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경 지역에 창의과학원 건설, 홍콩·선전 주민 자유왕래 보장 홍콩의 수준급 이공계 인력과 선전의 하드웨어 창업력 결합 아시아 물류허브 위치 되찾고 '금융+IT..
접경 지역에 창의과학원 건설, 홍콩·선전 주민 자유왕래 보장
홍콩의 수준급 이공계 인력과 선전의 하드웨어 창업력 결합
아시아 물류허브 위치 되찾고 '금융+IT' 새 성장동력 기대
홍콩과 선전(深圳) 접경에 '중국판 실리콘밸리'가 들어선다.
현지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가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홍콩 정부와 선전 정부가 지난 3일 두 지역의 접경지 록마차우(落馬洲) 지구에 '강선(港深·홍콩과 선전) 창의과학원'을 공동으로 건설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금융 허브' 홍콩과 '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이 손잡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강창의과학원이 들어설 록마차우 지구의 면적은 87만㎡(87헥타르)로, 홍콩의 IT(정보·기술) 기업이 밀집해 있는 홍콩과학원의 4배 크기이다. 창의과학원에는 IT기업·연구소·고등교육기관·문화시설 등이 들어서고, 홍콩과 선전 거주민 모두 별도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다. 창의과학원의 청사진은 올 상반기 중 공개된다.
중국과 홍콩이 록마차우에 '중국판 실리콘밸리' 건설은 홍콩과 선전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대의 과학·기술 인력을 젖줄로 성장한 것처럼 홍콩도 수준급의 이공계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홍콩은 인구 비율로 따져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가장 많은 곳이며, 공학과 의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QS 대학 평가에서 홍콩과기대와 홍콩대, 홍콩중문대가 각각 세계 28·30·51위에 선정됐고, 홍콩시립대와 홍콩폴리텍대도 200위 안에 진입했다.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선전 역시 고등 연구기관이 많다. 홍콩·선전 모두 이곳에 투자할 자금이 풍부하다. 중국은 작년 12월 홍콩과 선전 증권거래소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을 시작했다.
개혁·개방 초기 선전은 다른 중국 도시처럼 값싼 노동력과 외국 자본의 결합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나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자, 선전은 빠르게 첨단 산업을 새 성장 엔진으로 채택했다. 2014년 기준 선전은 GDP(국내총생산)의 4%인 640억위안(약 11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선전에 본부를 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재투자한다.
선전은 중국 도시 중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주민의 평균 연령도 33세로 가장 젊고, 도서 구매량과 도서관 이용률도 중국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가전쇼) 2016'에 참가한 기업 중 1300여개(33%)가 중국 업체였고, 이 중 절반이 선전 소재 기업이었다. 과거 선전은 홍콩의 변방이었다. 그러나 지금 선전 중심인 난산(南山) 지역의 1인당 GDP(지역총생산)는 5만달러에 육박하며 홍콩을 앞섰다.
아시아 금융·물류 허브였던 홍콩은 최근 상하이·싱가포르 등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홍콩이 새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선전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이다. 홍콩의 렁춘잉 행정장관은 "강선창의과학원은 홍콩과 선전의 발전에 전례 없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가 들어설 록마차우는 '말에서 내린다'는 뜻을 가진 지명이다. 1997년 선전강 물줄기를 펴는 공사를 하면서 록마차우에는 넓은 습지가 생겼다. 홍콩과 선전은 20년 가까이 이 습지의 소유권을 놓고 다퉈왔다. 그동안 자유무역지구·연구개발센터·하이테크산업단지·국제금융단지 등의 용도로 공동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SCMP는 "록마차우에 강선창의과학원을 홍콩과 선전이 공동으로 짓기로 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을 홍콩 소유로 양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홍콩과학원이 이 지역 개발 방안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망은 "홍콩과 선전의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중국판 실리콘밸리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콩 일각에선 홍콩과 그 주변 지역을 통합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수록 홍콩이 중국에 완전히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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