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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위클리홍콩 법률톡톡 한마당 - 국제법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10-19 16:39:16
  • 수정 2013-10-19 16: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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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계약 안녕하세요. 황경태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국제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쉬고 잠깐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 졌지만,..
국제계약

안녕하세요. 황경태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국제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쉬고 잠깐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 졌지만, 몇 년 전만해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떠들썩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관한 문제였지요.

그런데 이와 관련되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을 그리 받지는 못하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미계 로펌의 한국 진출입니다. 미국·유럽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 법률시장을 개방하게된 것의 결과인데 벌써 10여개의 로펌이 서울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미국산 상품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금 시절에 그게 뭐가 대수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역으로 왜 그 비싼 영미계 변호사들이 이 조그만 한국시장에 10곳 이상이 진출을 하였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볼 문제만은 아닌 듯합니다. 왜냐하면 수출주도형 국내산업구조에서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외국과의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때 외국계 로펌에게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 중의 하나인 선박과 관련된 기업들이 영국의 로펌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한해에 1000억 원에 육박한다 합니다. 일찍이 해운업이 발달한 영국이기에 이와 관련된 법제도도 역사가 깊고 따라서 세계 대부분의 선박과 관련된 계약이 영국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더 이상 국내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 없고 다른 나라를 이해하고 대비하면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예가 하나 있습니다. 최근 코오롱사가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신소재와 관련하여 미국의 듀폰사와 벌인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이 그것이죠. 그런데 패소의 원인이 누가 잘못했는가에 대한 실제적이 이유보다도 미국소송에서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 문제된 절차가 바로 ‘디스커버리(Discovery)’ 라는 것인데 우리말로는 ‘증거개시제도’라고 번역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시작된 곳이 바로 커먼로의 발생지인 영국입니다.

저는 올해 5월에 대한변호사협회와 영국법정변호사협회가 협력하여 만든 교환프로그램에 다른 한국변호사 6분과 함께 영국에서 약 한달 간의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바리스터’라 불리는(커피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영국 변호사들의 사무실에서 같이 일을 하면서 그들의 제도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의 하나 특이했던 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디스커버리인데 이 제도는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상대방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합니다. 나한테 유리한 사실이 기록된 문서, 증거를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우리 소송문화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앞의 코오롱사가 한 일도 상대방에게 공개되면 불리할 수 있는 자신의 이메일을 삭제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영미계의 판사들에게는 정말 정말 심각하게 잘못한 행위로 받아들여집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단 사실을 모두 솔직하게 공개하고 시작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인이나 당사자의 증언도 무척이나 중요하게 취급합니다.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솔직하게 진술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사람의 말을 그렇게 믿고 신뢰하는 그들이 바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신뢰하고 시작하지만 나중에 그 사람이 말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그 사람은 정말 회복하기 힘든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앞의 예에서 설사 실제적으로는 코오롱사가 이겨야 되는 게 맞는 소송이라 하더라도 뭔가를 숨기고 거짓말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이제까지 제출한 모든 증거와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 됩니다. 제가 영국변호사들에게 들은 표현대로라면 완전 끝장나는 것이죠.

저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일단 증인이나 당사자가 거짓을 말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위증을 한 것에 대해서 그리 심각한 처벌을 하지 않는 우리의 소송문화를 떠올리며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법률문화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생활태도의 반영에 불과합니다. 상대방이 거짓을 말하거나 다른 숨은 의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것, 그래서 어쩌면 사기나 위증, 혹은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깨는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처벌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이 바뀌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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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태 변호사
kt.hwang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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