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 가정부 아니샤(Anisa)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홍콩에서 13년 째 일하고 있는 그녀는 고용주가 자신을 해고해 자신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녀의 아이가 곤란에 처할 것을 생각하자 두려웠다.
아니샤가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이유는 가정부는 자신의 거주지를 따로 얻을 수 없고 반드시 고용주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홍콩의 노동법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37세인 아니샤는 홍콩에서 머무를 비자마저 잃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고용인에게 자신이 임신 5개월이라고 말하자 그녀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아니샤는 인정사정없이 해고됐을 뿐 만 아니라 그녀 아이에게 쏟아진 언어적 폭력과 조롱을 참아야만했다.
비자가 만료된 그녀는 “(내 고용인이 )내게 심한 말들을 했다. 나를 개라고 부르면서 내가 개를 낳을 것이며 내 아기는 팔 다리가 없는 정신 지체아로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고 익명을 요구하며 말했다.
이어 이제 한살이 된 그녀의 딸이 한 이민지원 센터에서 놀고 있는 동안 “내 고용인은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을 모든 말들을 했다. 그녀가 내게 한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많이 고통스럽다”고 조용히 흐느끼며 광동어로 말했다.
가정부에서 청소부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6천 7백만 가정 고용인중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60% 이상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국제 노동 기구는 말한다.
홍콩에서 일하는 가정부는 35만 명에 이르며 대부분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집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다.
홍콩이 가정부들을 위해 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보호장치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2014년 한 가정부가 고용인에게 폭행당하고 뜨거운 물에 데인 사건을 계기로 홍콩에서 일어나는 학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선단체에 따르면 임신한 외국인 가정부 다수가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홈리스가 되거나, 살기위해 성 매매를 하거나, 착취와 인신매매의 위험에 처한다고 한다.
법률적인 도움과 취업 상담, 중절 알선, 임산부 교실등을 통해 이같은 여성들을 돕는 자선단체인 패스 파인더스(PathFinders) 소속 제시카 차우 사회복지사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임신한 여성들은 계속 일을 한다. 왜 너무나 많은 외국인 가정부들이 임신을 이유로 해고를 당해야하나?”라며 반문했다.
그녀는 어떤 경우에 여성들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으로 일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우씨는 직장과 숙소가 절실했던 그녀 고객 중 한 명은 집 청소의 댓가로 숙식을 제공했던 한 남성으로부터 노예 생활을 강요당하고 강간을 당한 후에 임신이 됐다고 했다.
그녀는 “갈 곳 없는 젊은 여성이 얼마나 어려움에 처했는지 잘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친절한 사람에 대한 위험부담을 감수한다. 이 여성들은 피해를 입기 쉽고 사람들은 그 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차우씨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가난하고 전통적인 마을에서 온 여성들은 창피함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아기와 해고에 대해 말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직업이 없는 가정부들은 의료보험이나 식료품 보조와 같은 사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빈곤의 틈새로 빠진다고 말하며 그녀의 단체는 2016년에만 900명에 이르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도왔다고 밝혔다.
차우씨는 신분증과 국적이 없는 외국인 가정부에게서 태어난 아동들은 인신매매와 빈곤의 위험에 처하기 쉽다고 말하고 가정부들에게 모국과 홍콩으로부터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을 독려한다고 덧붙였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