

열정을 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커리어 자산’이라는 게 뉴포트 교수의 결론입니다. “이 자산을 갖기 위해서는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과 ‘가혹하고 신랄한 피드백의 수용’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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