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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전기구이통닭 납시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11-02 23:13:42
  • 수정 2013-11-02 23: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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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 전기구이통닭 개시 ‘쫄깃쫄깃‘ ‘노릇노릇’ ‘과거’ 추억 속으로 개업 7주년 맞이 이벤트....밤 10시 이후 손님에 닭 한 마리 제공

밤늦은 시각, 모퉁이를 돌아 대문으로 들어서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거나하게 약주라도 한 잔 걸치셨거나 기분 좋은 날에는 여지없이 당신의 손에 누런 종이봉투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봉투 안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흘러나왔다. 봉투를 열어보면 기름이 배어나온 하얀 종이 안에 닭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전기구이통닭이었다. 덕분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통닭 파티를 즐겼다. 후춧가루 섞인 소금에 하얀 살점을 찍어 입에 넣으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느끼함을 덜어주는 새콤달콤한 무 맛은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했다.

19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추억거리다. 마땅히 먹을거리가 없던 당시에 전기구이통닭은 최고의 영양식이었다.

얼마 전부터 홍콩에 향수를 자극하는 포차나 구이집이 생겨나면서 추억을 안주삼아 한 잔 걸칠 수 있는 곳들이 속속 등장했다. 치킨집은 그보다 더 일찍 시작됐다. 딱히 치킨집이라는 간판을 내걸지는 않아도 적지 않은 한식당에서는 후라이치킨과 생맥주로 밤참을 즐기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억의 전기구이통닭은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더구나 요즘처럼 다이어트가 전 국민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될 정도로 비만은 남녀노소의 가장 큰 소민거리다. 후라이트치킨과 생맥주 한잔의 유혹에 못 이겨 한식당을 찾은 날, 치킨 다리 하나 들고 뜯어 먹노라면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닭다리의 오통통한 살만큼 내 살이 뽀득뽀득 오르고 있다는 생각에 기름기를 쫙쫙 뺀 전기구이 통닭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게 압구정에서 전기구이통닭을 개시했다는 소식은 어린 시절 절친이 먼 길 마다않고 찾아온 것 이상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지난 화요일 저녁, 압구정을 찾았을 때 한쪽 벽면에 설치된 전기구이통닭 기계에서 8마리의 닭이 빙글빙글 돌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압구정은 닭과 함께 통마늘 넣어 전기구이로 익힌 후 접시에 한 가득 담아낸다. 쪽쪽 찢어지는 하얀 살결의 은근한 맛 위에 마늘의 향과 청양고추의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 마늘의 향과 알싸한 맛이 여운으로 남는다. 닭을 먹다 느끼하고 팍팍하다 싶을 때 잘 익은 마늘 한 알 입에 넣으면 입맛이 개운해 진다.

전기구이통닭 개시 일주일도 채 안됐는데, 입소문을 타고 벌써부터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또 통닭이 채 익기도 전에 전화주문이 밀려든다. 주인 이동백 씨는 밀려드는 통닭 주문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압구정 오픈 7주년을 기념해 감사 이벤트로 전개다. 밤 10시 이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전기구이통닭이든, 후라이드든, 양념이든 원하는 닭 한 마리씩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것.

그러나 모든 손님에게 드릴 수는 없단다. 전기구이통닭 한 마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2시간 이상을 꼬박 통에 넣고 돌려야 하기 때문에 물량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저물어가는 올 한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쁜 나날들을 사느라 챙기지 못했던 친구나 지인들을 불러 마늘 향 가득 품은 전기구이통닭에 생맥주 한 잔하며 소원(疏遠) 했던 이들과 두터운 정과 진한 마음을 주고받는 건 어떨까.

전구구이통닭 예약은 압구정 이동백 사장에게 직접 해야 한다. (전화 : 6169-2268)

<취재 : 로사 권 (hongkongrosa@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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