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학영의뉴스레터 - 윔블던에 새겨진 시 구절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7-17 10:30:55
  • 수정 2018-07-17 10:31:15
기사수정
  •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 영국 시인 러디야드 키플링이 쓴 <만약에(If)>의 한 구절입니다.

한국경제신문 7월14일자 A31면 <천자칼럼: 윔블던에 새겨진 시 구절>은 영국 런던의 윔블던 테니스코트에 새겨져 있는 이 시구(詩句)를 소개했습니다. “영국인 애송시 1위로 꼽히는 이 시는 키플링이 1910년 열두 살 된 아들에게 주려고 썼다. 험한 세상의 길잡이가 될 조언을 32행에 담아냈다. 첫 부분은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으로 시작한다.”

윔블던에 새겨진 시구의 다음은 ‘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으로 이어집니다. “키플링은 이렇듯 지혜와 포용, 사랑과 겸손의 미덕을 하나씩 일깨우고는 ‘무엇보다 아들아,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소설 《정글북》의 작가이자 42세 때인 1907년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키플링의 이 시로부터 힘을 얻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국 지배에 맞서 식민지 인도인들의 불복종 운동을 편 간디도 이 시를 애송했습니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오디션 스타가 된 오페라 가수 폴 포츠도 “이 시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은 금속 장식판에 이 시를 새겨놓고 날마다 뜻을 음미했다고 합니다. 올해 초에는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이 시를 인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2018년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남자부는 노바크 조코비치, 여자부는 안젤리크 케르버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선수는 여자부 결승전에서 패배한 세리나 윌리엄스(37)였습니다. 한 때 세계 여자테니스를 휩쓸었던 그였지만,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181위의 초라한 위상 속에서 출전했습니다. 지난해 9월 늦은 나이에 딸을 출산한 뒤 혈전(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으로 고생하는 등 후유증이 컸던 탓입니다.

세리나 윌리엄스는 “한물갔다”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결승무대에까지 진출했고, 혼신을 다한 대결 끝에 준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감격에 북받쳐 토해낸 그의 소감은 가슴을 뭉클하고도 벅차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뛰었습니다. 나중에 딸에게 '너를 낳고 엄마가 윔블던에서 준우승했어'라고 말하는 것도 아름다운 이야기겠죠. 하지만 그 옛날이야기의 엔딩은 (우승으로) 바뀔 겁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