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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문화 산책] 귀신들의 잔치 '우란절(盂蘭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09-07 22:28:11
  • 수정 2017-09-07 22: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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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문이 열리는 날 “음력 7월 15일...올해는 9월 5일” 음력 8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추석. 그러나 이곳 홍콩에서는 중추절(추석)에 앞서 우란절..
 지옥문이 열리는 날 “음력 7월 15일...올해는 9월 5일”



음력 8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추석. 그러나 이곳 홍콩에서는 중추절(추석)에 앞서 우란절(盂蘭節-음력 7월 15일)이 먼저 찾아온다. 홍콩은 음력 7월을 귀절(鬼節) 혹은 귀월(鬼月)로 부르는데, 그 이유는 ‘귀신(영혼)’들이 저승에서 해방돼 세상을 헤매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무렵 홍콩 거리에서는 종이돈과 종이로 만든 생필품을 태우고 공물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홍콩에서 지금도 보존되고 있는 우란절의 풍습을 소개한다.



■ 우란절의 유래

종이로 만든 '남녀하인'은 저승에서 고인의 신변을 돌봐주게 하기 위해 만든 인형이다.
우란절의 풍습은 홍콩에서는 불교의 "우란절(盂蘭節)', 대만에서는 도교의 '중원절(中元節)'로 음력 7월 15일에 해당한다, 올해는 9월 5일이 우란절에 해당한다. 우란절과 중원절은 본래 다른 것이어서 엄밀히 구분해야 하지만 양자 모두 '음력 7월에 돌아오는 넋을 위로'한다는 개념과 그 바닥에 "보도중생(普度衆生-사람들을 고통에서 차별 없이 구원한다)'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 때문에 긴 역사 속에서 민간 신앙으로 계승되어오는 동안 그 관습과 전통이 섞여 있고, 현재는 혼동해서 말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고대 한족에서 도교(道敎)가 발생했는데, 도교에서는 음력으로 정월 15일은 상원절, 7월 15일은 중원절, 10월 15일은 하원절이라 불렀다. 이 세 개를 합쳐 '삼원절(三元節)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천지수(天地水) 라고 생각했다. 삼원절은 이 세 가지를 담당하는 신들 각각의 생일이다.

7월15일이 생인인 지' 지관(地官)은 사람의 죄를 용서하고 형벌을 제해 주는 신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지관의 생일인 중원절에 죄를 용서해 달라고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불교문화가 중국에 정착하고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원절이 불교의 풍습을 따르게 됐는데 홍콩과 중국은 불교문화가 접목된 우란절을, 대만에서는 도교문화 그대로 중원절을 지낸다.

▶ 석가모니 제자 목련의 어머니 구하기


목련이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된 어머니에게 음식을 드리면, 음식이 입주위에 닿기만 해도 불로 변해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
불교의 우란절은 불교의 '목련구모(目蓮救母)'에서 기원한다. 265~290년 중국의 고문서 '불설우난분경(佛説盂蘭盆經)'에 의하면 이렇다.

석가모니에게는 목련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불가에 귀의했는데, 어머니를 무척 그리워하다 천안(천안(天眼) : 오안(五眼)의 하나. 천상세계(天趣)에 태어나거나 또는 이 세상에서 선정(禪定)을 닦아 얻는 눈으로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사물이나 먼 곳에 있는 것까지도 널리 살펴볼 수 있는 눈, 중생들이 미래에 태어나고 죽는 모습까지도 미리 내다볼 수 있다.)을 사용해 어머니가 어떻게 지내시는 지 살펴보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자비의 마음 없이 죄를 짓고 살다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됐다. 고통스럽게 지내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던 목련이 음식을 좀 드리려고 했지만 그가 가져온 음식들이 입가에 닿기만 하면 불로 변해버려 어머니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를 본 석가모니는 어머니가 생전에 죄를 많이 지어서 지금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으니 7월은 가운데 날, 다른 제자들과 함께 어머니를 위해 쟁반에 음식과 과일을 우란분(盂蘭盆)에 담고 향과 촛불을 켜서 다른 스님들과 함께 제사를 지내보라고 말했다.

이에 목련은 다른 스님들과 함께 7월15일에 어머니를 위해 공양을 하고 제사를 지냈다. 어머니는 지옥을 벗어나 개로 환생하게 되었는데, 목련은 그 후에도 49일이 지날 때마다 제사를 지냈고 결국 어머니는 천국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우란절이 지금의 중원절 풍습으로 자리 잡아 7월15일이 되면 사람들은 죽은 망령이나 친척들을 위해 음식과 과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우란(盂蘭)’은 산스크리트어로 ‘ullamana’에서 나온 말로, 해도현(解倒懸), 구도현(救倒懸)의 의미다. 도현(倒懸:거꾸로 도, 매달을 현)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뜻으로 후손들이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와 조상을 구제하기 위해 음식을 마련해 공양하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 또 이 목련의 이야기는 효도의 상징적인 이야기로 민간에 구전되면서 우란절이 조상을 숭상하는 날로 되기도 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은 물론 나와 인연이 있건, 없건 고통 받는 모든 존재들을 지옥의 고통에서 구해내고자 기도하면 커다란 자비가 베풀어진다고 한다.


■ 지옥문이 열리는 ‘우란절’



우란절인 7월15일(금년에는 9월5일)은 '지옥문이 열리는 날'이라고 해서 이때부터 귀신들은 인간의 세계에 올라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들은 음력 지옥문이 닫히는 음력 7월30일(9월19일)까

지 인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길가에 차려놓은 과일과 향 공양 등을 만족할 만큼 받은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길거리에서 종이돈을 비롯해 종이로 만든 다양한 생필품을 태워 방황하는 망령들에게 보내는 것을 ‘소가의(焼街衣) 라고 하는데, 이 소가의는 기본적으로 음력 7월 1일부터 14일(올해는 8월22일~ 9월 4일) 까지 하고, 조상에 대한 공양은 ‘위란승회(盂蘭勝會)‘ 기간에 진행된다.


▶ 다양한 공양물







우란절에 빠뜨릴 수없는 것이 종이로 만든 제사 용품(중국어로 ‘지찰(紙扎)’ 지폐의 경우는 ‘지전(紙銭)’. 그 종류는 지폐를 비롯해 동전, 금, 금괴, 신발, 의류, 가전제품, 마작, 휴대전화, 컴퓨터, 고급 외제차, 단독주택, 하인 등으로 놀랄 만큼 다양하다. 덧붙여서 지폐는 명토은행(冥土銀行) 즉, 저승은행이 발행한 것이다. 이러한 종이 제품(집 등 대형 물건의 경우 뼈대에 나무가 사용된다)는 장례식 등에서도 사용된다. 고인이 저승에서 불편 없이 지내고, 후손에게 가호를 기원하는 제사의 막판에 태워 보낸다. 이와 함께 청나라 청명절과 중양절 때도 소가의(燒街衣)를 갖는다.

우란절의 악귀와 조상에 대한 제사 내용은 조금 다르다. 조상 공양에는 촛불과 향, 지전(紙銭)은 물론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물건을 본뜬 종이 제품을 태우는 사람이 많다. 이 외에 음식도 올리는데, 악귀들에게는 ‘두부와 계원(桂圓-말린 용안육龍眼肉), 백반, 술, 숙주’ 등이 일반적이지만, 조상에게는 과일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등 좀 더 호화로운 것을 올린다.

종이옷이나 신발, 가전제품이 등장하게 된 것은 30년 전부터. 지금은 인간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공양으로 준비돼 있다.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이 마작 세트. ‘저 세상에서 고인이 체면을 갖추고 마음껏 마작을 즐길 수 있도록'하기 위한 것도 ’가족이 먹고 살만 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 공물은 값이 올라도 팔린다

홍콩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올해 지찰품(대부분이 중국 본토제)은 중국 본토의 인건비 상승으로 10% 인상됐지만 매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지금까지의 가호에 감사하는 동시에,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자손을 더욱 잘 보살펴 달라는 의미에서 많은 지찰을 바친다.


■ 각지에서 열리는 오페라 무대



홍콩 우란절은 40~50년 전, 광동에서 이주한 조주인과 학가인(鶴佬人, 현재 광동성의 하이펑(海豊)과 루펑(陸豊)에서 들어온 풍습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조주인과 학가인이 사는 동네에서는 우란절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음력 7월 13일부터 3일간(올해는 9월 3일부터 5일) 경부터 각 마을에서 ‘우란승회(盂蘭勝會)’가 개최된다. 우선 첫날에는 신을 부르는 하나님을 부르는‘청신(請神)’ 의식을 하고, 다음날부터 3일 동안에는 귀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 '신공희(神功戯)'를 공연한다.


▶ 귀신들의 오페라, 신공희(神功戯)

'신공희(神功戯)'의 무대는 동네 공원이나 광장에 설치된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귀신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므로 공연 첫날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 관습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객석을 향해서 낭랑하게 이야기 하는 연극은 참으로 희한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일째부터는 누구나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신공희는 광동어 외에 조주어와 학가어 오페라가 많기 때문에 오래 던 그곳 마을에서 오락으로서 매우 사랑 받던 것으로 보인다.





<머리 위에 관음상과 2개의 뿔이 무서운 형상인 대사왕은 공양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면 축제의 마지막에 불에 타오르며 하늘로 돌아간다.>

또한 신공희의 무대 근처에는 귀신들에게 질서를 유지하고, 그들이 만족 여부를 지켜보는 역할을 가진 커다란 종이神 대사왕(大士王)이 모셔져있다. 일명 '귀신의 왕(鬼王)'이라고 하는데, 머리 위에 관음상과 2개의 뿔이 난 매우 무서운 형상이다. 사람들이 귀신들에게 바친 선물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면 대사왕은 축제의 마지막에 불에 타오르며 하늘로 돌아간다.

▶‘평안미(平安米)’ 배부



우란승회 마지막 날에는 ‘평안미(平安米)’ 라는 쌀을 배부한다. 이 쌀을 ‘파미(派米)’라고도 하는데, 가족과 함께 나눠먹거나 제물로 올린다.

참고로 홍콩의 우란승회는 2011년에 중국의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國家級非物質文化遺産,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에 해당)에 등록되었다.


■ 우란절의 금기와 관습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

신공희를 볼 때 앞자리는 귀신들의 자리니 맨 앞엔 앉지 않는다.

사실 우란절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이시기는 사람이 오가는 인도에 태고 남은 향이나 지전 재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데, 이를 함부로 밟지 않는 것이 좋다. 신발에 재가 붙은 채 귀가하면 집에 음기가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우란절에 돈을 태운 후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더라도 절대 뒤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귀신이 자기 몸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머리와 양쪽 어깨 등에 3개의 불을 가지고 있어서 귀신은 이 불 때문에 사람에게 침범할 수 없다. 만일 이름을 듣고 뒤돌아보면 어깨에 있던 불이 꺼질 수 있는데, 그 꺼진 불 사이로 귀신이 몸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음력 7월 밤에는 뒤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고 한다.

기가 약한 사람은 음력 7월 밤에는 외출을 삼가라고 한다. 특히 혼자 밤늦게까지 밖에 돌아다니면 귀신들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오래 전 중국에서는 우란절에는 토목공사나 물과 관련된 일, 신장개업, 이사도 하지 않았다. 우란절에 혼인을 하면 여자에게 눌려 평생 공처가로 산다고 하여 혼례도 자제했다. 홍콩에서 우란절이 끝나고 시원해지는 초가을부터 웨딩시즌에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년 이시기가 되면 도시 곳곳에서 ‘소가의’ 의식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하다고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 물가에 가면 귀신이 발목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물가에 가서도 안되고, ‘인당(印堂-미간)’에서 귀신이 두려워하는 영기가 나오므로 머리로 미간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밤에 활개 치던 귀신들은 낮이 되면 햇빛이 들지 않는 음침한 곳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장소에는 가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귀신은 자신을 얕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괴담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신공희(神功戯)’ 앞자리는 귀신이 앉아 있기 때문에 맨 앞줄에는 앉지 말아야 하고, 개나 고양이는 귀신을 느끼고 짖기 때문에 신공희에 데리고 가서는 안된다.... 등등 귀신절의 금기는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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