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호, 2월24일]

전세계로 번지는 조류인플루엔자 공포
세계보건기구 최대 1억5천만명 사망 가능성 언급

  각국에서 임상실험 단계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해 있어 인류의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몽콕에서 발견된 죽은 까치 한 마리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당국이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초기검사에서 이 까치가 H5형 AI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추가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까치의 사체는 전날 홍콩 번화가인 삼수이포에서 수거됐다.  홍콩 정부는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야생조류·가금류와 접촉하지 말도록 권고하면서, 가정 내 가금류 사육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등 경계수위를 높였다.

  일주일 전 숨진 인도네시아의 23세 남성도 AI에 감염됐던 것으로 최종 확인됨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AI 사망자수가 19명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 당국자는 18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로부터 검사 결과를 받았다.  푸르노모(사망자 이름)는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야생오리 한 마리도 H5형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AI가 영국에 상륙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환경·식품·농촌부의 벤 브래드쇼 동물복지담당 차관은 "예전보다 그럴 가능성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피할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AI 백신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 중인 중국과 미국 연구진은 최근 AI 바이러스가 지역에 따른 변종을 일으키고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진은 감염을 일으키는 H5N1형 AI 바이러스의 변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적합한 백신을 변이 속도에 너무 뒤쳐지지 않게 개발하는 것이 AI의 대량 감염을 막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동방조보>는 15일 중국 샨터우 대학 의대 유행성독감 연구중심 천훙린, 관이 교수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시 성유다아동연구병원 바이러스학 로버트 웹스터 교수 등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미 국가과학원 학보(PNAS)> 최신판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천 교수 등 연구진은 홍콩과 대륙의 가금류, 철새의 1만 여개 분비물에서 H5N1형 AI 바이러스를 추출해 동남아 등 기타 지역 바이러스와 DNA 분석한 결과, 이들 바이러스가 1996년 중국 광둥에서 출현한 원시 H5N1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변이가 발생해 지역적 특징을 갖춘 변종이 나타났으며 베트남에서는 10년간 3차례 교차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각국 백신 개발은 이미 임상실험단계에 와 있으며 비상시에는 대량생산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2003년 세계 최초로 사스 백신을 개발한 중국 베이징 커싱 생물제품유한공사는 AI 백신 대량생산 준비를 갖추고 오는 6월 2차 임상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AI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베트남은 임상실험을 위한 200여 개 백신을 생산했으며, 향후 18개월 내 2000여 개 백신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8월 H5N1형 AI 백신의 인체실험을 마쳤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실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프랑스는 백신 연구가 임상연구 단계에 있으며 수백만 개 백신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올해 안에 임상실험을 마치고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각 지역별 AI 바이러스 변종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특정국가가 AI 백신을 실용화하더라도 다른 지역, 국가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별 AI 백신 개발 단계가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이 더딘 지역의 AI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 감염을 일으키는 변종으로 확산된다면 AI 확산을 막기 위한 인류의 '마지노선'이 뚫리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전 세계에서 200만~500만명의 감염자가 희생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최대 1억50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변종을 일으키는 AI 바이러스와 이에 적합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인류 사이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