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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신입환영회, 대학이 초등학교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09-06 15: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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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74호, 9월6일
홍콩 시티대학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의 설명회 사진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으로 퍼졌고 이는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성인이 된 자녀가 대학에 들어간 이상 학부모는 손을 놓아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들로부터 손을 떼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지난 주 토요일 시티대학을 지나가던 한 네트즌이 '전자공학 학부모 설명회'라고 쓰여 있는 안내문을 보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 지경까지 이르다니'라고 적기도 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빛의 속도로 퍼졌으며 1,000여 명의 네티즌이 이를 실어 날랐다.

이와 같은 사실에 네티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대학생의 학부모도 설명회를 하다니?, 학부모가 만약 학교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자녀에게 물어보면 될 일인데 대학에서 어찌하여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인가? 하며 지탄했다.

또 어떤 이는 괴물학부모가 '학원'을 침입하는 것이라면서 City 'University'가 City 'Nursery'로 되었다며 비웃기도 했다.

시티대학 관계자는 “전자공학부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가 가진 것은 이미 5, 6년이 되었다”면서 “학부모에게 학생들의 대학생활 및 취업전망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학교의 실험시설을 참관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학부모 설명회는 신입생의 학부모를 위해 개최한 것이 아니라 과학 및 공학대학의 학생은 다음 해에 주전공을 선택해야 하며, 선택사항에는 전자공학이 포함된다. 따라서 설명회는 해당 전공의 대학 2학년 학생의 학부를 위해 개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학부모 설명회나 학부모 신입생 환영회가 시티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남대학에서도 지난 주 월요일에 학부모 신입환영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 내용은 기숙사, 도서관 참관, 학부모 질의응답 등이었다.

네티즌들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자녀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닐까란 질문을 하게 된다.

홍콩대학의 위영경 교무처장은 “지난 해 자녀의 입학식에 따라온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며 자녀의 독립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 부모는 자녀가 일자리를 구할 때도 자녀와 함께 면접실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고용주는 언론매체에 부모가 동반한 구직자는 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이 방해가 되는' 것을 금해야 한다. 독립할 나이가 된 자녀가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거나 처신 능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학의 과학대학 부학장 Andreas Decken은 부모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자녀의 자아상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시티대학의 학부모 설명회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대학이 학부모의 비위에 맞춰서 이런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학부모로 하여금 점점 더 많이 관여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학부모가 하루 종일 자녀의 머리위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뜻의 '헬리콥터 부모'란 명칭의 유래는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점점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입학상황을 전화로 알아보면서 입학부의 직원들로 하여금 싫증나게 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학부모를 위한 학부모 신입환영회는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011년에 90%가 넘는 미국 대학에서 신입생 학부모를 위하여 각 종 설명회를 개최했고, 31%의 대학에서는 학생의 학부모 상담을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개설되어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서는 이런 현상이 20년 전에는 '아주 드문 현상'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학교에서의 학부모 설명회는 자녀에게서 손을 떼지 못하는 부모에게 손을 놓도록 돕는 것에 포인트를 둔 경우가 많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위하여 작업실을 개설하여 학부모가 자녀를 독립시키도록 설득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녀들이 어린애가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되었음을 강조하며 학부모와 자녀가 다른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자녀가 스스로 실현하는 것을 마음을 놓고 지켜보게 한다.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헬리콥터 부모를 부정하여 학부모가 자녀의 상황을 조사하는 경우, 직원으로 하여금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으며 학생이 직접 상담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기도 하였다.

홍콩에서는 334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학 신입생이 18살 미만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이상 고등교육을 받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갖춰야 하며 학부모도 자녀의 자립성을 키워야 한다.

대학에서도 학부모의 비위를 맞춰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학부모가 점점 더 학생과 학교에 관여를 하게 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지나친 자녀 사랑이 오히려 자녀의 교육과 성장에 방해하게 된다면 미국의 경우처럼 학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들로부터 손을 놓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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