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아이들은 행복하게가 아닌 ‘탁월하게’ 키워져…전문가들 우려 입법의원들과 사회복지사들, 성공만을 강조하는 문화는 젊은이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아
홍콩 청소년들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높은 심적 부담감과 시험 위주의 교육제도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로 보이기보다 기능을 잘 수행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많은 아동들이 삶에 불만족을 느끼는 이 우려스러운 경향은 정책입안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와야한다고 운동가들은 말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홍콩 초등학생 7명 중 1명이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우울증 증세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 부문 담당 쉬우 카 춘(Shiu Ka-chun)입법의원은 “홍콩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며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아서는 안되고 암기학습과 학원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아동들의 기능적인 어린 시절을 선호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 중 13.2%가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 9.7%의 학생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연구 기관은 약 33,000명의 홍콩 학생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우려스러운”수치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과 사회생활에서 건강을 잃어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찾아오는 성인들의 경우 이미 우울증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심지어 자살 성향이 있다”며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아 정신상태가 심각한 경우엔 치료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자살방지위원회’ 위원장인 폴 잎 시우 뽜이 (Paul Yip Siu-fai) 홍콩 대학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우울증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가 근무하는 자살연구 및 예방센터(The Centre for Suicide Research and Prevention)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4세 이하의 69명의 젊은이들이 자살을 했는데 이는 2015년보다 4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홍콩의 아이들을 “대체적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업에 대한 부담을 제외하고 가족문제와 생활환경 등 다른 요인들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행해진 연구들에 따르면 홍콩 아동들은 정신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홍콩 소아협회는 이 같은 문제가 지난 몇 십년간 지속돼 왔으며 부모들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부모들의 정신건강이 과거보다 “더욱 우려스러운”지경에 이르렀고 아이들은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또한 요즘 학부모들은 자식에게 최고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고 아이들의 학업 성과에 따라 좋은 부모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고생한다.
전문가는 “사회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한 부모들이 갖는 불안증세에 대해 아이들은 종종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압감이 높은 교육제도와 아이들을 탁월하고 승리자가 되도록 키우는 것에 촛점을 둔 문화속에서 부모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며 모든 책임을 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부모들을 원망하기는 쉽지만 이들도 사회 구조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한다”며 “이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쉬우 국회의원은 정부가 행복한 공부라는 개념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와 같은 생각을 실제로 옮기는 데 실패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정부가 내건 공부는 “점수가 다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언급하며 “이 같은 철학에 동의하지만 정부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14년간 임상 심리학자로 일해온 캐롤 리 치 콴(Carole Li Chi-kwan)은 지난 몇 년간 어린 환자들이 늘었으며 4세의 여자 아이를 치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리 씨도 여러가지 요인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 저하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공부를 하는 이유가 점점 더 야망을 위한 것으로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생들이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운다. 또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과정을 배운다”고 말했다. “홍콩 아이들은 해야할 숙제가 아주 많지만 놀거나,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첫 정책 연설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아이들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쉬우(Shiu) 국회의원은 위원회가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인 장시간 노동과 같이 부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 또한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복지는 아동 정책에만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노동조합의 주 44시간 기본 노동 시간 요구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최대 노동 시간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시간에 대한 제한이 없으면 일하는 부모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게 된다. 또한 부모들이 아이들과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엄격한 원칙에 기반한 양육 스타일을 택할 수밖에없다.”고 덧붙였다.
소아협회의 릴리안 웡 휘우 레이(Lilian Wong Hiu-lei)의사는 아이들에 대한 건강정책의 부재로 인해 오랫동안 아동들의 정신 건강이 해쳐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가 신설한 위원회가 아동 문제들에 대해 조사할 법적인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아동 복지를 증진시킬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모든 행동은 아동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임시변통식 접근일 뿐”이라며 “문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면 더이상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웡씨(Wong)는 청소년 자살 증가가 정부의 부족한 대응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학업 스트레스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라며 “정부가 원인 규명에도,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건강한 환경은 학업성과나 시험위주의 공부에 촛점을 두지않는 교육 정책에 의해서 뒷받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쉬우 입법의원은 정부가 현재 아이들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애국심 고취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이들이 미래에 그들의 나라를 사랑할 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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